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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런 사람

위점막하종양?! 가끔 찬란한 슬픔 속에 묻혀 가슴을 저미는 고통에 몸부림칩니다 하지만 내 가슴의 슬픔을 기쁨과 바꾸지는 않겠습니다 내 안의 구석구석에서 흐르는 슬픔이 웃음으로 바꿔지는 것이라면 나는 그런 슬픔으로는 눈물 또한 흘리지 않으렵니다 눈물은 가슴을 씻어주고 인생의 비밀과 감추어진 것들을 이해하게 해줍니다 눈물은 부서진 가슴을 가진 사람들을 하나로 묶어주는 힘이 있습니다 나는 나의 삶이 눈물을 갖기 원합니다 - 칼린 지브란시 '눈물갖기 원합니다' 모두 * 매달 두번 지병으로 병원을 왕래하다 보니 일년에 한번 나오는 건강검진이 귀찮기도 했지만 두렵기도 했다. 지병으로 수술한지 16년차, 마음을 다잡고 종합검진을 실시 한바, 역시 다소의 우여곡절이 있었으나, 친구의 표현을 빌리면 "그분이 많이 사랑한다" 라는 것이다.. 더보기
그대가 떠나간 날, 꽃비가 내립니다. 왼쪽에 내가 오른쪽엔 네가 나란히 걸으며 비바람 내리치는 길을 좁은 우산 하나로 버티며 갈 때 그 길 끝에서 내 왼쪽 어깨보다 덜 젖은 네 어깨를 보며 다행이라 여길 수 있다면 길이 좀 멀었어도 좋았을 걸 하면서 내 왼쪽 어깨가 더 젖었어도 좋았을 걸 하면서 젖지않은 내 가슴 저 안쪽은 오히려 햇살이 짱짱하여 그래서 더 미안하기도 하면서 우산이 좁아서 - 복효근 시 '우산이 좁아서' 모두 * 제대로 봄꽃을 보지 못해 어제는 밤길을 나서서 동네를 크게 한바퀴 돌았다. 어느새 꽃잎이 바람에 휘날려 꽃비로 내리고 있었다. 잠깐사이, 어둠이 짇어져 가로등이 환한 곳만 그 아름다움을 볼 수 있었지만 꽃나무를 따라 걷다보니 바람따라 흩어져 떨어져 내리는 꽃잎은 아쉬움 이다. 어두움이 짙게 내려는 밤길에 머리위로 날.. 더보기
비가 내리고, 바람이 불고,, 사월에 눈이 내립니다. 이렇게 춥고 눈이 쌓이는 날엔 신부야 가난한 우리가 더 깊은 산골로 가서 산골로 가서 눈에 묻혀 한 스무 살 쯤으로 살면 좋겠다 지하수 펌푸가 얼어서 내가 장작을 패고 있는 사이 계곡물을 길러 가는 신부야 네 귀가 추위에 빨갛게 얼었구나 나는 패던 장작을 내려놓고 털 부숭한 산토끼나 한 마리 잡아서 그놈의 가죽으로 신부 귀를 감쌀 귀덮개를 만들어 주어야겠다고 가만가만 토끼 발자국을 찾아 나서겠지 토끼 발자국 따라가면 눈 속에 먹을 것을 찾아 아, 거기 눈처럼 하얀 토끼가 두 귀를 쫑긋 세우고 애처로이 나를 바라보고 있는 것인데 그 놈의 귀가 내 사랑하는 신부의 귀처럼 빨갛구나 나는 토끼와 토끼의 신부와 그 어린자식들이 안쓰러이 떠올라서 마른 풀이라도 뜯어 먹으렴 하면서 언덕에 쌓인 눈을 파헤쳐 주곤 모른.. 더보기
맑은하늘. 천장(天葬)이 끝나고 일제히 날아오른 독수리 떼 허공에 무덤들이 떠간다 쓰러진 육신의 집을 버리고 휘발하는 영혼아 또 어디로 깃들 것인가 삶은 마약과 같아서 끊을 길이 없구나 하늘의 구멍인 별들이 하나 둘 문을 닫을 때 새들은 또 둥근 무덤을 닮은 알을 낳으리. - 유하 시 '생(生)' 모두 * 아직 20대 였던 추웠던 이맘때쯤 티벳에 간적이 있다. 그당시에는 나름 불교에 심취하여 티벳의 사찰과 구전으로 회자되던 천장을 직접 보려고 간것인데,, 그때의 티뱃 사람들의 맑은 눈동자와 순례자의 끊임없는 기원과 참회의 삼보일배 풍경은, 여전히 깊은 충격과 감동으로 내 가슴에 남아있다. 티벳인의 장례인 천장은 그당시 나에게 인간의 '허무'란 단어를 실감하게 하였다. 그 장례의 모습과 쓸쓸함은 삶과 죽음의 순환구조.. 더보기
