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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수염

아, 지저스 !







예수가 낚시대를 드리우고 한강에 앉아 있다.
강변에 모닥불을 피워놓고 예수가 젖은 옷을 말리고 있다.  
들플들이 날마다 인간의 칼에 찔려 쓰러지고 풀의 꽃과 같은 인간의 꽃 한송이
피었다 지는데, 인간이 아름다워 지는 것을 보기 위하여,
예수가 겨울 비에 젓으며 서대문 구치소 담벼닥에
기대어 울고 있다.
 

술취한 저녁,
지평선 너머로 예수의 긴 그림자가 넘어간다.
인생의 찬 밥 한그릇 얻어 먹은 예수의 등뒤로 재빨리 초승달 하나 떠오른다.
고통속에 넘치는 평화, 눈물속에 그리운 자유는 있었을까
서울의 빵과 눈물을 생각하며 예수가 홀로 담배를 피운다.  사람의 이슬로 사라지는 사람을 보며,
사람들이 모래를 씹으며 잠드는 밤 낙엽들은 떠나기 위하여 서울에 잠시 머물고,
예수는 절망의 숲으로 걸어 간다.
 

목이 마르다,
서울이 잠들기 전에 인간의 꿈이 먼저 잠들어 목이 마르다.
등불을 들고 걷는 자는 어디 있느냐 서울의 들길은 보이지 않고, 밤마다 잿더미에 주저 앉아서
걷옷만 찟으며 우는자여, 총소리가 들리고 눈이 내리더니, 서울에서 잡힌 돌 하나, 그 어디 던질데
없도다.  그리운 사람 다시 그리운 그대들은 나와 함께 술잔을 들라  술잔을 들고 어둠속으로 이 세상
칼끝을 피해 가다가, 가슴으로 칼끝에 쓰러진 그대들은 눈 그친 서울밤의 눈길을 걸어 가라.
아직 악인의 등불은 꺼지지 않고, 서울의 새벽에 귀를 귀울이는 고요한 인간의 귀는 풀잎에 젓어,
목이 마르다.
인간이 잠들기 전에 서울의 꿈이 먼저 잠이 들어,
아, 목이 마르다.
 

사람의 잔을 마시고 싶다.
추억이 아름다운 사람을 만나, 소주잔을 나누며, 눈물의 빈대떡을 나눠 먹고 싶다.
꽃잎 하나 칼처럼 떨어지는 봄날에 풀잎을 스치는 사랑의 등불이 꺼지지 않도록, 서울의 등잔에
홀로 불을 켜고 가난한 사람의 창에 기대어 서울의 그리움을 그리워 하고 싶다.  

 
나를 섬기는 자는 슬프고, 나를 슬퍼 하는자는 슬프다.
나를 위하여 기뻐하는 자는 슬프고, 나를 위하여 슬퍼 하는자는 더욱 슬프다.
나는 내 이웃을 위하여 괴로워 하지 않았고, 가난한 자의 별들을 바라보지 않았나니,
내 이름을 간절히 부르는 자들은 불행하고, 내 이름을 간절히 사랑하는 자는
더욱 불행 하다.
 

 

        - 정호승시 '서울예수' 전문
 

 

 

* 종교가 정치색을 띄기 시작하면서, '사람'을 잃었다. 나 역시 종교를 버렸지만,, 때로 보이는 현상에서 마음이 편치 못하니, 자유롭지는 못한 모양이다. '템풀스테이 예산'이니 '4대강 반대입장'이니 하며 아래에서 위를 치고, 위에서 아래를 치며 '서로'의 입장으로 종교계도 '정치판'과 닮아 간다. 예수나 부처는 '이런 모습'을 보며 무어라 말을 할까?! 세상엔 '각자'가 갈길이 있다고 믿는 나로서는 이런 모습이 좋게 보이지는 않는다. 세상은 점점 더 세분화 되고, 전문화가 되어 가는데 '전문가'는 잘 보이지 않고 '사이비'가 전문가의 모습으로 판을 벌인다. 그러다 일이 어그러지면,, "아니면 말구!" 란다. 새해에는 '사이비'가 사라지고 진정 '인간다운 마음'을 가진 '전문가'들이 각 분야에서 활약하길 기다려 본다. 사람사는 세상에서 '윤리'마저 사라진다면 종교도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