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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사는 이야기

’적당한‘ 거리..,

사랑은 천천히 눈물을 흘린다.





미술관 그림 앞에서
두 발자국 뒤로 물러나서 보라는 경고를 들었다

그 밤
낮에 본 사선의 빛 그림자가 자꾸 떠올라
잠을 못 이루다가
잠을 못 이룬 것이
그 빛 그림자에 겹쳐진 누구 때문인 듯하여
가까운 약속을 미루었다

밖에 나가지 말라는 말을 들었다

모두 다 사람 때문이겠지만
사람이 아니라 단지 과잉 때문이었다

나도 당신에게 과잉했었다

사람은 사람을 사랑하면 안 되는 것이구나
따위의 생각을 하게 된 요즘이라면
해가 뜨더라도 바깥에 나가
사람 그림자를 밝거나
사람의 그림자가 몸에 닿으면 안 된다는
말을 들었다

이 기분의 힘이라도 살아야겠다면
한없이 가벼워지라는 말을 들었다

자신을 만지라는 말이었다


- 이 병률 시 ‘적당한 속도, 서행‘모두
[이별이 오늘 만나자고 한다], 문학동네, 2020.




- 대학원을 졸업하고 나름대로 열심히 직장을 다니던 큰딸아이가 독립을 했다. 몇년간 할아버지 집에서 직장을 다니더니 그야말로 오피스텔을 얻어서 ‘자립’을 했다. 반대파인 나로서는 이사날에도 가보지를 못했는데 작은 오피스텔을 얻어 직장 근처에 자리를 잡았다.

용돈을 줄여서 큰아이의 ‘웨딩드레스 적금’을 들었던 나는 큰아이의 ‘비혼인’선언에 가슴이 아팠는데,, 결국에는 분가를 했다. 아버지의 딸들에 대한 사랑은 ’짝사랑‘ 으로 끝나는 것인가? 아이들의 자라는 모습과과정에서 보여준 ‘어여쁨’으로 만족해야 하는 것이겠지. 작은 딸의 사위감을 보았을 때도 그러했고,, 엄마와 다르겠지만 가만히 두손을 마주잡고 기원하게 된다.

세상이 그렇다고 하는데,,대학원까지 공부를 시키고 취업을 해도 ‘독립성‘을 키워주기는 힘든 것인가?!.. 나도 모르게 엄마와 진행된 여러상황들이 기가 차게 하지만 저마다의 상황이 있다 생각 해 입을 다문다. 여태것 그래왔듯이 이제는 부모를 떠나서 겪게 되는 삶의 여러과정을 통해서 ’어른‘으로 성장하고 성숙되기를 바라지만 , 이제는 한 발자국 물러서야 할 때이다.

좋은 그림을 볼 때,, 한발 다가서 자세히 보다가, 두 발을 물러서 전체를 보듯,, 아이들의 삶에서 이제는 두 발걸음, 거리를 두어야 하겠다. 32, 30. 숫자로 쌓아온 세월의 힘이 삶의 연륜과 지혜로 아름답기를,, 이제는 모든 결정을 온전히 책임지고 이루어내는 어른의 삶의 초입에서 상처받지 말기를 기도한다.


항상.., 언제나 “사랑한다, 사랑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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