그대를 사랑합니다. 당신을 사랑합니다 사귀기에 편한 당신의 나이와 부르기에 편한 당신의 이름과 다가가기에 좋은 당신의 온도와 함께하기에 좋은 당신의 숨결을 사랑합니다 당신을 사랑합니다 열 개의 기쁨보다 하나의 슬픔이 더 즐거운 사람 접으면 손바닥만큼 작고 펼치면 하늘을 다 가릴 듯 커지는 사람 당신을 사랑합니다 그 맑은 눈동자에 나의 행복이 비치고 힘들 땐 아파주고 울어주어 그대 내 몫임을 알게 해준 사람 사랑하기에 좋은 사람 당신이 곁에 있어 너무도 행복합니다. - 강우혁 시 '사랑하기에 좋은 당신을 사랑합니다' 모두 * 아침에 대강 일을 정리하고 커피포트에 물을 끓여 진하게 커피를 탄다. 커피 두스푼 반, 설탕 한스픈, 밀크 조금... 요즘은 부드러운 라떼가 입맛에 맞다. 문득 커피를 넘기다가 커피와 사랑은 비슷하다는 .. 더보기
'산다'고 하는 것. 그 사람이 라디오를 켜는 시간이야 물 잔의 물까지 어는 추운 겨울밤 그 사람은 라디오를 켜지, 당신이 사는 도시보다 한 시간 삼십 분쯤 먼저 저녁이 일찍 찾아오는 산골마을 산 번지 저녁이 오기 전에 저녁밥 지어 먹고 저녁이 오면 이내 깜깜해지는 겨울밤에 불이 꺼져 무덤처럼 춥고 어두웠던 집에 라디오가 알불처럼 켜지는 거야, 빈방에 소리들이 두런두런하며 스스로 따뜻해졌어 여름 이후 그 사람은 입을 닫아버렸어 사람의 소리를 잃어버린 그 사람의 방은 무덤 속 같았지, 사람 소리를 들을 수 없는 방 적막이 먼지로 수북수북 쌓이는 방 그 사람이 다락방에서 작은 라디오 하나 챙겨왔어 라디오가 처음 켜지는 날, 그때 알았지 아, 소리라는 것이 알전구처럼 밝고 소리라는 것이 손난로처럼 따뜻하구나 그 사람은 어린 시절의.. 더보기
안녕? 안녕! 안녕,,, 걸음 뗄 때마다 오른편 발뒤꿈치 아프게 땅기는 족저근막염에 걸려 침을 아홉 번 맞아도 통증 기울지 않고 복수초가 피었다 졌을 지금쯤 개나리 한창일 더보기
왼쪽을 위한 아리아. 내가 너의 손을 잡고 걸어갈 때 왼쪽비는 내리고 오른쪽 비는 내리지 않는다. 우리에게는 언제나 많은 손들이 있고 나는 문득 나의 손이 둘로 나뉘는 순간을 기억한다. 내려오는 투명 가위의 순간을 깨어나는 발자국들 발자국 속에 무엇이 있는가 무엇이 발자국애 맞서고 있는가 우리에게는 언제나 너무 많은 비들이 있고 왼쪽 비는 내리고 오른쪽 비는 내리지 않는다. 내가 너의 손을 잡고 걸어갈 때 육체가 우리에게서 떠나간다 육체가 우리를 쳐다보고 있다 우리에게서 떨어져나가 돌아다니는 단추들 단추의 숱한 구멍들 속으로 왼쪽 비는 내리고 오른쪽 비는 내리지 않는다. - 이수명 시 '왼쪽 비는 내리고 오른쪽 비는 내리지 않는다' 모두 * '시간은 흐르는 물 같다.' 어느덧 한해가 저물고 있다. 시간을 재며 달려가는 세월속..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