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나는 이런 사람

'산다'고 하는 것.

      


 







그 사람이 라디오를 켜는 시간이야

물 잔의 물까지 어는 추운 겨울밤

그 사람은 라디오를 켜지, 당신이 사는

도시보다 한 시간 삼십 분쯤 먼저

저녁이 일찍 찾아오는 산골마을 산 번지

저녁이 오기 전에 저녁밥 지어 먹고

저녁이 오면 이내 깜깜해지는 겨울밤에

불이 꺼져 무덤처럼 춥고 어두웠던 집에

라디오가 알불처럼 켜지는 거야, 빈방에

소리들이 두런두런하며 스스로 따뜻해졌어

여름 이후 그 사람은 입을 닫아버렸어

사람의 소리를 잃어버린 그 사람의 방은

무덤 속 같았지, 사람 소리를 들을 수 없는 방

적막이 먼지로 수북수북 쌓이는 방

그 사람이 다락방에서 작은 라디오 하나 챙겨왔어

라디오가 처음 켜지는 날, 그때 알았지

아, 소리라는 것이 알전구처럼 밝고

소리라는 것이 손난로처럼 따뜻하구나

그 사람은 어린 시절의 광석 라디오를 기억했어

광석과 대나무에 코일을 감아 만들어

이어폰으로 듣던 광석 라디오, 신기해했었지

귀로 들을 수 없는 허공의 소리를

광석 라디오는 포충망처럼 잡아주었지

그 방에 사람이 모여 살 때 쏟아졌던

환한 웃음소리 달그락거리던 저녁 밥숟갈 소리

허공에 곤충처럼 떠다니고 있을 것이라고

그 사람은 생각했기에, 라디오는

그 소리들을 다시 잡아줄 것이라고

그 사람은 믿었기에 , 라디오를 켜는 거야

AM에 kmz중파에서부터 주파수를 찾아

FM의 mhz초단파까지 주파수를 펼치며

라디오는 허공에 날아다니는 소리를 채집해

이제 그 사람의 집에 오래 불이 켜져 있어

라디오에서 나온 소리들이 이방

저 방 둘러앉아 그의 가족이 되었을 때

라디오는 그의 입이 되고 그의 귀가 되었어

이제 그는 걱정 없이 잠들었다가

편안하게 잠을 깨

 

뭐 해? 당신도 라디오를 켜봐

 

- 정일근 시 '라디오' 모두

[세상의 기척들 다시쓰다], bookin, 2009.






- 명절연휴 이전에 길에서 넘어지며 왼쪽 손목을 다쳤다. 병원에서 정기 진료가 있는 날이라 오전부터 바쁘게 움직였건만,, 급한 마음이 화를 부른 것일까?!.... 왼손을 짚으며 '섹션'이 내장되여 있는지라 잘 쓰지도, 무거운것도 잘 들지않는 손인데, 순간적으로 '아차!" 싶었지만,, "뚝~" 소리가 나고 급하게 일어나 손목을 만져보니 통증은 조금 있었지만,, 역근처의 한의원으로 가서 진찰을 받아본 결과 손목이 부러지거나 이런것은 아니고 근육이 놀라서 통증이 오는 것이라며 일단 침을 맞고 일처리를 했다. 약국에서 파스를 사서 몇번씩 갈아가며 찜질을 했건만 다음날 사무실 근처의 단골 한의원에 가서 부황을 뜨고 침을 맞고 테핑을 하고 나서야 통증이 조금 가라 앉았다. 하지만 곧 명절에 아버님 제사에,,, 내 손을 마냥 쉴수도 없었으니,, 연휴를 마치고 찌뿌등한 몸을 쉬지도 못하고 물건을 정리하고 매입을 하고 재고처리를 하다보니,, 온몸이 비명을 지른다. 연휴를 마치고 한의원에가서 계속 치료를 받아야 하는데,, 그럴 시간도 내지 못하고 말았다.

