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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런 사람

꽃샘추위.


봄이 오시는 듯,,, 꽃샘 바람이 차갑습니다 !!!
조회(389)
이미지..,love. | 2007/03/06 (화) 2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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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데
나는 병들어
담배도 한 대 피우지 못하는데
아직도 사랑과 욕정도 구분하지 못하는데
낡은 재봉틀 앞에 앉아
늙은 어머니 수의를 만드신다
전구를 넣어 구멍난 양말 꿰메시던 손으로
팬티에 고무줄 넣어 추스려 주시던 손으로
이 병신같은 자식아 지금까지
그런걸 여자라고 데리고 살았나
힘없이 내 등줄기 후려치던 손으로
삯바느질 하듯 어머니 수의를 만드신다
연 사흘 공연히 봄비는 내리는데
버들개지 흰눈처럼 봄바람에 날리는데
죽음이 없으면 부활도 없다는데
몇날 며칠째 정성들여 그날이 오면
아, 그날이 오면 입고 갈 옷 손수 만드신다
돋보기를 끼고도 바늘귀가 안 보여
몇번이나 병들어 누워있는 나를 부른다
돈 없어 안안팎 명주로는 하지 못하고
굵은 삼베로 속곳부터 만들고
당목으로 안감 넣고 치마저고리 만드신다
죽으면 썩을 것 좋은 거 하면 뭐하노
내 죽으면 장의사한테 비싸게 사지 마라
사람은 죽는 일이 더 큰 일이다
숨 끊어지면 그만인데 오래 살아 주책이다
처녀 때처럼 신나게 재봉틀을 돌리신다
봄은 오는데 먼 산에 아파트 창 틈으로
고놈의 버들개지 봄눈처럼 또 오는데
나는 이혼하고 병들어 술 한 잔도 못 먹는데
죽음이 없으면 삶이 없구나
사람은 살아 있을 때
사랑해야 하는구나
사랑이 희생인 줄 모르는구나.
 
 
  -정호승 시 '수의(壽衣)를 만드시는 어머니'모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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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버지는 생전에 내게 "사랑한다" 말 한번 안 하셨는데,,, 내겐 사랑의 매 한번 안 치셨는데,,,초등학교 이후로 내게 납부금 한번 안 내주셨는데,,, 나에게 세상의 빚만 모두 물려 주셨는데,,, 왜, 나는 오십을 바라보며 못 견디게 아버지란 단어가 그리도 목 메이는 것일까???,,, 나에겐 부모란 짐이며 짊어지고 온 기나긴 인생의 떨쳐 버릴 수 없는 힘겨운 무게 였는데,,,  오늘 문득 굵은 수의를 정제하시고 마지막 길을 가시던 아버지의 모습이 떠 오른다. 임실의 국립묘지는 너무나 멀고 멀다. 멀리서 좋아 하셨던 약주를 빈잔에 따라 놓고,,, 잔을 든다. 아버지 저도 나이가 드나 봅니다. 세월이 흐를수록 잊혀지지 않고 무언의 눈으로 내게 무언가 말씀 하시려 하시던 아버지,,, 아버지의 마음, 벌써 알고 있었습니다.  이해 합니다.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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