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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수염

그 사람 이름은 잊었지만,, 그 입술, 그 눈동자, 내 마음에 있네....








샤를르 보들레르          800원
칼 샌드버그                800원
프란츠 카프카             800원
이브 본느프와           1,000원
에리카 종                 1,000원
가스통 바슐라스        1,200원
이하브 핫산              1,200원
제레미 리스킨           1,200원
위르겐 하버마스        1,200원


시를 공부 하겠다는
미친 제자와 앉아
커피를 마신다

제일 값싼
프란츠 카프카.




  -오규원 시 '프란츠 카프카'모두









언제부턴가 커피의 씁쓸함이 싫어져서 설탕이나 시럽을 한스픈, 또는 조금씩 넣게 되었다. 때로 입냄새도 걱정이 되어 수시로 이를 딱지만,, 이제는 '은단'을 갖고 다니는 나를 보고,,,, "이제는 늙은이가 다 되었네..." 라고 한 친구가 놀린다. 나는 그저 씁쓸하게 웃지마는,, 나는 내게서 좋지않은 냄새가 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이가 먹을수로(이렇게 적어 놓으니,, '어르신'들께 죄송하다),, 내게 좋은 향기가, 삶의 향기가 나면 좋겠다고 생각 해 본다. 요 며칠동안 고등학교 동창들의 모임과 대학동문의 모임이 '간소하게' 있었다. 모두들 풍채가 좋아지거나 머리 숱이 빠지거나,, 변모한 모습만큼 세월의 나이를 더하고 있다. 학창시절의 '개구졌던' 모습들은 어느덧 사라지고,, 사업 이야기, 부부 이야기, 자식 이야기,,, 고만 고만한 생할속에도 서로 격려도 하면서 서로의 '어깨'를 두드린다.

부담없는 술자리... 자욱한 담배연기가 숨이 막혀 화장실을 찾으며 나와서 바라본 거리에는 퇴근후의 또 다른 내모습들이 바쁘게 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어제는 만개하게 후드러진 목련을 길에서서 한참을 바라보며 섰었지,,,, 왜 목련을 보며 나는 바다를 떠 올렸는지?!... 문득 바다로 떠나고 싶다고 생각 했었다. "사람들 사이에 섬이 있다. 그 섬에 가고 싶다." 학창시절 입속으로 되뇌이던,, 오래동안 잊고 지내던 정현종 시인의 '섬'이 갑자기 떠 오른다. 내가 문득 외롭게 생각 되었던 것일까???.... 매콤한 곱창을 입안에 넣고 쓴 소주 한잔을 "탁~" 털어 넣는다. 문득 '몽롱해지는'... 세상 속에서 저마다 '힘들다고, 외롭다고' 외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사라진 '엠블'의 한 친구가 생각나,, 전화를 걸어본다. 그동안 안부가 걱정이되어 메세지만 보내곤 했는데,, 답장이 한번도 없었고,, 전화 걸기가 무서워 미루어 두었는데 취기에 용기를 내었건만,,,, '전원'이 꺼져있다. 글을 통해 알게된 친구.... 살아온 인생의 과정이 힘들었으니 어떠한 파고를 겪든 잘 이겨내고 있으라 믿어본다. 이제는 이 친구의 번호도 지워야 할 때가 온것 같다. 모두들 자신이 '선택'한 모습으로 살아갈 자유는 스스로에게 있다. 그 형태에서 나오기 싫어하는 사람을 끄집어 내려 하는것도 '죄(罪)'라는 생각이 든다. 문득 목을 타오르게 하는 갈증에 아주 뜨겁고, 쓰디슨 커피를 한잔 청하여 마신다. 오규원씨가 마시던 커피집은 어디일까?! 인사동일까? 대학로 일까??,, 세월의 흐름만큼 엷어지던, 흩어지던,,, 나도 제일 값싼 '프란츠 카프카'를 청해 마시고 싶다. 짙어질수록 훝어지는 어둠속에 술은 취하지도 않고, 나는 왜, 맛도 없고 향도 없는 이 커피를 마시고만 있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