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붉은수염

사랑한다, 사랑한다. 조금 더 사랑한다.







지하철을 타고 가는 눈 오는 밤에
불행한 사람들은 언제나 불행하다
사랑을 잃고 서울에 살기 위해
지하철을 타고 끝없이 흔들리면
말없이 사람들은 불빛 따라 흔들린다


흔들리며 떠도는 서울밤의 사람들아
밤이 깊어갈수록 새벽은 가까웁고
기다림은 언제나 꿈속에서 오는데
어둠의 꿈을 안고 제각기 돌아가는
서울밤에 눈 내리는 사람들아


흔들리며 서울은 어디로 가는가
내 사랑 어두운 나의 사랑
흔들리며 흔들리며 어디로 가는가
지하철을 타고 가는 눈 오는 이 밤
서서 잠이 든 채로 당신 그리워



  - 정호승 시 '밤 지하철을 타고' 모두







밤 늦은 시간에,,, 군데군데 빈자리도 남아 몸을 돌리고 차창을 바라보면,, 창으로 바라보는 풍경은 어둠에 물들어 무겁게 가라앉아 있다. 수시로 오고가며 피곤에 지친 사람들을 깨워대던 잡상인들도 모두 집으로 갔는지 지하철안은 조용하기만 하다. 문득, 이 평화로움이 온몸이 저리도록 가슴을 친다. 이 평화로움은 조금은 저릿저릿한 노곤한 피곤함, 그리고 왠지모르게 말랑말랑해 지는 따사로움이다. 어두운 밤의 길고 긴 터널을 뚫고 전차는 정거장마다 조용히 정차를 하고는 몇명의 일상에 지친 사람들을 내려 놓은 채,,, 다시 가볍게 출발 한다. 흔들리는 전철의 진동에 따라 같이 몸을 움직이며 문득, 이 평온함에 온몸을 맞기고 싶다. 어린시절, 내 앞에 펼쳐진 끝이 보이지 않던 길을 겁도없이 터벅터벅 걸어갔듯이 이 환하고 따스하게 보여지는 지하철을 타고 끝없이 정차하고 또 출발하는 이름도 없는 정류장으로 떠나고 싶다. 

친구삭제(unfriend),, 라는 글을 친구의 블로그에서 보면서, 말처럼 쉽게 '친구삭제'가 되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개인차가 있기는 하지만,,, 서로가 시간을 두고 다가가 마음으로 맺어진 친근한 존재는 그렇게 말처럼 쉽게 '삭제'되는 존재가 아님을 알기 때문이다. 만남이 잦은 세상, 때로는 세상의 이익에 따라 서로를 내세우기도 자신을 과시 하기도 하지만,, 결국에는 '나 자신'이 문제인 것이다. 한번으로 가서 만족한 여행이 있고, 두번, 세번 가도 항상 새로운 여행지가 있듯이 사람의 만남중에 친구의 만남이 항상 만날때마다 새로워야 한다고 믿는다. 이유야 어떠하던 '삭제'라는 말을 쓴다는 것은 아픈것이다. 마음도 아프고 몸도 아프고,, 그렇게해서 눈물도 흘리고 깨끗이 삭제할 수 있다면..... 하지만, 인연의 질긴 끈이 어찌그리 쉽게 끊어질 것인지?!? 연말이 다가오면 조용히 자신을 바라보며 새해의 계획을 하는것도 좋지만, 활기차고 즐거운 모임을 찾아 '같이해야' 한다. 세상은 어둠과 빛이 각각 반씩 존재하고,, 그것에의 선택이 나에게 주어진다면 마땅히 그 빛에, 선에 머물며 살아야 할 것이다. 밝고 환하게.


연륜을 더 할수록 조용한 곳으로 떠나 살고싶은 마음이 간절해지지만 그 밑바닥에는 "좋은 사람들"과 하는 마음이 깔려있다. 수없이 많은 무리에 섞여도 고독하고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해도 때로 외로운 우리들.... '친구삭제'는 내가 하는것이 아니라 당하는 것이다. 한 사람에게 친구가 되고 '벗'으로 마음에 자리 했다면 그 친구는 결국에는 오롯이 가슴에 남아 내가 이세상 떠나갈 때에 같이 '삭제' 되는 것이다. 다시금 나에게  "나는 과연 좋은 친구 였는가? 나는 정말 친구인가?" 하고 먼저 물을 일이다. 사랑을 하면,,, 그 사람의 모든 허물까지 용서 하듯이, 친구의 잘못과 배신까지도 온전히 안아야 '친구'라 할 수 있지 않을까?! '친구삭제'라는 글을 써 놓고 결국에는 가슴이 아파서 그 아품을 쏳아놓던 친구여, 사랑하고 더 사랑할 일이다. 어느 유행가 가사의 귀절처럼 "그 아품까지 사랑한거야~" 하고 말할 수 있다면 정말 친구로서 한걸음 더 나아갈수 있지 않을런지. 벗이여, 사랑한다, 사랑한다. 조금 더 사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