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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수염

조금씩.. 차 오르는 슬픔.

                                                   







아래층에서 물 틀면 단수가 되는


좁은 계단을 올라야 하는 전세방에서


만학을 하는 나의 등록금을 위해


사글셋방으로 이사를 떠나는 형님네


달그락 거리던 밥그릇들


베니어 판으로 된 농짝을 리어카로 나르고


집안 형편을 적나라하게 까 보이던 이삿짐


가슴이 한참 덜컹거리고 이사가 끝났다


형은 시장에서 자장면을 시켜주고


쉽게 정리될 살림살이를 정리하러 갔다


나는 전날 친구들과 깡소주를 마신 대가로


냉수 한 대접으로 조갈증을 풀면서


자장면을 앞에 놓고


이상한 중국집 젊은 부부를 보았다


바쁜 점심시간 맟춰 잠 자주는 아기를 고마워하며


젊은 부부는 밀가루,그 연약한 반죽으로


튼튼한 미래를 꿈꾸듯 명랑하게 전화를 받고


서둘러 배달을 나아갔다


나는 그 모습이 눈물처럼 아름다워


물배가 부른데도 자장면을 남기기 미안하여


마지막 면발까지 다 먹고 나니


더부룩하게 배가 불렀다, 살아간다는 게




그날 나는 분명 슬픔도 배불렀다.

 

 



  - 함민복 시 '그날 나는 분명 슬픔도 배 불렀다' 모두






- 무리져 흐드러지게 핀 코스모스가 아니라 다소곳이 홀로 핀 가녀린 코스모스가 아름답고, 도시의 언덕 계단을 오르고 지나 넓게 시야가 트인 한 구석에 노랗게 홀로 핀 들꽃이 더 곱다. 산다는 것이 어울려 함께 사는 것이지만 사람의 연륜이 어느 정도에 도달하니 친구나 이웃, 함께하는 사람들도 어렴픗이 함께 할 수 있는 '수준'을 자연히 감지하게 된다. 모든 사물과 현상엔 그 역이 존재하고 선이 악이되고, 정이 반이 되는 세상이지만,, 모든 삶에 분명한 정도는 존재한다. 가진다는 것이, 소유 한다는 것이 그 품목을 늘릴수록, 가짓수를 늘릴수록 갈증이 나고 새롭고 더 새로운 '어떤것'을 끝없이 찾게 된다는 것을 실감했다. 이젠 내가 사게되는것 소유하게 되는 물건들에 다시금 생각케 되니,, 집에 쌓아둔 '잡동사니'도 그 쓰임새를 찾아간다.  나 역시 삶의 '수준'이 낮은 사람으로 수준 운운이 우습지만,,, 최근들어 사람마다 '현격한' 수준이 존재하고, 그 수준은 어떤 물리적 힘으로도 겉으로는 변한 듯이 보이지만,, 결코 본성이나 본질은 변함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사람은 과연 무엇으로 사는가?!.... 대부분은, 그것도 질문이냐고, 이야기 하겠지만,,, 때로 물질 만으로, 자신의 만족과 쾌락만으로 살수 없는게 인생이다. 인간은 본래 善한 존재 일까? 惡한 존재 일까?..... 그 근본적인 질문을 다시금 던지게 하는 서글픈 8월의 말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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