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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런 사람

곁에 있는, 그러나 멀리 있는,,


항상 곁에 있는,, 그러나 멀리있는 풍경.... 여행
조회(256)
이미지..,love. | 2008/06/23 (월)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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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  아끼고 애용하는 잔 이다.
 
 
 
 
1,손만 뻗으면 닿을 곳에
머리맡이 있지요
기저귀 놓였던 자리
이웃과 일가의 무릎에 다소곳 모여
축복의 말씀을 내려놓던 자리에서
머리맡은 떠나지 않아요
아무 말도 떠오르지 않던 첫사랑 때나
온갖 문장을 불러들이던 짝사랑 때에도
함께 밤을 새웠지요 새벽녘의 머리맡은
구겨진 편지지 그득했지요
혁명시집과 입영 통지서가 놓이고 때로는
어머니가 놓고간 자리끼가 목마르게 앉아 있던 곳
나에게로 오는 차가운 샘 줄기와
잉크병처럼 엎질러지던 모든 한숨이
머리맡을 에돌아 들고났지요
성년이 된다는 것은 머리맡이 어지러워지는 것
식은 땀 흘리는 생의 빈칸마다
머리맡은 차가운 물수건으로 나를 맞이 했지요
때론 링거줄이 내려오고
금식 팻말이 나붙기도 했지요
 
 
2, 지게질을 할 만하자/ 내 머리맡에서 온기를 거둬
가신 차가운 아버지/ 설암에 간경화로 원자력 병원에
계실때/ 맏손자를 안은 아내와 내가 당신의 머리맡에
서서/ 다음 주에 다시 올라올게요 서둘러 병원을 빠져
나와 서울역에 왔을 때/ 환자복에 슬리퍼를 끌고 어느
새 따라오셨나요/ 거기 장항선 개찰구에 당신이 서
계셨지요/ 방울 달린, 손자의 털모자를 사 들고/ 세
상에서 가장 추운 발가락으로 서울역에 와 계셨지요/
식구들 가운데 당신의 마음이 가장 차갑다고 이십 년
도 넘게 식식거렸는데/ 앏은 환자복 밖으로 당신의 손
발이 파랗게 얼어 있었죠/ 그 얼어붙은 손발, 다음 주
에 와서 녹여드릴께요/ 그 다음 주에 와서/ ./ 그,,/
그 다음 주에 와서 녹여 드릴게요/ 안절부절이란 절에
요양 오신 몇 달 뒤/ 아, 새벽 전화는 무서워요/ 서둘
러 달려가 당신의 손을 잡자/ 누군가 삼베옷으로 꽁
꽁 여며놓은 뒤였지요
 
 
3, 이제 내가 누군가의 머리맡에서
물수건이 되고 기도가 되어야 하죠
벌써 하느님이 되신 추운 밤길들
쓸쓸하다는 것은 내 머리맡에서
살얼음이 잡히기 시작했다는 거죠 그래요
진리는 내 머릿속이 아니라
내 머리맡에 있던 따뜻한 손길과 목소리란 것을
알고 있지만 말이에요 다음 주에 다음 달에
내년에 내후년에 제 손길이 갈 거예요
전화 한 번 넣을게요 소포가 갈 거예요 택배로 갈거예요
울먹이다가 링거 줄을 만나겠지요
금식 팻말이 나붙겠지요
내가 한 번도 해보지 못한 기도 소리가
내 머리맡에서 들려오겠지요 끝내는
머리맡 혼자 남아 제 온기만으로 서성대다가
가랑비 만난 짚불처럼 잦아들겠지요
검은 무릎을 진창에 접겠지요.
 
 
 
  -이정록 시 '머리맡에 대하여'모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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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항상 정겨운 내 서재의 머리맡.....
 
 
 
-시집을 산지도, 책을 산지도 오래 되었다. 주일의 오후에,,, 녹차를 한잔 따라서 항상 편안한 내 서재의 머리맡에 앉았다. 이 시를 적다가 문득,, 눈시울이 젖는다. 나역시 아버지의 마지막 임종의 시간을, 머리맡을 지키지 못했었다. 오래전 고3 때의 초 였던가,, 신문사에서 아직도 숙식을 하는 나에게 툭 던지듯,,, 말을 꺼내서 아버지의 일하시던 숙소에서 학교를 다니며 조금은 편하게 시험을 준비 하라며 미안해 하시던,, 건물의 쪽방에서 고3 의 마지막 몇달을 시험준비로 밥상을 책상삼아 공부하면서,, 멀리 바라보이던 아버지의 주름진 손은 희미한 음영 이었지... 새벽같이 거리를 나서며 서소문의 지하도 어디 에선가 나직히 울리던 '멜라니 싸프카'의 쓸쓸했던 목소리는 아직도 생생하다. 먹고 사는게 급급해 대학원을 중퇴하고 직장을 다니면서,, '미안하다' 한 마디 하시고 이후로, 말이 없으시던 아버지가 떠올라.... 목이 메인다. 새벽 1시나 되어야 돌아오는 큰 딸아이를 기다리며,, 나는 아버지의 반에 반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을 문득 한다. 그 말없이 간절했을 기원....
 
-104일의 칩거 동안에,, 아버지의 묘소를 두번 찾았다. 멀리 있다는 핑계로 다음주에, 다음달에 차후에,,, 계속 미루다가 두어번..... 나 역시 세상이 말하는 불효자식인 듯 하니,, 내 자식들에게 효도를 말하지 않는다. 그저 맺힘없이 자라서 '사람노릇'이나 잘 하면서 행복했으면 하는 소망이다. 자식들은 부모의 염려와 기원으로 자란다는데,,, 문득 '내 부모는 아무것도 해주지 않았다'는 그간의 생각이 눈물겹다. 토요일 오후, 동네의 단골식당에 간만에 찾으니,, 큰 누이같고 어머니 같은 식당의 아주머니가 곱게 화장을 하셨다. 예전에 그렇게 다녔어도 화장한 모습을 보지 못했는데,,, 초로의 그 모습이 문득 곱게 느껴져 칭찬같이 '곱다고' 이야기하니 '발그레' 볼을 붉히시는,, 나이가 들어도 여심이 살아 있는 한 여자는 여자이다. 내가 좋아하는 무채와 파김치, 그리고 물에 시원하게 썰어 놓은 간간한 오이지를 먹을 수 있는 집, 집 근처에서 내 입맛에 맞는 밥집이 있다는 것은 감사할 일이다. 만나기로 한 친구는 학생들의 레포트 채점이 밀려서 다음에 보자는 소식... 토요일에도 바쁜것이 좋지,,,,
 
 
-친구들과 멀리 떨어져 사니,, 술 한잔을 하고 싶어지면 혼자서 쓸쓸히 잔을 든다. 먹음직한 김치찌개에 오이지, 파김치,, 소주 한잔에 안주가,, 상찬이다. 오랜지기 같은 두꺼비를 한잔 따라 앞에 두고 투명한 액체를 바라본다. 내 앞으로의 삶도 저처럼 더욱 투명하며 기분좋게 취할수 있기를,,, 몇잔에 기분좋게 올라오는 몽롱함에 식당을 나서며 동네의 산책로를 한바퀴 돌아 머리를 맑게한다. 흐릿하게 찌프린 하늘은 비를 잔뜩 머금고 있다. "섞여들자...." 하는 생각,, 가까운 곳에서 동호회도 가입하고 까페활동도 하고 그렇게 바쁘게 살아보자고 생각한다. "즐겨본다"라는 생각을 너무 멀리하며 살아온 듯... 이제는 가까운 곳에서 편하게 섞여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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