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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런 사람

봄날은 간다.


꽃잎은 눈이 내리듯 날리고,,, 봄날은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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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love. | 2007/05/05 (토)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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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은 분가루처럼 흩날리고
쉽사리 키가 변하는 그림자들은
한장 열풍에 말려 둥글게 휘어지는구나
아무때나 손을 흔드는
미루나무 얕은 그늘속을 첨벙이며
2시 반 시외버스도 떠난 지 오래인데
아까부터 서울집 툇마루에 앉은 여자
외상값 처럼 밀려드는 대낮
신작로 위에는 흙먼지, 더러운 비닐들
빈 들판에 꽂혀 있는 저 희미한 연기들은
어느 쓸쓸한 플잎의 자손들일까
밤마다 숱한 나무젓가락들은 두 쪽으로 갈라지고
사내들은 화투패마냥 모여들어 또 그렇게
어디론가 뿔뿔히 흩어져 간다
여자가 속옷을 헹구는 시냇가엔
하루밤새 없어져버린 풀꽃들
다시 흘러들어온 것들의 인사
흐린 알전구 아래 엉망으로 취한 군인은
몇 해 전 누이 얼굴을 알아보지 못하고, 여자는
자신의 생을 계산하지 못한다
몇 번인가 아이를 지울 때 그랬듯이
습관적으로 주르르 눈물을 흘릴 뿐
끌어안은 무릎 사이에서
추억은 내용물 없이 떠오르고
소읍은 무서우리만치 고요하다, 누구일까
세수대야 속에 삶은 달걀처럼 잠긴 얼굴은
봄날이 가면 그뿐
숙취는 몇 장 지전속에서 구겨지는데
몇 개의 언덕을 넘어야 저 흙먼지들은
굳은 땅 속으로 하나둘 섞여들는지.
 
 
  -기형도 시 '봄날은 간다'모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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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길을 걷는 것은 속되지 않아 보여 좋다, 청소부가 손대지 않은 뿌연 아스팔트의 길위에는 먼곳에 있는 그리운 사람들이 그리움에 물든 얼굴로 지날것 같은 바램이 있어보여 좋다. 설사 그 사라미 모르는 사람이 되어 지나친다 해도,,, 그 사람을 위해 한잔의 추억으로 잔을 들이킬 내 자신이 서글프다 해도,, 초여름의 새벽보다는 한 겨울의 새벽이 써늘해서 좋고 텅빈 마지막 시내버스에서 흘러나오는 사이먼과 가펑클의 'sound df silence'에 그 느낌을 비교할까, 아직 세상이 잠들어 있는 이른 새벽에 아파트단지에서 세상을 등진 친구가 있었다.이 세상이 이처럼 허망하고 아낌없이 서러울 줄 알았으면,,, 하는 후회가 있었다. 너무도 하얀 가로등 불빛에 내 얼굴이 피곤해 푸르게 보인다던 녀석, 어쩌면 그 친구가 지금의 나보다 더 성숙했는지도 모르겠다, 그곳에서는 행복 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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