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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런 사람

민우에게 1


民雨에게 보낸 편지 - 하나,
조회(332)
이미지..,love. | 2007/04/30 (월) 0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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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신들과 기적같은 일들
바람과 물결
바다는 벌써 저만치 물러가 있다
그리고 너
바람에 부드럽게 흔들리는 한 줄기 해초처럼
넌 모래침대 속에서 꿈꾸듯 흔들린다
 
미신들과 기적같은 일들
바람과 물결
바다는 벌써 저만큼 물러나 있지만
반쯤 열린 네 두 눈 안에
두줄기 작은 파도가 머물러 있다
 
미신들과 기적같은 일들
바람과 물결
나를 곧 허물어뜨릴 두 줄기 작은 파도.
 
 
  -쟈끄 프로베르 시 '흔들리는 모래톱'모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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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우 보게나,
 
오랫동안 소식 전하지 못한 무심함을 이해해 주게나. 잠깐씩 빈 시간에 자네 생각도 하였지만 마음먹은 대로 쉽게 펜을 들지 못함은 아마도 내 고질적인 게으름 탓일게야, 자네의 서운한 눈빛을 뒤로하고 새파란 머리위로 춤추는 군악대의 팡파르 속으로 걸어 들어가던 날은 가을의 마지막 이었네, 모든것이 생소하기만 하였지. 101보충대 위병소를 통과하는 순간, 기존의 사고의 틀과 생활방식을 바꾸어야 한다는 것을 나는 인솔 병사의 눈빛에서 느낄 수 있었다네, 그리고 곧 사회와 이어진 끈들을 끊어내야 겠다고 결심 하였지. 그것이 빠르면 빠를수록 유리하다는 것을 나는 어렴풋이나마 느낄 수 있었던 것이지.
 
 그러나 군대는 생각했던 것처럼 그렇게 적응하기 어려운 곳만은 아니었다네, 그들 모두가 나처럼 사회에서 각기 자유스럽게 생활하던 사람이었으니 그들의 변화만큼 나의 변화도 그렇게 어렵지 않게 이루어질 수 있었다는 말이지.
 
 군대는 제각기 다른 개성들이 모인 집합체였네, 제복과 머리모양, 말씨등 외관상으로는 인간은 없고 군인만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속에는 다양한 심성과 사고들이 존재하고 있었고,그 천차만별의 다양함에 나는 아연할 정도 였으니,,, 물론 사회에서도 많은 사람들과 부댖기며 살아 왔지만 군대만큼 개인의 본성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곳은 없는 것 같네, 그것은 서로를 완전히 알지 못하던 또래들이 단 며칠간의 캠핑이나 등산을 통하여 상대의 진솔한 모습을 발견하던 경험을 생각해 보면 쉽게 짐작이 갈것이네.
 
 아뭏든, 그렇게 여러부류의 인간이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안 것이 군입대를 통해 얻은 첫소득이라 할 수 있지, 맹호 훈련소에서 지겨울 정도로 나와는 성격이 맞지 않던 옆 전우가 있었다네, 아마 지금까지 나와 함께 잠을 잤던 사람들 중에서 그렇게 내 마음에 들지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네, 밤마다 지독한 잠버릇으로 나를 괴롭혔고,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정도로 다양하게 나를 피곤하게 한 녀석이였으니까. 그러나 그와 단짝이 되어 고된 훈련을 받는 동안 갈수록 '전우애'라는 것이 생기는것을 느낄 수 있었지, 처음에는 등을 돌려 녀석의 소음에서 조금이라도 멀어지려고 애쓰던 것이 차츰 간격이 가까워지더니 아예 서로 부등켜 안고 잠을 자게 되었더란 말이지, ㅎㅎㅎ,,,,
 
 자네도 알다시피 나는 꽤나 이기적인 성격이었지 않나?!.. 그런데 나와 같이 훈련소에 있었다는 것, 또 재수없게도 내 옆자리에 있게 됐다는 것 만으로 나는 생전 보지도 못한, 나와 성격이 판이하게 다른 녀석에게 모포를 끌어다 줄 정도로 정이 붙게 되었다는 말이지. 그녀석, 헤어지면서 몹시 서운해 하던데 나도 마찬가지의 마음 이였지. 하지만 어디에 가더라도 녀석에게 모포를 덮어 줄 전우는 있으리라 믿네, 자네가 언제나 나를 감싸 주었듯이 말이야.
 
 민우, 만나서 그동안의 쌓인 이야기를 나누고 싶네, 자네는 옛날처럼 조용히 들어 주겠지.
 
 
 
 
   1984, 10, 11. 훈련병 친구로 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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