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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리깐데

찬란한 슬픔의 봄.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 테요

모란이 뚝뚝 떨어져 버린 날,

나는 비로소 봄을 여읜 설움에 잠길 테요

오월 어느 날, 그 하루 무덥던 날,

떨어져 누운 꽃잎마저 시들어 버리고는

천지에 모란은 자취도 없어지고

뻗쳐 오르던 내 보람 서운케 무너졌으니,

모란이 지고 말면 그뿐, 내 한 해는 다 가고 말아

삼백 예순 날 하냥 섭섭해 우옵내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기다리고 있을테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




- 김영랑 시 '모란이 피기까지는' 모두





* 해마다 계절이 바뀌고 봄이 가까우면 영랑을 읽는다. 입춘이 지나면 봄이 제일먼저 피어나는 제주로 길을 떠나지만,,, 올해는 동백도 수선화도 보지 못하고, 봄을 시샘하는 세찬 바람에 봄비만 흠뻑 맞고 돌아오고 말았다. 꽃소식이 들려오면 남으로 남으로 걸어 내려가 영랑이 살았던 강진까지 내려가 ' 찬란한 슬픔의 봄'을 느껴보고 싶다. 연두빛의 산수화에 매화꽃, 벗꽃, 진달래... 환장하게 피어나는 꽃소식에 시간도 내지 못하면서 베낭에 카메라만 넣었다 꺼냈다 하여 본다. 봄꽃처럼 내마음과 몸도 다시 피어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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