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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사는 이야기

국밥 한그룻,, 먹고서.

뜨끈한 국밥 한그룻.





시장통 국밥집은 수증기 꽃이 핀다
아버지 사라진 날에도
국밥의 온도는 식지 않고
김이 자욱했다 솥단지는 노모가 지어놓은 방이다

오늘을 찬밥 위에 쏟아붓는다
솥단지로 스며든 나는
식어가는 체온으로 아버지를 기다린다
부었다 따르기를
따랐다 붓기를

노모의 국자는 솥단지 안에서 식어가던
돌아온 아버지를 걷어들이고
국밥의 체온을 식은 밥위로 쏟아붓는다
아버지가 다시 사라졌다


골목 입구와 골목 출구는
찬 밥에 뜨거운 국물로도
아버지를 배어들게 할 수 없었다 국밥의 온도가 식지 않고
수증기로 피어오르면
식어가는 아버지를 뒤로 하고
아직 식지 않은 나를 위해
부었다 따르기를


따랐다 붓기를 온몸의 색이 바랜 아버지의 옷은
도박으로 집을 팔고
가게를 저당잡혔다 시장통 국밥집에서 노모는
수증기를 휘휘 저어
거품을 걷어 내고
나를 걷어들인다
막지 못한 잡내와
삼키지 못한 말을

덥혀 내어놓는 중이다


- 이 정림 시 ‘토렴’ 모두
* 2021. 제5회 아산문학상 시 부문‘은상’



**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토요일 병원에 간호사가 먼저 덕담을 한다. “새해 더욱 건강하고 행복하세요.” 인사로 덕담을 전하면서 감사하게 웃는다. 일년이나 채울 수 있을까? 하고 염려하던 새벽투석을 횟수로 삼년을 넘기고 있다. 나름대로 체력관리를 하고 있지만,, 화, 목, 토, 4시간의 투석이 가져오는 근육통은 꾸준한 스트레칭과 운동, 마사지와 가끔의 진통제에도 그림자처럼 삶과 생활에 따라 다닌다.


아픈 사람들(?!)이 참 많다. 몸이 든, 마음 이든 성한 사람이 드믈어서 표현은 하지 않지만 ‘아픔’ 속에도 모두 자신의 삶을 묵묵히 살고 있다고 느껴진다. 육십을 넘기니 ‘눈물’이 많아진다. 그것도 ‘뒷북’이 심해진다. 앞에선 울지 못하고 후에,, 뒤에야 혼자서 운다. 마눌님은 나이 먹어서 주책이라 하여도,, 이제야 혼자서 ‘마음’을 비워내게 되었다. 감정을 쌓아놓지 않고 이제는 가슴의 작은 그릇에 차오른 복잡한 감정을 차오르기 전에 비워 낸다. 감사한 일이다.


새벽투석을 마치고 의식을 치루듯 ‘소머리국밥’을 한그릇 비워 낸다. 고기를 즐기지 않는 나로서는 고심과 실험 속에 투석날마다 단백질 보급원으로, 특별히 입맛이 땡기지 않는 한 투석일마다 ‘아점’으로 당첨 되었다. 건체중을 맞추려 노력하다 보니 ‘배 부르게’ 먹었다 라는 생각을 3년 넘게 가져보지 못했다. 올해는 하루 두끼가 자연스럽게 습관이 되기를~ 미리 앞서서 계획하고 염려하는 마음을 버리려 한다.

오늘, 최선을 살자, 잘~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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