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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사는 이야기

가을 하늘.

누구일까? 저 깃발에 그리움을 매단 이는…,







하늘이 더 깊어진 것이 아니다
눈앞을 많이 치운 탓이다


밥그릇처럼 뒤집어도
다 쏟아지지 않는 저 짙푸른 늪같이


떨어지는 곳이 모두 바닥은 아니다
열린
바닥이 끝없이 새떼들을 솟아오르게 한다


티 없다는 말, 해맑다는 말!
가을엔 어쩔 수 없다는 말, 끝 모를 바닥이라는 말!


바닥을 친다는 것, 고통을 저렇게 높이 올려놓고
바닥을 친다는 것
그래서, 살찌고 자란다는 것!


당신이 내게 올 수도 있다는 것
변명은 더 이상 깊어지지 않다는 것!




- 유 종인 시 ‘가을 하늘’
_《아껴 먹는 슬픔》(문지, 2001)




** 가을 입니다. 이 푸르른 날에 비가내려 계절이 깊어진 날, 지인의 남편이 몸을 달리 했습니다. 병으로 그간의 어려움이야 미루어 짐작 하였지만, 부고의 소식은, 결국에는 하면서도 마음이 저려 옵니다. 부고란에 “명복을 기원합니다.” 라고 쓰고나서 카페에 새글에 보니 그 와중에 마음을 다스리며 올린 시 하나가 마음을 울렸습니다. 누구에게나 닥치는 삶의 순서 이지만,, 가슴이 아려 옵니다. 그래서 가을 비는, 그렇게 내렸나 봅니다. 평안 하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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