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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수염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






몸이라고 혹시 들어보셨는지요 암록색 해조류인 몸말이예요 남쪽 어
느 섬에서는 그것으로 국을 끓어 내는데요 모자반이라는 멀쩡한 이름
을 놔두고 왜 몸이라 하는지 사람 먹는 음식에 하필이면 몸국이라는
이름을 붙였는지 먹어보면 절로 알아진다는데요 단, 뒤엉켜 배지근해진
몸의 몸 설설 끓는 몸들이 당신을 빤히 올려다 보거든 시선을 얼른 
피하셔야한다는데요 십중팔구 속내 도둑맞을 테고  늑골 마구 결릴
테니까요 몸이 몸을 먹는 일 한 외로움이 한 외로움을 먹어치우는 일
그거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잖아요 사실은 울컥하기도 경건하기도 한
의식이잖아요 것 봐요 내 뭐랬어요 주의하랬잖아요 생각이 예까지
이른 걸 보니 그새 몹쓸 몸에 제압당한 게 분명해요 몸이 화두가
된 게 확실해요 사랑을 폐한 게 틀림없어요


식어 뻣뻣해진 몸을 물끄러미 바라보니 내려다보는 당신 쯧쯧 울고 있군요
그러고보니 당신 몸국을 시키기 전부터 그것의 유래를 몸소 알고 계셨던
게로군요.



  - 손 세실리아 시 '몸국'모두








언제부턴가 문득 문득... '수제비'가 먹고 싶었다. 빈한했던 국민학교 시절엔 그리도 지겨웠던 수제비,,, 밀가루를 주물럭 주물럭 반죽해서 다른것도 넣지않고 김치 하나만 넣고 얼큰하게 끓인 수제비,,, 때론 먹는 시기를 놓쳐 냄비에 담겨지거나 스덴대접에 남겨진 '내몫'의 차거운 수제비국을 아무도 없는 텅빈 집에 학교에서 돌아와 차갑거나 미지근했던 수제비를 허기에 국물까지 말끔히 먹어 치우던 기억,,, 항상 배가 고팠지만,, 그 시절이 문득 문득 생각이 난다.  먼길을 달려 친구를 만나고 겨울바람처럼 제법 매서운 바람을 맞으며 집으로 향하다가 국도변에서 문득,, "수제비가 먹고 싶다" 라고 되뇌이었다. 드문드문 보이는 국도변의 식당들,, 그 속에서 무엇으로 허기를 매울까? 하고 찾다가 '동태찌개와 추어탕' 속에서 추어탕으로 낙찰을 보았지만,,, 제법 맛이나는 추어탕을 친구들과 담소하며 맛나게 먹으면서도 이상하게도 난 딴음식을 생각하고 있었지.


짧은 여행은 평안했다. 아침부터 눈발이 날리고 찬바람이 세차게 불었지만,, 지하철을 타고 교대로 이동 하면서도 이상하리만큼 담담한 마음,, 벗들이 곁에 있고 내가 찾아 나서지 않아도 된다는 편안함에서 간만에 편하게 여행을 즐겼다. 간식을 먹고 뜨거운 커피를 마시고,, 식사를 나누며 이런저런 이야기 속에도 미소로 들어줄 수 있는 이야기들은 오래간만이다. 누구나 가슴속을 두드리면 가슴속에 뜨거운 사연하나 가지지 않은 사람이 누구냐 마는,, 세찬바람속에 꽁꽁 길이 얼어붙었던 빙하리,, 그리고 잔설이 내리던 산... 쓸쓸하던 민들레 앞의 강... 그리고 낮게 흐르던 첼로의 선율,,,, 깊고 풍부하던 '막커피'의 풍부한 향도, 용기를 찾지 못해서 제대로 타오지 못했던 국화차의 밋밋한 향기도 기억에 남는다. 비예니옙스키를 듣고 싶었지만,,, 그냥 나서고 말았지. 벗들과 헤어져 돌아오며 지하철을 기다리며,, 그리도 많은 길을 혼자서 잘도 다녔으면서도 이 시큰하게 다가오는 포근함은 무엇일까? 하고 되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