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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로운 거리

손튼 와일더 - 우리마을.


맹인이 코끼리 만지 듯 살아가는 세월 속에.....
조회(596)
이미지..,love. | 2007/10/02 (화)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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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꽃그늘 아래서
내 일생이 다 지나갈 것 같다
기다리면서 서성거리면서
아니, 이미 다 지나갔는지도 모른다
아이를 기다리는 오 분간
아카시아꽃 하얗게 흩날리는
이 그늘 아래서
어느새 나는 머리 희끗한 노파가 되고,
버스가 저 모퉁이를 돌아서
내 앞에 멈추면
여섯 살배기가 뛰어내려 안기는 게 아니라
훤칠한 청년 하나 내게로 걸어 올 것만 같다
내가 늙은 만큼 그는 자라서
서로의 삶을 맞바꾼 듯 마주보겠지
기다림 하나로도 깜박 지나가 버릴 生,
내가 늘 기다렸던 이 자리에
그가 오래도록 돌아오지 않을 때쯤
너무 멀리 나가버린 그의 썰물을 향해
떨어지는 꽃잎,
또는 지나치는 버스를 향해
무어라 중얼거리면서 내 기다림은 완성하겠지
중얼거리는 동안 꽃잎은 한 무더기 또 진다
아, 저기 버스가 온다
나는 훌쩍 날아올라 꽃그늘을 벗어난다.
 
 
  -나희덕 시 '오 분간'모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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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생업을 이어가면서 자신의 일이 生業이 되는 한, 감수 해야하는 고통 이라는게 있는것 같다. 직장인이든, 사업자든, 학생이든,, 가정주부이든,,, 누구나 다 자신의 입장에서의 어려움. 연암 박지원의 산문중에 이런 글이 있다. 화담 서경덕선생이 길을 가다가 집을 잃고 울고 있는 어떤 사람을 만났다. 왜 울고 있냐는 선생의 말에 그가 울면서 대답하기를, "저는 다섯살에 눈이 멀어서 이십년 동안이나 앞을 보지 못하고 살았습니다. 그런데 오늘아침 밖에 나갔다가 홀연히 세상이 밝게 보이기에 영문을 모르고 기뻐하였지요, 신기해서 사방을 구경하다가 이제 집으로 돌아가려 하는데, 길은 여러갈래요, 대문들은 비슷비슷해서 도무지 어디가 어딘지 분간할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울고 있습니다." 이 말을 듣고 화담 선생은 집으로 돌아갈수 있는 방법을 일러주었다. " 잘들어라, 도로 눈을 감아 보아라. 그리고 지팡이를 두드리며 걷다보면 곧 너의 집이 나올것이다." 그래서 그 눈먼 사람은 늘 하던대로 다시 눈을 감고 지팡이를 두드리며 걸어가 집을 찾아갈 수 있었다고 한다.
 
-Thornton Wilder (손톤 와일더,1897~1975)의 'Our Town, 우리마을'이라는 작품이 있다. 1938년에 풀리쳐상을 수상하여 미국에서 주로 연극으로 표현된,, 하지만 현재의 시각으로 보아서는 '우리마을'은 그저 심심하고 하품나는,, 이렇다 할 줄거리도, 극적인 요소도 없는 제목 그대로의 미국 뉴 햄프셔의 작은 시골마을을 묘사하고 있다. 3막으로 되어있는 연극은 나레이터겸 배우, 때로는 무대위 연출까지 하는 '무대 매니저'가 나타나 마을에 대한 설명을 한다. 마을의 지리, 인구, 건물등을 소개하며 두 이웃 깁가와 웹가의 하루를 보여준다. 아침이 되여 신문이 배달되고, 우유배달부가 지나가고, 엄마들은 아이들을 깨워 아침을 먹여 학교에 보내고, 교회 합창연습을 하고  아이들이 학교에서 돌아오는등,, 하나도 특벼한 것이 없는 평범한 하루이다. 2막의 제목은 '결혼'. 몇년이 흘러 이웃에서 자란 에밀리 웹과 조지 깁의 결혼식 날이다. 딸을 시잡보내며 섭섭해 하는 친정엄마, 분주한 준비, 들이닥치는 손님들, 그저 평범한 사람들의 평범한 결혼식이 묘사된다.
 
