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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수염

사람들은 '좋은기억'들을 만들기 위해 산다.

 

 

나무는 자기 몸으로
나무이다
자기 온몸으로 나무는 나무가 된다
자기 온몸으로 헐벗고 零下 十三度
零下 二十度 地上에
온몸을 뿌리박고 대가리 쳐들고
무방비의 裸木으로 서서
두 손 올리고 벌받는 자세로 서서
아 벌받은 몸으로, 벌받는 목숨으로 起立하여, 그러나
이게 아닌데 이게 아닌데
온 魂으로 애타면서 속으로 몸 속으로 불타면서
버티면서 거부하면서 零下에서
零上으로 零上 五度 零上 十三度 地上으로
밀고 간다, 막 밀고 올라간다
온몸이 으스러지도록
으스러지도록 부르터지면서
터지면서 자기의 뜨거운 혀로 싹을 내밀고
천천히, 서서히, 문득, 푸른 잎이 되고
푸르른 사월 하늘 들이받으면서
나무는 자기의 온몸으로 나무가 된다
아아, 마침내, 끝끝내
꽃피는 나무는 자기 몸으로
꽃피는 나무이다.

 

 

- 황지우 시 '겨울-나무로부터 봄-나무에로' 모두
시집<구반포 상가를 걸어가는 낙타>, 미래사

 

 

 

* 남보다 늦은 휴가를 떠나면서,, 계획은 가지고 있되 무계획으로 마음 가는대로 움직이면서 '자유롭고 편안' 했습니다. 3박 4일 제주의 이곳저곳을 무심한 마음으로 다니면서 '사람'을 만나고 마음을 더하여 따스하고 행복 했습니다. 3일간은 일찍 일어나 길을 걸어 나가고 숙소로 되돌아 와서는 따스한 물로 샤워를 하고 땀에 젖은 옷들을 세탁기에 빨아 탈수하고 말리며... 조용히 찾아오는 밤이, 평안한 마음으로 TV 속의 뉴스를 바라볼 수 있어 좋았습니다. 한동리 라는 제주의 외진마을 '바우네민박' 생면부지의 인생의 선배를 만나 삼일을 유하면서 이토록 편할수 있다는게 신기한... 내집같은 편안함을 느꼈습니다.

여행은, 휴가는 내 삶에 '에너지'가 고갈되어 갈 때, '사람'을 잃고 사람으로 살아갈 자신이 없어질 때에 좋은 충전인것 같습니다. 오고 가는 길에서 만나는 사람들,, 고난한 삶의 길에서 '서로'를 만나 모두가 무언가 영향을 주고 받으며, 그들을 보면서 '내 삶'을 다시금 점검하고 나아가는 시간이 되니,, '휴식같은 여행'은 감사함 입니다. 삶의 연륜을 더하면서 많은것을 소유 하지만,, 결국에는 '내것'은 하나도 없다는 결론 입니다. 자식이란 존재도 그러하거늘 금전이나, 명예 같은 티끌들이야..... 오고 가는 길위에서 '좋은사람'을 만나고 '좋은기억'을 가질 수 있음에 감사 합니다. 항상.... '나'로 살고 싶다고 생각 했는데,, 지난 세월을 돌아 볼 때에 '내가 나를 부인하며 타인으로 살아온' 것이 아닌가 하고 반성하게 되었습니다.

'삶의 내공'이란 무엇일까요?  내 앞에 다가오는 인생의 순간을 '긍정의 눈과 마음'으로 바라보며 그 실체를 껴안는 것 입니다. 그간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부질없음' 을 다 길에 버리고 '긍정의 마음' 을 담았습니다. 제주를 떠나 돌아오는 길은 몹시도 춥더군요. 김포공항에 내리니 역시 제주가 따스했구나! 하는 현실감이 목덜미를 파고 들었습니다. 아이스크림을 한통 사들고 집에 도착하니 다자란 딸들은 아이스크림에만 관심있고, 여우같은 마눌님은 모자에 눌린 내모습이 초라해 보이는지 "머리도 안감았냐? 장갑은 왜 목장갑을 꼈느냐?" 하며 잔소리가 또 시작이니,,, 이제 집에 돌아온것 같습니다. 하루를 쉬었지만 다리가 풀리려면 어째 며칠은 걸릴듯 싶네요. 운동부족 입니다. 사진도 정리하고,, 사람을 만나서 '좋은기억'을 남은것은 차차 정리해야 하겠습니다. 살아 있고 살아갈 날이 아직 내게 존재함이 감사할 이유 입니다. 여러분을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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