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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런 사람

사랑해서,, 미안하다.


미안하다, 사랑해서,, 미안하다.... 여행
조회(306)
이미지..,love. | 2008/07/09 (수)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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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시간을 입력 하세요
그는 젊잖게 말한다
 
노련한 공화국처럼
품안의 계집처럼
그는 부드럽게 명령한다
준비 됐으면 아무 키나 누르세요
그는 관대하기까지 하다
 
연습을 계속 할까요 아니면
메뉴로 돌아갈까요?
그는 물어 볼 줄도 안다
잘못되었거나 없습니다
 
그는 항상 빠져나갈 키를 갖고있다
능란한 외교관처럼 모든 걸 알고 있고
아무것도 모른다
 
이 파일엔 접근할 수 없습니다
때때로 그는 정중히 거절한다
 
그렇게 그는 길들인다
 
자기 앞에 무릎끓은, 오른손 왼손
빨간 매니큐어 14K 다이야 살찐 손
기름때 꽤재재 핏발선 소온,
슬슬 꺽어
길들인다
 
민감한 그는 가끔 바이러스에 걸리기도 하는데
그럴 때마다 쿠데타를 꿈꾼다
 
돌아가시시요! 화면의 초기상태로
그대가 비롯된 곳, 그대의 뿌리, 그대의 고향으로
낚시터로 강단으로 공장으로
모오두 돌아가십시요
 
이 기록을 삭제해도 될까요?
친절하게도 그는 유감스러운 과거를 지워준다
깨끗이, 없었던 듯, 없애준다
 
우리의 시간과 정열을, 그대에게
 
어쨌든 그는 매우 인간적이다
필요할 때 늘 곁에서 깜박거리는
친구보다도 낫다
애인보다도 낫다
말이 없어도 알아서 챙겨주는
그 앞에서 한없이 착해지고픈
이게 사랑이라면
 
아아, 컴-퓨-터와 씹할 수만 있다면!
 
 
 
  -최영미 시 'Personal Computer'모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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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해서 미안하다....' 라는 말이 있다. "사랑해서 행복하다, 사랑해서 감사하다,,," 등등의 말과는 달리 '사랑해서 미안하다 라는 말은 왠지 사연과 연륜이 묻어 나는데,, 이는, 진정으로 사랑한다면 미안해 하는 마음은 부수적으로 따라오는 것이기에 그러한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언젠가... 오래 되지도 않았는데,, 친구가 세상을 스스로 버렸을 때에 부모와 부인, 자식 앞으로 "미안하다, 지켜주지 못해서,, 사랑한다"라고 간단히 글을 남기었다는,, 이야기를 후일에 부인에게서 전해 들었다. 머나 먼 외국에까지 가서 세상을 스스로 던진 사연을 상세히 알수 없었지만,, 자존심이 강하고 스스로를 잘 용서하지 못하던 강직하고 올바르게 살기만을 원하던 그 친구와 말못한 사연을 나누지 못했던 친구로서,,, 두고 두고 마음이 아프다. 사람의 100년도 살지 못하는 삶에서 알맹이를 생각해 보면,, '어떻게 사랑하며 사는가'하는 명제로 압축 된다고 느낀다. 언젠가 우리가 부러워하는 대재벌의 총수가 유서 세통을 달랑 남겨놓고 스스로 세상을 떠났던 일이 새삼 생각난다. "대북 사업을 계속해 달라, 내 유분(遺紛)을 금강산에 뿌려달라는,, 그리고 "당신의 윙크하는 버릇 고치시요"라는 허탈한 애정어린 농담외에 남긴 내가 가장 가슴 아팠던 메세지는 자식에게 남긴 "너하고 사랑을 많이 나누지 못해 미안하다"라는 내용이였다.
 
-이 세상에서 모든것을 다 소유한 것 같았던 사람이 죽으면서 가장 아파한 것이,, 결국은 제대로 사랑을 하지 못했다는,, 회한 이였다. 때로는 몸이 너무 불편하고,, 내가 가족과 아이들에게 '아무것도' 해주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때에,, 나도 때로는 유혹을 느낀다. '산다'는 것은 사람답게,, 행복과 사랑을 느끼는 삶이여야 하겠지만,, 생명을 지키는 일도 무관하지 않다는 생각을 한다. 사랑한다는 것은 남의 생명을 존중해 주는 것이어야 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내 생명을 존중해 주는 것 이이어야 한다고 믿는다. 사는게 힘이 든다고, 왜 세상은 나를 못살게 구느냐고,, 그렇게 보란듯 죽어버리면, 생명을 지켜주지 못한 채 남아있는 사람들은 어떤 마음으로 나머지 생을 살아야 하는지,, 시간을 두고 친구의 손때가 묻은 유품을, 친구의 어머님을 통해 전해 받고,, 그냥... 눈물이 흐른다.
 
 
 
 
                                        
 
 
                                                   
                              길이 끝나는 곳에 산이 있었다
 
                              산이 끝나는 곳에 길이 있었다 
 
                            다시 길이 끝나는 곳에 산이 있었다
 
                              산이 끝나는 곳에 네가 있었다
 
                         무릎과 무릎 사이에 얼굴을 묻고 울고 있었다
 
                                        미안하다
 
                                  너를 사랑해서 미안하다
 
 
 
                                                           
                                 -정호승시 '미안하다'모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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