피곤이 목까지 차오르는데,, 아버지의 제사로 내려온 작은누님이 피곤해 보이는 내가 걸렸는지 연휴가 긴 동생과 사무실 근처에서 전화를 했다. 오래간만에 형제끼리 술잔을 나누는데,, 그 따스함이 정겹다. 누님과 동생은 노래방으로 2차를 가기를 원하는데,, 13시간 가까이 일을 하고 술을 한잔하니,, 피곤이 몰려온다. 집에 전화를 하여 어머니집에서 잔다고 하곤 집으로 고고싱~ 간단히 씻고 12시가 다 되여 전기장판의 온도를 높이고 누웠으나 너무 피곤하여 쉽게 잠들지 못했다. 팔순의 노모는 새벽잠이 없으신지 새벽 4시에 화장실을 다녀와 내 얼굴을 어둠속에 잠시 들여다 보시곤 들어 가신다. 이리 뒤척 저리 뒤척이다가 6시에 일어나 세수를 하니 시원한 콩나물 김치국에 집에 있는 반찬은 다 끄내 놓으셨다. 피곤으로 입맛은 소태 같았으나 어머니와 누이의 정성을 생각해서 국에 밥을 조금 말아 한그릇을 비우고 집을 나섰다.

토요일은 상가에 상을 당한 지인이 20여일 만에 삶터에 출근을 했다. 가까운 사람들이 인사를 나누는데,, 모두들 눈가가 젖어 있다. "힘 내시라고, 악수라도 나누자고,," 인사를 나누고 돌아서는 내마음도 무겁다. 근처의 이웃 한분이 " 남자들을 50을 넘기면 갑자기 사고를 당하는 경우가 많으니,, 삼촌도 조심하시라 " 말씀해 주시니,, 감사하고. 무거운 마음으로 하루를 정리하는데 앞집이 또 매장 확장공사로 5시를 넘기지도 않았는데 인부들이 오고 복잡해 진다. 30분 일찍 길을 나서서 처가집에 새해인사를 드리러 갔다. 저녁을 먹고 장인어른의 컴퓨터를 고쳐 드리고 집에 도착하니 저녁 9시, 대충 씻고, 자리를 깔고 온도를 뜨겁게 올리고 11시쯤 잠이 들었는데,, 그래도 5시에 눈이 떠진다. 어제 집으로 돌아오는 차속에서 안경을 분명히 낀것 같은데,, 안경은 없고, 이리저리 찾다가 처가집에까지 전화를 했으나 역시 무... 어디선가 나오겠지 하는 초탈한 심정으로 옛 안경을 끼고 글을 쓴다.

제주행까지,, 일주일 남았는데, 아직까지 코스 검색이나 숙소예약도 하지 못했고, 체력은 바닥이고 손목은 아직도 시큰 거리고, 온몸은 안쑤시는 곳이 없다. 속도를 줄여야 하는데,, 모든 일에 조금 더 여유를 가지고 진행해 나가야 하는데,, 이 나이가 되니 "시간이 없다" 라는 것을 깨닿는다. 누구나 다 알고 몸소 '그것을' 느끼지만,, 제어 할 힘이 없는것이 아니라, '속수무책'이라는 단어가 적절할까?!....  결국에 '나'를 내려 놓아야 정답인데,, 그리 살려하면 '인간의 도리'를 지키기가 또한 힘들어지니,, 사람이 사는게 영원히 딜레마의 연속이다. 그래도,, 힘을 내자, 일주일 후면 나홀로 훌훌 길을 걸어 나갈수 있으리니,, 그곳에는 좀 더 따스한 사람들과 아름다운 풍경,, 그리고 아름다운 제주의 겨울바다, 바다가 기다리고 있다. 내일부터 손목도 잘 치료하고, 기초체력 보강운동도 하고 차근차근 준비를 해야 한다. 봄이 다가오니,,, 마음이 설레임은 내 지병 이련가?!.... ㅎㅎㅎ.

    


'나는 이런 사람'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맑은하늘.  (0) 2012.03.13
그대를 사랑합니다.  (0) 2012.03.08
안녕? 안녕! 안녕,,,  (0) 2011.12.30
왼쪽을 위한 아리아.  (0) 2011.12.07
하늘을.... 본다!  (1) 2011.1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