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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수염

잘게 부서진 햇살 속에, 눈부신 꽃들 속에,, 사람들 속에서.....








이별은 손 끝에 있고 서러움은 먼데서 온다
강 언덕 풀잎들이 돋아나며
아침 햇살에 핏줄이 일어선다
마른 풀잎들은 더 깊이 숨을 쉬고
아침 산그늘 속에 산벚꽃은 피어서 희다
누가 알랴 사람마다
누구도 닿지 않은 고독이 있다는 것을
돌아 앉은 산들은 외롭고
마주보는 산은 흰 이마가 서럽다
아픈 데서 피지 않은 꽃이 어디 있으랴
슬픔은 손끝에 닿지만
고통은 천천히 꽃처럼 피어난다
저문 산 아래 쓸쓸히 서 있는 사람아
뒤에 오는 여인이 더 다정하듯이
그리운 것 들은 다 산뒤에 있다
사람들은 왜 모를까 봄이 되면
손에 닿지 않는 것들이 꽃이 된다는 것을.



  -김용택 시 '사람들은 왜 모를까' 모두









어릴때부터,,, '쓴 것'을 잘 먹었는데,,, 이제는 쓴 것이 싫다. 커피 3스푼에 밀크를 타서 마시다가, 이제는 커피 3스푼에 설탕을 한스푼 넣어 '쓴맛'을 줄인다. 자가운전 보다는 전철을 잘 이용하는 편이지만,, 때로 전철을 기다리다 끝없이 이어진 철길을 보면,, 그 철길에 따라 피어오르는 아지랭이를 보면 전철에 타서도 무작정 끝까지 가서 '이름모를 역'에서 내려, 전혀 낯선 곳에서 낯선 동네를 헤메이다 지친 몸을 이끌고 허술한 다방에 들어가 '달고 단 다방커피'를 청해 마시고 싶다는,,, 우스운 생각을 가끔 한다. 세상은 많이도 변하여 서울의 어느 촌 동네를 가도 발전이라는 미명아래 실없는 농담을 받아주는 친근한 인상의 다방 아가씨도 진한 맆스틱을 바른 다방 마담의 푸근한 넉넉한 미소도 찾아볼 수 없는데,,,, 푸념처럼 머리를 흔들며 포트에 물을 붓고, 카푸치노 잔에다 커피를 세 스푼, 갈색의 설탕을 '듬뿍' 한스푼.... 그리고 뜨겁게 끓기를 마친 물을 칠홉 가까이 붓는다. 하얗게 김이 오르며 커피의 엷은 향이 퍼진다.

돌아보면,, 주위에는 진달래도 개나리도, 목련도 또한 이름모를 작은 꽃들도 다투어 피어 있는데,,, 눈길 줄 새도 없는 듯 하루하루를 달리고 있다. 때로는 무엇을 하는지도 모르는 듯 정보를 찾고, 사람을 만나며, 일을 하고 진행하며,, 돈이 된다는 생각에 감흥도 없이 무수한 B급 영화를 보고,, 다시 파트를 나눠 일을 하고.... 그리곤 곧 잊어 버렸다. 책상에 쌓여있는 15권의 책들.... 절반도 채 읽지를 못하고 쌓여만 있다. 일년을 나누어 생각하고,, 분기별로 월별로 계획을 세우던 일들이 이제는 분기는 커녕, 한달도 내다보기 힘들게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하루하루 체크하고 계획을 세우고 사람을 만나며 일을 처리해 나가는 그 끝없는 순환에서,,, 때로 지치지 않기를 기도한다.  


"우울모드... 일까?!" 그제의 내글에서 한 친구는 '우울모드 인걸 아냐'고 물었는데,,, 조금, 지쳐있는 듯 싶다. 봄 햇살처럼 환한 계절에는 피곤해도 휴일에는 밖으로 나가는게 좋겠다. 하루에도 몇번을 교차하는 주식과 펀드도 모두 잊고 환율도 결제일도 때로는 '무감각'하게 넘긴 채(이러면 '부도' 나겠지만,,).... 싱그러움 속에 '그 자체'로 존재하는 자연의 아름다움을 느껴보아야 한다. 봄날은 가고,, 또 오겠지만,,, 올해의 '봄날'은 이번 뿐이니 '다음'을 기약하기 보다는 "즐길 수 있을 때에 즐겨라" 가 정답 이리라. 넓고 끝없는 벌판의 꽃속에서.... 꽃의 향기를, 자연을,, 나 자신을 온전히 느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