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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수염

가을,, 그리고 女人....



                                             - 언제 부턴가, 길가에 후드러지게 핀 들꽃들이 너무 좋다.

 

 

달포 만에

郡 도서관에서 빌린 책을 반납하러 갔어요

코스모스 아록아록, 가을이

꽃을 굽고 있었어요

길섶에서 봇물 터지는 꽃, 꽃, 꽃들

괜히 미워서 눈 질끈 감고 1톤 트럭 몰았지요

감시 카메라는 또 얼마나 많은지

찍힐 듯 말 듯한 속도로

달렸지요 서둘러 책 반납하고

단양 읍내 꽃집에서 장미 한 다발 샀어요

(가을 꽃은 팔지 않고요, 장미는 계절이 없지요)

꽃손이 아름다워 백장미 한 단

흑장미 또 한 단

곱은 그대 손에 쥐어 주려고요

꽃 피는데 무슨 이유 있나요

덧없이 피는 마음들을 꽃이라 부르지요

볼긋볼긋 가을마져 구워지는 오늘.

오늘은

보름 내내 읽었던 책 속의 봄꽃들도

꽃뱀의 혓바닥처럼 사륵사륵 고개 내밀 것 같은

그런, 가을날이네요

 

 

   -홍정순 시 '가을, 꽃 한 다발 샀어요' 모두

 

 

 - 큰애와 시간을 땡겨 과외를 마치고 시골로 내려가려는 작은 처남과 작은딸와 마눌님을 토요일, 내려보내고 밀린 일처리를 끝내고 모처럼 한가해진 집에서 눕기도 잠깐,, 데리러 오라는 큰따님의 호출에 번개같이 차를 몰고 '공주님'을 픽업 해 온다. 배가 고프다는 큰아이의 성화에 마눌님이 준비해 놓고 내려간 김치찌개를 데운다. 냉장고를 뒤져보니 열무김치, 겉절이 김치, 고추졸임, 묵은지... 그야말로 김치말고는 먹을게 없는데,, 돼지고기를 큼직히 넣은 김치찌개를 한그릇 듬뿍 퍼주며 "시장이 반찬이다" 하며 차려주니,, 배가 고프기는 했는지 밥도 많이 담아 주었는데 평소와 달리 군말 없이 다 먹는다. 잠시 tv 를 시청하다 자신의 방으로 다시 들어가고,, 난 신문을 추려 아이가 읽어야 할 사설이나 논설을 체크하여 책상에 놓아 준다. 이제 2학기가 시작 되었고,, 얼마 남지않은 고 3 생활의 현실감으로 은근히 긴장하는 눈치. 맑고 고운 가을날, 코스모스도 보고 머리를 가볍게 어루만지는 가을바람을 느끼기도 하지만,, 현실에서 눈을 돌릴 수는 없다.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라고 평소에 이야기 했듯이 나름대로 자신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은 정말 중요하다. 나름대로 심적 갈등이나 아픔이 있지만 열심히 나름 최선을 다하는 큰딸 아이의 모습에 무언의 끊임없는 신뢰와 응원의 기원을 보낸다. 무언가 얻기를 원한다면,, 무엇인가 하나를 주어야 하는 법. 일생을 살면서 철저히 깨닳아야 하는 인생의 제 1 법칙이다. 


- 일요일, 다소 늦은 아침을 토스트에 쥬스로 때우고 큰 아이는 도서관으로, 나는 미루어 두었던 거실과 서재를 청소한다. 청소기를 돌리고 간 큰아이의 방도 밀대 걸레로 딱아주고,, 오늘은 가을 햇살이 따사롭게 느껴진다. 복잡한 일도 일단락 했고,, 이번주부터는 제대로 운동이든 등산이든 실행을 해야 하는데,, 뒤늦게 휴가를 다녀온 이웃들의 좋았던 소식에 마음은 설레지만,, 일단 18일의 2차 진료 후에 계획을 실행 하기로 한다. 이런 컨디션에 요즘 유행하는 '신종플루'까지 감염 된다면,, 정말 끝장이다. 월요일은 오전에 일찍 시간을 내어 평화공원 이라도 다녀올까?!... 이렇게 계획을 세워 보지만 월요일이 닥치면 또 일이 터진다. '사소함'을 버리자고 하면서,, 그 미련을 아직 완전히 떨치지 못함은 내가 미련한 탓인데,,, 길게 먹고 살고자 한다면 그 '사소함'을 버려야 한다. 줌 렌즈도 하나 구입해야 하는데,, '그분'을 심하게 누루고 있는데,, 조만간 강림할 조짐이 보인다. 때는 좋은계절 가을이라 전시회에 음악회에 공연으로 끊임없이 '러브콜'을 불러 대는데 먹고 살기에도 시간이 없으니,,, 사는게 정말, 전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