-3막은 다시 몇년이 흘러 둘째아이를 낳다가 죽은 에밀리가 묻힌 묘지가 배경이다. 두고온 세상에 미련이 남아 에밀리는 무데 매니저에게 꼭 하루만 다시 삶의 세계로 돌아갈 수 있게 해달라고 부탁하고, 자신의 열 두번째 생일로 돌아가는 것을 허락 받는다. 아침밥을 잘 씹어 먹으라는 엄마의 잔소리, 출장에서 돌아오는 아버지, 이모와 친구에게 온 생일 선물들....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지상에서의 하루를 살며 에밀리는 회한에 젖어 소리친다. " 엄마, 절 그냥 건성으로 보시지 마시고 진정으로 보아 주세요. 지금으로부터 14년이 흘렀고, 저는 조지와 결혼했고, 그리고 이제 죽었어요. 월리도 캠프 갔다 오다가 맹잠염으로 죽었잖아요. 하지만 지금, 바로 지금은 우리모두 함께이고 행복해요. 우리 한 번 서로를 눈여겨 보기로 해요." 그러나 에밀리의 말을 들을 수 없는 웹부인은 기계적으로 이런저런 선물설명에 바쁘다.에밀리는 견디지 못해 무대 매니저에게 " 그냥, 돌아가겠어요, 시간은 너무 빨리 흐르고, 우리는 서로를 제대로 쳐다볼 틈도 없어요, 안녕, 세상이여. 안녕, 그로버즈 코너즈, 엄마, 아빠, 똑딱거리는 시계, 엄마의 해바라기, 맛있는 음식, 커피, 그리고 갓 다림질 한 옷, 뜨거운 목욕, 잠자리에 드는 것, 그리고 아침에 눈 뜨는 것, 아 지구여, 네가 얼마나 멋진 곳인 줄 알았더라면......"
 
-어릴때에는 시간이 참 느리다고 느꼈다, 이제는 시간은 참으로 물같이 흘러 간다고 느낀다. '개안(開眼)'이라고 말해야 할까?! 눈을 뜨고도 제대로 보지 못하고 느끼지 못하던 세상의,, 주위의 소중한 것들,,, 서로 질시하고 싸우고,, 서로 더 가지려, 더 잘났다고 싸우지만,, 새로운 생명이 태어나고 사랑하는 사랑이 있고,, 노을이 아름다우며 나무에 단풍이 물들어가는 아름다운 산하,알면서도 때론,, 느끼면서도,,, 너무 늦게야 깨닫는 것이 우리의 게으른 속성인지라 지금 내곁에 있는 사람들과 눈을 마주치고 진정으로 얘기를 나눌 틈도 없이 하루 하루를 힘겹게 살아간다. 화담 선생의 말씅이 눈은 떳으나 여전히 바로 알지 못하는 내게 들려온다. "도로 눈을 감아 보아라, 그리고 지팡이를 두드리고 걷다보면 곧 그곳이 나올것이다. 네 마음의 눈을 감았던 그곳이....." 
 
-언젠가 한 블로그의 벗이 "왜 사는지? "하고 물었을 때에 딱히 명쾌하게 말해줄 수 없었다. 삶에 명쾌한 대답이 어디있으랴 하는 것이 내 생각이였고,, 현재의 나는 여전히 많은 문제와 괴로움,, 그리고 어려운속에서 산다. 하지만 내가아는 한가지는 내 인생은 소중하고 내 삶은 진행형이며,, 포기할 수 없다는 것,, 살면서 '무엇'을 바라는 것은 아니다. 때론 기쁘기 보다는 괴로운 날이 많더라도 난 내 삶의 하루하루를 느끼며 살고싶다. 난, 살아 있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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