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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잠들 때

비가 또 오시네,,




하늘에서
아무 할일도 발견하지 못하여 떠돌다
그저 지상에도 내려보지만
쓸쓸하게 비어 있는 자리마다
그대의 젖은 전신을 뉘어보지만

'살기 위해서가 아니라
죽기 위해서 모인' 사람들의
지붕, 끝없는 지붕, 지붕과 지붕의
칙칙한 기왓장을 딛는
그대는 오직
그대의 발소리만 만난다.

저물 무렵, 땅 위의 사람들은
하루치만큼 모래가 된 피를 가슴에서 털어내고
한 옥브 낮아진 체온을 점검한 뒤
병세 변화 없음
현재로선 회복될 가망 보이지 않음.
그날의 소견서를 이불 삼아
웅크려 괴로운 잠에 들 뿐이니

이 마을에 누가 있어
그대의 번갯불을 놀라 볼 것인가.
창밖에서 아무리 서성인들
그대의 찬 맨발을
누가 들여
따스히 녹여줄 것인가.

그대의 고적(孤寂)이 홀로
들의 키 큰 포플러를 적시고
빈 개울에 큰 소리 하나 되어 넘친다 해도
개울 바닥의 자갈 속엔 스미지 못하고
아무도 눈뜨지 않는
마을 의 어둔 꿈속엔
더욱 닿지 못한다.

하얗게 바랜 입술의 장다리꽃 한 송이
마지막 살아 있는 슬픔처럼
흔들리는
이 지상,
지상에서 아무 할일도 발견하지 못하면
그대는
장다리꽃 뿌리를 따라
그저 지하에나 내려가 볼일이다.


* 김 옥영 시 ‘비 에게’모두
[어둠에 갇힌 불빛은 뜨겁다],문학동네, 2021(1997).

비는,, 천천히 온몸을 적시며 스며든다.



- 올 봄에는,, 비가 참 자주오는 것 같다. 봄비 답지 않게 제법 땅을 적시는 비는 봄 황사의 뿌~염을 씻어 주었지만,, 비도 자주 내리면 어떤 의미에서 ‘구질 구질’ 하다. ‘무소식이 희소식’이란 마음으로 서로의 아픈마음을 헤아려 거래처 지인들에게 연락은 안해도 가끔 새벽에 거래처를 둘러보면 서로의 ‘처지’가 훤히 보인다.

살면서 ‘돈에 대한 욕심’은 별로 없었다. 자식들 잘 키우고 자라서 분가할 때에 조금 도와줄 여유가 있으면 좋겠다, 생각했다. 이것도 줄이고, 저것도 줄이고,, 쓸데없이 새 나가는 지출을 모두 줄이자,, 인간적으로 삭막 해 졌다. 인간적으로 생활을 한다는게 서로 만나고 정보도 교류하고, 그런 일들이 지출과 소득을 가져 오는데 코로나19로 인해 ‘생활의 육할’이 무너져 내렸다.

그래도 남들처럼 융자라도 받으려고 기웃대지 않으니 다행이라 할까,, 여러가지로 나름 편하게 생각하며 지내는데 몸이 브레이크를 잡는다. 몸살이 제법 심하게 난듯, 자고 일어나니 온몸이 땀에 젓었다. 몇일은 진통제를 먹어야 하나?,, 약을 줄이려 애썼는데,, 현실에서는 약의 종류가 더 늘어나는 슬픈 현실.

김옥영 시인은 왜 이리도 슬픈 시를 썼을까? 침잠하는 마음을 붙들고 자꾸만 눕고 싶은 마음을 일으켜 본다. 백신 2차 접종을 마치면 가라앉은 마음도 띄울 수 있을까? 비가 내리면 왠지 가라앉는 마음에 스피커에서 현의 울린이 더욱 깊어지는데,, 오늘은 괜시리 들리는 음악도 짜증스럽다. 커피를 뜨겁고 찐하게, 한잔 더 하고 싶은데 벌써 정량이 오버 라 참아야 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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