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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수염

멀고도 가까운 일상의 것들,,








어떤 영혼들과 얘기를 나누었다

붉은 절벽에서 스며나온 듯한 그들과

목소리는 바람결 같았고

우리는 나란히 앉아 지는 해를 바라보았다 

흘러가는 구름과 풀을 뜯고 있는 말,

모든 그림자가 유난히 길고 선명한 저녁이었다

그들은 붉은 절벽으로 돌아가며

곁에 선 나무에서 야생사과를 따주었다

새가 쪼아 먹은 자리마다

개미들이 오글거리며 단물을 빨고 있었다

나는 개미들을 훑어내고 한입 베어물었다

달고 시고 쓰디쓴 야생사과를

그들이 사라진 수평선,

내 등 뒤에 서 있는 내가 보였다

바람소리를 들었을 뿐인데

그들이 건네준 야생사과를 베어물었을 뿐인데.





  - 나희덕 시 '야생사과' 모두





- 어제는 그리도 바람이 불어대더니,, 아침부터 잔뜩, 하늘이 흐르고 바람도 없이 잔잔하더니 비가 내린다. 비가 내려도 날씨는 어제보다 습도도 높고 무더워 가만히 책상에 앉아 일을 해도,, 땀이 주르륵 흐른다. 삶을 살면서 어제의 일은 어제의 일, 하고 생각을 하지만,, 인간은 역시 과거에 연연하는 존재인지라 과거를 떼어 놓고는 이야기가 되지 않는다. 사람들과 일로 만나면서 일로 끝나려 하지만,, 인연이 더해져서 한걸음 더 서로가 다가가는 인연들이 있다. 그 인연이 '그 때'로 끝나는 경우도 있고 그것이 서로에게 소중하게 이어져 항상 같이 하지는 못하지만,, " 그대가 곁에 있어도 그대가 그리운 존재"로 발전 할 수도 있으니,, 인간의 마음은, 情은 신기하면서도 무섭다.

- 조금,, 나이를 먹으니까, 오고가는 인연에 마음을 다치는 일이 줄었다고 말 하면서도,, 그래도 '애틋한 인연'들이 여전히 존재한다. 올해는 전반기는 나의 '체력'에 대해서 다시금 심각하게 깨닳는 좋은 시기였다. 한여름은 나에겐 고통의 계절이다. 잠시만 외출을 해도 땀이 비오듯 몸을 적시고,, 잠깐의 이동에도 차의 에어컨을 켜지 못하면 숨이 막힌다. 예전에는 어둠이 내리면 집 어귀의 동네슈퍼에서 시원한 '스타우트' 한두병에 스넥안주 하나면 더위를 식히기에는 '딱' 이였는데,,, 요즘에는 술이 '그림에 떡'이다. 스스로 멀리함도 있지만,, 이제는 한잔을 마시면 좋고, 안마셔도 좋은,, 체념의 단계에 들어섰다. 집의 선물로 들어온 포도주 2병은 숙성을 시키듯 서재의 한구석에 길게 누워 먼지를 켜켜이 쌓아두고있다. 


- 어느 시인은 '잊혀진 女人'이 제일 슬프다 했는데,, '그림자'로 외 떨어져 가끔씩 옛친구들의 집을 방문하는 것도 재미가 쏠쏠하다. 이제는 '희미해진 기억'의 사람이지만,, 가끔씩 그들의 글을 읽으며 '댓글'을 달려다가도 '로그인'이 귀찮아 그냥 오고는 하니, 내가 게을러 진것인지,, 시간도 여유도 허용이 안되는데 그냥 붙잡고 있는 것인지.. 요즘 말로 정말  '멍 때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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