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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숲에 들다

마음의 시7/살인자의 술(번역)

 

 

아내가 죽었어, 난, 자유야!
그러니 실컷 마실 수 있지.
전에 한푼 없이 돌아 올 때면
그년 고함에 신경이 갈기갈기 찟겼지.

이제 난 왕처럼 행복하이,
공기는 맑고, 하늘도 희한 한지고
내가 년에게 반하게 된 것도
그래 이런 여름철 이였지.

가슴을 찟는 이 지독한 갈증
그걸 풀려면 아마도
그년 무덤을 채울 만큼의
술이 필요 할걸.

실은 년을 우물속에 던졌거든
그리고 그위에다 우물 변두리
돌들을 모조리 밀어넣기까지 했것다,
-잊을 수 있다면 잊고 싶으이 !

무엇으로도 우릴 떼어놓을 수 없는
우리 애정의 맹세를 위해서,
우리 사랑의 도취의 멋진 시절처럼
다시 화해하기 위해서.

난, 그날 밤, 년에게 컴컴한
길가에서 만나자고 애원 했겄다.
년이 왔어! -미친 것이 !
다소간에 우리 모두가 미쳤거든 !

무척 지친 꼴이 였지만 년은
아직도 예쁘더군! 그리고 난 또
너무나 년을 사랑했지! 그래서
말한거야 "이승에서 꺼져라"고

이 내맘을 이해할 놈 아무도 없어,
이 머저리 주정뱅이중 단 한놈 이라도
병에 찌든 밤마다 술로 수의를 삼을
그런 생각을 한적이 있었던가?

쇠로 만든 기계인양
불사신의 이 불한당은
여름이건 겨울이건 일찍이
참 사랑을 안적이 없어.

그 응큼하게 홀리는 마술이며
아비규환의 다급한 불안의 연속,
그 독약의 병들이며, 그 눈물,
그 쇠사슬과 해골 부딪는 소리나는 사랑은 !

이제 난 자유롭고 외톨이구나 !
오늘 밤 난 죽도록 취하리라,
그땐 두려움도 회한도 없이
땅바닥 위에 벌떡 누울테다.

그리고 개처럼 잠들리라!
돌이며 진흙따윌 실은
육중한 바퀴의 달구지건,
미칠 듯 질주하는 화차건.

죄많은 내 머릴 짓이기든가
한 허리를 동강내도 무방하이,
그 까짓일, 난 신이나 악마나
성탁처럼 일체 개의치 않거든 !

-'살인자의 술'모두
(1982. 4 )




내 마누라가 죽어서, 나는 자유로와 졌다!
그러니 취해 떨어지게 술을 마셔도 돼.
빈털터리로 집에 돌아 오면은
그녀의 고함소리 내 가슴 찢었지.

임금님 못지않게 난 행복해
대기는 맑고, 하늘은 더 높고...
내가 마누라에게 반했을 때도
이 같은 여름 이였지!

나를 미치게 하는 이 끔찍한 갈증
채워주기 위해선 필요하겠지.
그녀의 무덤을 채울 만큼의 술이
이런 말을 해서는 안 될 것인데

마누라를 우물 깊숙이 던져 버리고
그 위에 우물가의 돌맹이를
모조리 밀어 넣기까지 했었지
되도록 잊어버리고 있는 일!

아무것도 우리사이 떼어낼 수 없다는
사랑의 맹세를 내세우고
사랑에 도취했던 행복한 시절처럼
우리 다시 재회하자고.

어느 날 저녘, 나는 그녀에게 사정하여
으슥한 거리로 나오라고 약속 했었지.
그녀가 거기 나왔지 뭐야! 미친년 같으니!
하긴 우리 모두가 다소는 미쳤지만!

그녀는 아직도 예뻤었어,
비록 몹시 지쳐 있었지만.
그래서 나는 무척 마누라를 사랑했었지!
그래서 난 말했지, 살림의 때를 좀 씻어 버려.

아무도 내 말을 이해할 수 없어
천치같은 주정뱅이 중 누군가가
넋 잃었던 밤사이에 생각 했을까
술로 수의를 만들자고?

쇠로 만든 기계처럼
꼼짝달싹도 않는 치사한 주정뱅이는
여름이고 겨울이고 한번도
진정한 사랑을 알지 못했다.

진정한 사랑에는 검은 마력과
지옥같은 경악의 행렬
독약병, 눈물, 그리고 쇠사슬과
뼈다귀가 내는 소리가 있다!

이제 나는 자유로운 외톨이!
이 저녘 죽도록 취하여
두려움도 후회도 모르는채
땅바닥에 쓰러지듯 드러누워서

개새끼 처럼 잠들어 버리리라!
돌맹이와 진흙 가득히 실은
무거운 바퀴가 끄는 짐수레가
미쳐 날뛰는 짐마차가

죄많은 내 머리를 박살 내리라
내 몸뚱이를 두 동강이 낼 수 있겠지.
악마이건 영성체대이건
나 또한 신처럼 까짓껏 관심 없도다!


-보들레르시 '살인자의 술'모두





- 대학시절엔 랭보나 보들레르, 쟈끄 프레베르, 이들의 시를 참 좋아 했었다. 보들레르의 시는 당시에는 제대로 번역해 놓은 시집이 없어서 서툴게 직역하여 노트에 적어 놓기도 했었다. 이렇게 나란히 직역과 의역을 적어 놓으니 나름대로 유쾌하고 즐겁다. 어찌보면 의역보다는 직역이 시를 쓴 사람의 감정을 잘 살린다 라는 건방진 생각에 웃음이 난다. 이런, 이런 이야기가 삼천포로 빠지고 있다.


서로 좋아서 '결혼'을 했건만,, 살다보니 이런 '웬수'가 없다는 말들을 많이한다. 어느 친구는 10년에 한번씩 배우자를 체인지 하여 살아야 가정에 분란이 없다는 아주 진보적인 발언을 하는데,, 이도 그럴듯 하게 들리는 이유는 부부가 10년을 넘기면 서로에게 '긴장감'이 떨어지는 까닭이다.

근래에 신문을 보면 아내가 남편을, 남편이 아내를 살해하는 무섭고 서글픈 세상을 우리는 살고 있다. 원인분석을 해 보면 대부분이 금전과 치정이 얽혀 있는데,, 돈이면 모든일을 해결할 수 있다고 보고, 남의 것을 쉽게 생각하는 사고방식이 불행을 양산하고 있다. 남자와 여자는 서로 다른 존재이다. 서로가 부족한 부분을 가지고 있고, 서로가 가지지 않은 장점을 또한 가지고 있다. 부부로 산다는 것은 서로에게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고 같이 하지만,, 결코 자신을 내세우거나 강요 하지는 않는 것이다.


살면서 마눌님과 대판 싸울 때, 마지막으로 이런 생각을 한다. " 저 여자가 아주 나쁜여자는 아니지?!" 하는,,, 세상의 다른 여자나 남자는 별다른게 있을것이냐?! 다 그렇게 산다. 그래도 나는 자주 이 노래를 듣는다. " April come she will.." 언제 '그 녀'는 올지 모르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