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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수염

빗소리가 "주룩~ 주룩~~" 정겹게 들릴 때,,,







가슴 높이에서
손쉽게 톱질당한 참나무의 나이테 위에
소복하게 흰눈이 쌓여있다

욕이 튀어 나올것 같아
하느님이 마스크를 씌워놓은 것 같기도 하고
대신 사과한다고 거즈를 붙여준 듯도 하다
그러나 다시 보니,

눈을 뒤집어쓰고 있는 참나무 밑동은 
남자의 성난 거시기를 빼다 박았다
참나무는 남은 몸 꼿꼿이 세워
욕을 하고 있는 중이었다

핏물 다 빠진 허연 거시기

나는 한마디 욕이 더 듣고 싶어졌다
새봄, 가운뎃손가락을 세우고
한줄기 싹으로 건네는 푸른 욕지거리가 보고 싶어졌다.



  - 이정록 시 '푸른 욕'모두








비가 제법 소리내어 내리는 날에는,, 큰 창이 달린 커피집이나 통유리로 된 카페의 창가에는 자리가 없다. 하염없이 "주룩주룩~~" 제법 세차게 내리는 비를 '일정한 거리'를 두고 바라보면서 빗속에서 달려가는 버스나 택시를,, 그 빗속에서도 나름대로 자신의 일로 바쁘게 옷깃을 적시며 오고가는 수많은 색깔의 우산머리를 가만히 바라본다. 평소에는 절제 해 왔던 커피를 뜨겁게 한잔 더 청하고는 뜨겁게 피어 오르는 김을 바라만 본채 커피향에 멍하니 취한듯 바라만 본다. 이런 날에는 누에고치의 실을 뽑아내듯 가늘게 울려 퍼지는 비예니옙스키의 바이올린도, 마르타의 힘있게 눌러대는 챠이콥스키도, 신음하듯이 울려대는 아쉬케나지의 라흐마니노프도 모두가 잘 어울린다.

생각해보면,, 음악은 내 주위를 항상 울리는 듯 싶었으나 아이들이 커가고 마눌님의 주도권이 커지면서 내가 듣고싶은 '음악'은 뒷전으로 밀려난 듯 싶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집에 전축이 없어서 친구에게 테잎에 녹음해서 듣던 '사이먼과 가푼컬' 그리고 추웠던 고 3의 새벽 등교길에 지하철 계단에 내려가다 '멍' 하니 서서 끝까지 듣던 '멜라니 싸프카',, 그리고 한장 한장씩 알바이트를 하며 사 모았던 '정경화의 바이올린 연주집''쟈끄린느 뒤프레의 첼로연주집' 테이프가 늘어질 때 까지 듣고 들었던 '마르타 아르훼니치'의 피아노 연주와 눈부시게 울리던 '블라드미르 아쉬케나지'의 피아노의 독주,,,, LP를 모으다, CD를 사 모으고,, 모으다 보니 바쁘다는 핑계로 듣지도 못하고 두개의 진열장에 사장되어 있는 내 콜렉션..... 

이제는 어딘가에 숨겨져 있는 오래된 'CD플레이어'를 끄집어내어 제대로된 음질로 귀청소를 다시 하여야 할까?! MP3에 녹음 하여논 많은 곡 들이 고음에서는 한정된(잘리는) 음질을 보이니,,, 제대로 된 음악은 역시 스피커를 통해 듣거나, 그도 여의치 않으면 CD플레이로 듣는게 올바른것 같다. 요즈음에는 압박감도 없고 가격도 가벼운,  양질의 음의 헤드폰도 많이 나왔다던데 올 여름에는 다시 '내 음악'을 들으며 무더위를 이겨 볼까나?!,,,  먼저 CD장의 먼지를 딱아내고, CD플레이를 찾아놓고 CD케이스도 찾아야겠지,,, 비가 내리는 날에는 음악이 더 가깝게 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