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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사는 이야기

뜨거운 원두커피 한잔.

함박스텍과 뜨거운 커피 한잔.







JJJ에겐 관리된 정원
부인과 자식
사랑 닮은 불꽃도
없다

커피포트에 물을 끓인다
여과지에 고온의 물을
두 차례 나누어 붓는다
종이 냄새가 올라온다
여과지를 충분히 적신 뒤
개수대에 물을 버린다
증기는 견고하다

원두를 분쇄한다
아침부터 내린 비가 창을 통과했고
규칙적인 저음이 계단을 두드리고
방문 아래로 기어 다닌다
몸을 웅쿠린 채 쓰러져 잠든 저음을
빗자루로 쓸어낸다 바닥에서 밀려나며
팔을 뻗어보지만 늘어진 손아귀에
붙잡히는 것은 없다

얇은 물줄기를 붓는다
중심에서 바깥으로
원을 그리며 벗어나도록
손목은 고정하고 팔을 돌린다
기다린다 주전자를 쥐고
참아본다 물이 빠져나간 여과지
굵은 물줄기를 쏟는다
앞선 기다림보다 적게 물도 적게
주전자를 기울여 한 지점을
적시고 마른 입술에 침 바른다

실내화 뒤축을 끌고
거실을 가로질렀다
낮은 소파에 앉아
담배를 태웠다
커피를 한 모금 혀로 굴리고
손가락에 묻은 물기는
소파 가죽에 문질렀다
주전자에 남은 온수를
커피에 따른다

비바람이 들이친 바닥에서
강물을 빨아들인
나무껍질 냄새가 풍긴다
부엌에서 커피포트가 끓고 있다
다인용 탁자를 들이려 했다
밀대를 쥐고 돌아다니며
이곳에, 아니 이곳에
배치할 곳을 짐작하였다
전화를 붙잡고 문의 하기도 했다
옮길 염두가 나지 않는 묵직한 탁자를 원했다
자주 고동색이면 더 멋질 테이블 하나


- 이자켓 시 ’Rinsing’모두




* 마눌님은 ‘양구 휴양림’으로 쉬러 떠나고 모처럼 긴장을 풀고 노곤한 몸을 푹 쉬었다. 그 놈의 ‘루틴’이 뭔지,, 자동으로 떠지는 눈을 비비며 일어나니 06:05분, 그래도 6 시간을 깨지도 않고 푹 잤다. 이제는 서늘한 아침, 미지근한 물을 한잔 마시고 운동을 나갔다. Apple Music 에서 이어폰을 통해 멘델스존 바이올린 협주곡 e 단조를 ‘정경화’의 연주로 들으며 길을 걸어 나갔다.

마눌님의 정년퇴직 이후에 일주일에 나흘은 내가 식사와 설거지를 해결한다. 그동안 수고를 했으니, 보답의 차원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은 내가 먼저 처리하고 있다. 아침은 주로 계란 후라이 두개에 커피한잔. 오늘은 선선한 날씨에 포트에 커피를 끓였더니, 포트가 오바이트를 해서, 저지른 김에 주방 청소를 하고 일회용 함박스테이크 를 데웠다. 나름, 든든한 한끼에 만족하며 빨래도 돌리고, 다시 읽기 시작한 책을 펴 읽는다.

이제는, 이렇게 ‘한적한 시간’이 제법 주어질 텐데,, 나름의 ‘시간 유용법’을 찾아야 겠다. 사는게, ‘마음 먹은대로’ 이루어 지지는 않지만 소중하게 주어지는 ‘시간’들을 잘 써야 하겠지, 미뤄 두었던 LP판도 먼지를 딱고 한번이라도 더 들어봐야 겠다. 9월의 끝자락에서 왠지 마음이 급해지는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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