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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수염

함께하는 길고 긴 여행길에서...




                 - 이중섭의 은지화 중에서 '가족'




구두 뒤축이
빛난다, 지가 무슨 신이라고
배낭을 꿈꿨을까마는
신의 바람이란 발가락처럼 오순도순
어둠과 고린내 속에서도
온 힘으로 떠받드는 것 아니겠는가
상가에 놓인 뒤축 꺽인 내 구두는
이 방 저 방 쉼 없이 돌아다닌다
문이 활짝 열려있기 때문이다
문지방처럼 빛나는 뒤축은
몸의 출입을 막지 않는다
순례와 전도의 삶은, 낡은 구두처럼
자신의 문패를 지워야 한다
멀거니 닳은 뒤축을 내려다보니
신의 턱선을 닮은 듯도 하다
막힘이나 가둠이 없는 것이
정작 문 없는 큰문이라, 그러니
때가 때를 만나기를 골백번
같이 난다는 것은 빛을 주고 받는 것이다
저 혼자 이루는 후광은 없는 것
신은 갈수록 뒷모습이 빛난다.



  - 이 정록 시 '신의 뒷편' 모두





- 처가집의 일로 마눌님도 집을 비우고 큰아이도 과외로 삼촌에게로 집을 비웠다. AM 11시를 조금 넘긴 시간 임에도 거리는 찜통더위... 차의 에어컨을 켜지 않으면 한낮에는 운전이 힘들다. 차를 지하에 주차 시키고 단지의 문을 열고, 엘리베이터를 기다린다. 토요일, 산을 다녀 오는듯한 부부.. 귀걸이에 울긋불긋한 화장에,, 산행에 신경을 쓴 부인에 비해 면도도 하지않은 까칠한 남자는 술에 취해있다. 한동에 한층에 두가구씩 23층, 46가구. 내가 얼굴을 아는 남편들은 몇 안되지만 가까운 층수라 자주 접하는 얼굴들이 몇이 있다. 비슷한 또래의 남자들.... 세월이 세월인지라 회사에서 퇴직하거나 밀려난 가장들이 몇이 보여 같은 또래로서 그들의 '심정'에 때로 공감한다.

- 남자의 나이가 40대 말이나 50대 초 면,, 가장 왕성하게 능력을 발휘 할 때인데 사회적인 불경기나 대세에 밀려 '경력직'사원들이 도태 되는 안타까운 시대를 살고있다. 어느사회나 '중간층'의 역활이 중요한 것인데 요즈음의 돌아가는 추세는 머리와 꼬리만 남아, 꼬리가 자라 몸통이 되려하면 잘라버리고 끊임없이 새로운 꼬리만 새로 자라게 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는것은 우려할 만한 사항임에도 '비용'이라는 말로 문제를 가려 버리고 있다. 일본에 이어 우리도,, 세계적으로 '평생직장' 이라는 개념이 사라지고 있다. 물론 밑바닥을 들여다보면 '불경기'라는 종양이 깊숙히 자리하고 있지만,, 세상은 점점 더 가장들의 목을.. 조이고 있다.

- 이제 가장이라 함은,, 남성이란 편견을 버려야 하는 시대이다. 남성이든 여성이든,, 우리 사회가 동등하게 능력에 따라 균등한 기회를 주어야 하며, 날로 '오픈'되고 열려지는 세상에 여자라서, 남자라서 안된다는 인식도 버려야 한다. 세상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고 가정이라는, 가족이라는 구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도 부부의 인식이 서로에 대한 '이해'아래 빠르게 바뀌어야 한다. 세상엔 무수한 사람의 수 만큼,, 무수한 사람들의 생활의 모습들이 존재한다. 샤워를 하면서 까맣게 탄 얼굴로 낯부터 술에 취한 모습에 고개를 숙이고 눈을 감은 채 깊은숨을 쉬던 또래의 남자의 모습이 떠오른다. 인생은 자신이 난 만큼의 모습으로 사는 것 이지만,,, 그 누구가 장담할 수 있는 것이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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