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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런 사람

민우에게 2


民雨에게 보낸 편지 - 둘,,
조회(327)
이미지..,love. | 2007/04/30 (월)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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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성이 지닌 함정
망각이라는 위험한 창문
모든 것이 언제나 똑같애
비록 모든 것은 변했지만
너는 햇빛속에 옷을 벗었고
너는 맨몸으로 수영을 했었지
조약돌은 바다 물결에 쓸려가고
나는 언제나 언제나 그 소리를 들으리
 
그들 행복한 돌맹이들의
감미롭게 되풀이 되는 노래를
그들 물에 젓은 돌맹이들의
즐겁게 되풀이 되는 노래를
 
그 추억의 파도속으로 사라져 간
휴가철의 애절하게 되풀이 되는 노래를
욕망으로 불타오르던
유년시절의 애절한 추억들
즐거움으로 온통 마음을 불사르던
유년시절의 경이로운 추억까지도.
 
 
  쟈끄 프로베르 시 '흰 모 의 해변'모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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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우!
멍한 눈으로 순간의 즐거움을 쫏던 나는 이제 바람에 날려갔네,, 부초처럼 잔물결에도 흔들리던 나는 거센 풍랑속으로 사라졌다는 말이지, "오늘의 문제는 싸우는 것이요, 내일의 문제는 이기는 것"이라고 빅토르 위고는 말하였지, 인간은 누구나 싸워야 할 많은 적이 있고, 이겨야할 허다한 악에 둘러 싸여 있는 것이네. 탐욕, 거짓, 허영, 오만, 이기...... 이 모든것이 우리가 싸워서 이겨야 할 내적이요, 내악 이지만,,, 나는 이를 외면하고 살아 온 듯 싶네. 아니, 내 속에 이렇게 숱한 적이 있다는 사실조차도 인식하지 못하고 지내왔는가 싶네.
 
 그러나 맹호 훈련소 그 거친 황토벌에 땀과 모래를 맛보고 씹어가며 뛰고 달리고 구르는 동안,, 나는 내가 얼마나 허위와 가식으로 치장되어 있었는지 똑바로 보게 되었지. 냄새나는 화장실에서 볼품없는 모습으로 허겁지겁 빵을 먹을 때, 온몸이 진흙으로 범벅이 된채 뛰뚱거리며 오리걸음으로 눈물고개 정상에 올라 가쁜숨을 몰아가며 어머님은혜를 부를 때, 제식동작이 틀린 사람은 자진해서 나오라는 조교의 협박에 나갈까 말까 망설일 때, 보초를 서면서 훈련소 철망으로 보이는 민가의 따스한 불빛에 철조망을 넘고 싶을 때, 화학탄 가스실에서 눈물, 콧물 흘리며 동물처럼 울부짖을 때, 나는 내가 얼마나 졸렬하고 허약하고 인내심이 없고 비겁하고 별볼일이 없는 인간인가를 눈물나도록 뼈절게 실감 할 수 있었다네.
 
 역겨웠다네, 그 알량한 학벌, 그 오만한 지성, 그 허황된 자만. "너 자신을 알라"던 소크라테스의 말이 얼마나 깊고 큰 의미를 지닌 것인지 조금은 알 수 있을것 같았다네, 자신을 냉철하게 돌아보고 올바르게 안다는 것은 모든 가능성을 가질수 있는 발전의 첫걸음이라 믿네, "나는 결코 뛰어난 사람이 아니다, 나는 선택된 사람이 아니다, 조그만 사고에도 다칠 수 있고 뜻하지 않은 불운으로 죽을 수 있는 평범한 사람이다, 그러나 나는 또한 강한 사람이 될 수도 있다"  그 사연많은 훈련소를 나서며 새겨본 나의 자화상 이라네.
 
 민우, 나는 나의 모든것을 부정하고 주어진 여건과 시간을 긍정하기로 했네, 내가 졸병이라는 것과 아직도 두해 가까이 군에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기꺼이 받아들인 것이네, 세일즈맨을 교육시킬때 가장 강조하는 것의 하나가 적극적인 사고방식 이라고 하더군, 자존심을 버리고 적극적으로 사고하고 움직여야만 개인과 집단이 추구하는 공동의 목적과 이익이 달성될 수 있기 때문 이겠지, 이러한 원칙은 군대생활에서도 똑같이 적용될 수 있겠지. 자신이 그려온 허상의 허물을 벗어 버리고 새로운 그림을 그리는 것, 그것이 군대 3년 가까운 세월이 남겨주는 것이라 믿네.
 
 
 
   1984, 12, 12, 이병친구로 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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