木馬 와 淑女.

한잔의 술을 마시고

우리는 버지니아 울프의 생애와

木馬를 타고 떠난 淑女의 옷자락을 이야기한다

木馬는 주인을 버리고 그저 방울 소리만 울리며

가을 속으로 떠났다 술병에서 별이 떠어진다

傷心한 별은 내 가슴에 가벼웁게 부숴진다

그러한 잠시 내가 알던 小女는

정원의 초목 옆에서 자라고

문학이 죽고 인생이 죽고

사랑의 진리마저 愛增의 그림자를 버릴 때

木馬를 탄 사랑의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세월은 가고 오는 것

한때는 고립을 피하여 시들어가고

이제 우리는 작별하여야 한다

술병이 바람에 쓰러지는 소리를 들으며

늙은 女流作家의 눈을 바라보아야 한다

......燈臺에...... 

불이 보이지 않아도

그저 간직한 페시미즘의 미래를 위하여

우리는 처량한 木馬 소리를 기억하여야 한다

모든것이 떠나든 죽든

그저 가슴에 남은 희미한 의식을 붙잡고

우리는 버지니아 울프의 서러운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

두개의 바위틈을 지나 靑春을 찾은 뱀과 같이

눈을 뜨고 한잔의 술을 마셔야 한다

人生은 외롭지도 않고

그저 雜誌의 표지처럼 通俗하거늘

한탄할 그 무엇이 무서워서 우리는 떠나는 것일까

木馬는 하늘에 있고

방울 소리는 귓전에 철렁거리는데

가을 바람 소리는

내 쓰러진 술병 속에서 목메어 우는데.

 

 -박인환시 '木馬와 淑女' 모두

 

 

무심코 바라보던 사물이나 풍경이 갑자기 눈에,, 마음에 "확~" 다가올 때가 있다. 몸은,, 생활에 일과에 쫒기다가 때론 그토록 애써온 모든것을 내려놓고,,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진다. 계단을 뛰어올라 막 다가오는 전철을 보며 "운이 좋구나~" 하지만,, 무엇이 그리 좋은 것인지,,, 시간을 즐기는 법을 점점 더 잃고 산다. 어느 성공한 경제인의 인터뷰에서 시간당 얼마나 벌고, 그와 식사를 하려면 얼마나 지불해야 하는지,,, 이런 따위의 기사를 보며 그의 삶을, 성공을 부러워 한적이 있다. 모두가 각자의 삶을 사는 것인데,,, 우리는 무엇에 쫒기듯이 그의 생활과 나의 생활을 비교하며, 분석한다.

"木馬는 하늘에 있고

방울 소리는 귓전에 철렁거리는데,,"

계절을 바라고, 구분하여 들리던 시 들이 이제는 시시때때로 귓가에 울려댄다. 계절이 사라지고,, 시공이 사라지고,, 남녀의 구분이 사라지고,, 오직 문자와 이미지 만이 허공에 남는다. "인생은 외롭지도 않고 그저 잡지의 표지처럼 통속 하거늘...." 나는 진정 무엇이 두려워서 떠나기를 두려워 한 것일까?!.... 아아,, 하늘이 높고 푸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