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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수염

會者定離 去者必返








가령 내가 마당에서 빗자루질이나 하며 살고 있다고 하세,

자네는 내가 마당에 어질러진 나뭇잎이나 잡동사니를 쓸며
  마음의 어디를 쓰다듬고 산다고는 생각지 말아주게
내가 마당에서 빗자루질을 하는 이유는
빗자루질을 함으로써 드러나는 마당의 살겨리 목적이 아니라
빗자루질이 지나간 길 위에 빗자루질을 끈힘없이 반복하면서
나의 행위 위에 나의 체중과 호흡을 스며들게 하기 위해서라네
빗자루질에 마음을 싣다 보면
나도 모르게 내가 내 마음을 쓰다듬고 있음을 느끼네만
내가 빗자루질 위에 빗자루질을 계속하는 이유는
빗자루질 위에 빗자루지를 반복 함으로써 그속에 나의 행위가 스며들고
텅 빈 내가 행위 속에 담겨 마당으로 배어들게 하기 위해서라네.

자네는 이러한 사고가 지나치게 폐쇄적이라고 하겠지
그러나 나는 오히려 자네들의 합리적 목적적인 사고에서 어떤
  폐쇄성을 느끼네
나는 나의 시가 이 세상의 모든 시들과 더블어 시가 되지 못함을 아네,
시가 되지 못함을 알면서도 이 짓을 되풀이하는
현실은 끊임없는 발육이요 작용이네.
내가 마당에서 빗자루질을 반복하는 이유는
어떤 목적이 있어서가 아니라 행위를 되풀이 하면서
목적을 벗어나는 순간의 나를 시간속에 스며들게 하기 위해서라네
시간 속에 시간을 중첩시키며 시간을 무명화(無名化)하는
대체로 이러한 생각들이 요즈음 내가 마당에서
  빗자루질을 하며 얻는 것이라네.


가슴에 불꽃을 문 자(者) 
그 불꽃 때문에 더 어두워지고
가슴에 불꽃을 묻어 버린 자
그 어둠 때문에 더 황폐해지나니....
나는 스스로 버림받고 버림받으며
시의 발밑에다 죄나 지으며 죽어 가겠네.
영혼은 우리가 먹고 마신 살 때문에 다시 목말라 오고
(구원? 그것은 빈 주전자
알면서도 가까이 입 대고 마신.)




  -조정권 시 '내가 마당에서 빗자루질 하는 이유'모두









언제부턴가 걸음이 한없이 빨라졌다. 주위의 풍경에 상관없이 정면을 응시한채,, 때로는 내 삶의 문제에 골몰한 채... 쫒기듯이 무엇을 쫒아가는 듯이 그렇게 달리듯이 걷고 있었다. "무엇과 경쟁하고 있는가?!?..." 많은 것을 잃고 나서야 주위의 풍경도, 하늘도 길가에 수집게 피어있는 들꽃의 아름다움도 파도의 푸르고 깊은 코발트 색도,, 산과 산 사이에 이어진 능선 사이로 푸르게 떠오르는 여명의 순간도 '그자체'로 느낄 수 있게 되었다. "세상엔 댓가없이 이루거나 깨닳을 수 있는것은 아무것도 없다." 머리를 끄덕일 때 쯤에 불편해진 몸을 이끌고 난 다시 시작했다. 여행을 다니거나 일 때문에 거래처를 방문할 때 그곳이 낯설고 역주변에서 가까운 곳이거나 몇정거장의 거리일 때,, 느릿 느릿 걸으며 풍경을,, 사람들을 본다. 이렇게 걷다가 군대에서 나를 괴롭히던 나보다 나이어린 선임병도 만날수 있었고,, 그는 나를 보자 눈길을 피하며 슬그머니 사라졌다. 중학교 시절 교회학교에서 '호감' 을 가졌던 여학생도 볼수 있었는데,, 그녀는 메이커의 통닭체인을 하고 있었다. 세월이 흐를수록 뚜렷한 모습에서 '희미한' 형상으로 변하는 듯 느껴지는,,,, 사람과 형상의 기억들.....


" '회자정리 거자필반' 이라.... 만나면 헤어질 때가 있고 헤어진 사람도 다시 만날 때가 있으니,,,," 살면서 매순간, 한사람 한사람을 만날 때 마다 소홀히 할 수 없는 이유이리라. 이틀간 다소 무리하게 움직인 탓인가?! 몸에서 신호를 보내 온다. 일정을 하루 미루고 오늘은 '느릿느릿' 움직여 본다. 천천히 길을 걷다보니 주변에도 꽃나무들이 눈에 들어온다. 어느덧 벛꽃도 꽃몽우리를 터뜨리고 있다. '템포 바이러스' 라는 책에서 언젠가 읽은 귀절이 떠 오른다.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시간을 보내는 데에 시계는 필요 없다. 중요한 것은 시간이 주는 혜택을 이용하는 것이다" 하는 말..... 봄 햇살이 따사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