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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런 사람

먼 곳에 대한 사랑.


가장 먼 곳에 대한 사랑,,, "LES ILES" 여행
조회(291)
이미지..,love. | 2008/09/03 (수)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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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백 년 묶은 느티나무 다섯 그루
그 그늘에 돌 의자 여섯 덩이
가운데 너른 돌은 식탁이라, 술병 여남은과
안주 두어 접시는 족하게 품는다
둘러앉은 골 진 이마 위에 병따개 하나
느티나무 가지에 검정 고무줄로 묶여 있다
오래 기다린 양 물집이 잡힌 병따개
애고 좋아라 그래도 병뚜껑 하나 열릴 때마다
느티나무 속으로 일순 솟구쳐 오른다
여기도 빈집이네 까치집도 두드리는지
삭정이 쏳아져 망둥이 안주에 박히기도 한다
술 떨어지자 병따개나 당겼다 놓았다 하던
병어란 놈이 한마디 건넨다
오래 기다렸나부다야
검정 고무줄에 주름살이 자글자글하다잉
지랑허네 그 검정 고무줄이
잡 나간 니 마누라 빤스줄이라도 되냐
화장한 지 얼마나 오래됐는지 흰 분칠도 다 뭉개졌다잉
지랄 육갑 그만 떨고 호박다방 미스 최한테
핸드폰이나 때려라 맥주나 한 박스 싣고 오라고
다시 뻥치는 소리 커지며 병마개 오르락내리락 한다
최양아 당겼다 놓았다 그만 주물럭거려라
느티나무가 끈적끈적하게 널 훔쳐본다야
그러다 느티나무에게 물총 맞것다, 째간한 최양
오토바이가 엄청 예쁜 여기 行山에 오면
웬만한 뚜껑은 다 열려서
마음 왁자하게 가을물 든다.
 
 
 
  -이정록 시 '行山에 가면'모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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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시절.. 신촌의 굴다리를 건너가면 자주는 아니더라도 이따금씩 들리곤 하던 까페가 하나 있었다. '섬'이라는,,, 까뮈를 참 좋아한다던 긴 생머리의 누이뻘 되는 주인이 변함없는 미소로 반겨주던,,, 80년대에 술이나 안주는 뻔하던 시대에 간판의 이름에 걸맞지 않게 '비빔국수'를 잘 비벼내던,, 주머니가 허술하고 배고프던 시절에 보통을 시켜도 여학생은 둘이 먹어도 충분할 만큼의 푸짐한 양에 주머니 사정이 좋을 때면 소주를 더하여 식사에 안주도 되던,,, 주인누나는 "왜 까페 이름을 '섬'이라 지었을꼬?" 하고 심심치 않게 물어보았던,,, "그냥.. 사람은 누구나 섬과 같이 외롭고 혼자잖아,," 하고 대답하던 노처녀 주인누나,, 그 주인누나는 지금은 무엇을 할까???... 어쩌다 들르는 신촌은 학교도 주변의 환경도 너무나 많이 변하여,, 때로 이질감을 느끼는데,,10여년전에 시간이 조금 있어 학교를 찾았다가 '베이스캠프' 근처와 굴다리 근처를 찾았다가 낯설은 풍경에 한 자그마한 까페에 들러 다른 맛의 비빔국수를 시켜 먹을 수 있었다.
 
-촌스럽게,, 비빕국수라니,,, 속으로 혼자 웃었지만, 많지도 않던 국수를 다 먹지도 못하고 나서서 '민들레의 영토'라는 새롭게 생긴 찻집에서 커피를 한잔 마셨었다. 이곳에서는 차값이 다소 비싼 대신에 책을 한권씩 주더군... 모든 '자리'란 현재에 존재하고 내가 함께 함으로써 존재가치를 느낄 수 있다면,, 추억속의 장소들은 이제는 존재하지 않음이 옳은 것이겠지. 언젠가 블로그의 벗과 학교의 후배와 함께한 종로의 '피맛골'도,, 국민학교시절 친구들과 뛰어놀던 '약수동의 골목길'도,, 때로 떠나는 여행에서 곳곳의 사찰이나 여행지에서 묻어나는 옛풍경도 이제는 그 모습이 아닌 새로움 이다. 그 역시 당연한 일이지 마는 그래서 추억속의 장소는 가급적 찾아가기를 꺼리게 되는,, 너무도 변하여 예전의 그 모습이 하나도 남아있지 않음에 상처를 받기 두려운 미련한 마음 이기도 하다. 왜? 갑자기,,, '섬'이라는 까페가 생각 났을까???... 비빔국수가 너무 먹고 싶었나???....
 
 
-어린시절 학교의 밴치에 누워서 바라본 하늘은 너무나 푸르렀고,, 싱그러웠던 나무잎의 선명한 초록색과 사이로 눈부시던 햇살... 그리고 어지럽던 환영,,, 그리고 어느덧 싹 지워지던 그 하늘의 기억,,, 때로는 사람의 무리속에 파묻혀 거리를 걷는다. 이제는 나이를 더 먹는다는 것이,, 내 생일이라는 것이 무덤덤 해 진다. 얼마전에도 그저 오늘이 내 생일이구나 하고, 그리고 오늘로 한살 더 먹었구나 하는,,, 내 스스로의 '존재'를 옅게 할수록 편안 해 진다. 누구보다도 현명 한 것도, 뛰어난 것도 이제는 잊고 그저 편안하게 사람들을 대할 수 있는 지금이 좋다. 복잡하게 말 할것 없이,, 그저 나자신을 잊어버리고 싶었다는 뜻이리라. 살면서 점점 더 인간은 '섬'과 같다는 생각... 커다란 나무에 등을 기대고 높고 푸른 하늘을 우러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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