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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런 사람

청명.


국화차를 마시며.. 맑게 보이는 눈으로,,,,
조회(533)
이미지..,love. | 2007/09/21 (금)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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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스토리 - 일상

 
 
 
 
 
아침 신문에서 향기로운 시 한 편 읽었다
올해 풀꽃상 수상자, 간이역
졸린 눈이 반짝 뜨였다
이전투구 정치판 이판사판 사회면
오염된 말 거짓된 광고만 현란한 지면에
작은 박스 기사는 한 포기 풀꽃처럼 돋아 있었다
바람에 잔 물결처럼 마음이 일렁, 종일 화안했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쓸쓸한 일이었다
광기의 이 시대, 풀꽃과 간이역은 동의어 였다
하찮은, 쓸모없는, 없애도 될,
 
완행열차에 마음 끌리던 시절이 있었다
세상은 끝없이 안개가 자욱했고
멀리서 별빛 몇 개 아스라한 때였다
대합실에서 혼자 낯선 간이역들을 훑다가
한림역이요, 표를 끊었다 이름이 좋아서였다
도시를 벗어날수록 기차간은 장터 같았다
퀴퀴하고 소란했지만 훈훈했다
옹배기를 인 아낙네들
후줄근한 모자를 쓴 사내들이 많았다
어데 가능교
딸네 집에 안 가요 해산바라지 하러 간다오
모처럼 곱게 한복을 입은 할머니는 흐믓이 말했다
노란 금잠화 붉은 칸나가 잘 다듬어져 있는
간이역은 소담히 평화로웠다
몇백 원짜리 차표를 팔고 화단을 가꾸며
간간히 깃발을 들었다 내리는 역장이 부러웠다
천천히 미끄러져가는 완행열차처럼 살고 싶었다
그렇게 유유히 흘러가고 쉬엄쉬엄 머물러 바라보면
안개 자욱한 세상도 푸르스름 밝아올 것 같았다
 
안개는 걷혔으나 이제 시커먼 매연으로 숨막힌다
나 또한 매연 뿜어내며 고속도로 쌩쌩 달려왔다
그 간이역엔 지금도 금잠화가 피고 있을까
역장은 하루에 몇번이나 깃발을 들까
눈길 한번 안 주고 달려가는 고속전철 바라보며
간이역엔 시골 폐교처럼 풀꽃만 수북할 테지
태울 아이 하나 없는 녹슨 그네처럼
바람이나 싣고 완행열차는 삐걱대며 서 있을 테지.
 
 
  -조향미 시 '간이역'모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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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이 시를 읽다가,, S대 물리학과를 나와서 연구소에 있다가 답답하다고 뛰쳐 나와 대학원에서 공부를 더 하다가 지금은 어느 지방의 역장으로 있는 교회의 선배가 떠 올랐다. 아침에 내가 출근을 할때면 기방을 옆구리에 끼고 지하철에서 책을 열심히 들추던 선배,, 음대의 뒷동산에 누워 있다가 아름다운 노래소리에 끌려서 기웃대다가 지금의 아내를 만났다고 자랑하던,, 환하게 웃던 미소가 생각난다. 역장으로 발령 났다기에 "역장은 뭐하우?" 하고 묻는 나에게 "표도 팔고 깃발도 흔들고,, 꽃도 가꾼다" 는 유연한 대답이 내심 부러웠었다. 추석명절을 맞이 하면서 명절이 상실된 시장의 경기에 모두들 힘들지만 그래도 서로 격려하며 힘을 내는 모습... 수입상가도 대형마트에서 거의 '모든'물건을 팔아대면서,, Apt 상가의 소상인들이 무너지면서 명절이나 대목이 없어졌다. 나름대로의 발빠른 대응이나 영업력으로 살길을 찾아나서지 못한 상인들은 사라져 갔다.
 
-해마다 명절이면 시골이나 고향에 내려갔다 와서는 사업체를 정리하는 사람들이 몇명씩 있다. 나름대로 가족들과 논의를 하고 결정을 내리는 것인데,, 가족들과 모임에서 힘을 더 얻고 활력을 받아서 생업에 더 매진할 수 있기를 기원한다. 사람은 날마다 쓰러지듯이, 날마다 일어서야 한다고 믿는다. 우리의 삶이 그러할진데,,, 내 인생에서, 삶에서 나는 미소를 잃고 싶지 않다. 웃으며 살리라, 밝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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