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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런 사람

네가 잠들 때...


"네가 잠들 때" - 쟈끄 프로베르
조회(472)
이미지..,love. | 2006/05/14 (일)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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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밤마다 잠든다
난 불면에 시달린다
네가 자는 걸 본다
그게 난 괴롭다
 
꼭감은 네 눈 길게 뻗은 네 몸은
좀 우스꽝스러워도 날 슬프게 한다
갑자기 네가 웃는다
자면서 넌 웃음을 터뜨린다
지금 넌 어디에 있니
정말 넌 어디로 떠났니
아마 다른 여자와 함께
다른 곳으로 아주 멀리 가 있는 게지
그리고 그녀와 함께 날 두고 웃고 있는 게지
 
넌 밤마다 잠든다
난 불면에 시달린다
네가 자는 걸 본다
그게 난 괴롭다
 
네가 잠들 때 날 좋아하는지 난 모른다
넌 내 바로 곁에 있지만 그래도 너무나 멀리 있다
난 알몸으로 네 바로 곁에 누워있지만
그래도 마치 난 거기에 없는 것 같다
두근거리는 네 심장의 고동소리를 듣는다
나 때문에  두근거리는지 알 수 없지만
난 모른다 이제 아무 것도
어느 날인가 네가 더이상 날 사랑하지 않는다면
네 심장도 더 이상 두근거리지 않았으면 싶다
 
넌 밤마다 꿈을 꾼다 
난 불면에 시달린다
네가 꿈꾸는 걸 본다
그게 날 슬프게 한다
 
밤이면 밤마다 난 운다
넌 웃고 넌 꿈꾼다
하지만 이제 더 이상 견딜 수가 없다
분명 어느 밤 난 너를 죽일게다
그때 네 꿈은 끝나리
 
나 죽으면 또한
내 불면도 끝나리
우리 두 사람의 시체는
우리의 너른 침대에서 함께 잠들리
 
넌 밤마다 꿈을 꾼다
난 불면에 시달린다
네가 꿈꾸는 걸 본다
그게 날 슬프게 한다
 
문득 네가 잠이 깬 날
바로 날 보고 넌 웃는다
넌 햇빛과 함께 미소짓는다
나는 더이상 밤을 생각하지 않는다
 
난 언제나 똑같은 말을 한다
"어제밤 잘잤어"
나는 지난 밤처럼 대꾸한다
"그럼 잘잤지
밤이면 밤마다 네 꿈을 꾸지"
 
 
  -쟈끄 프로베르시 '네가 잠들 때'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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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시절 황씨성을 지닌 한여학생을 좋아한 적이 있다. 군입대를 앞두고 고전음악실에서 DJ로 일하면서 입대날을 기다리던 그때.... 주방에서 커피를 뽑아내던 김미욱이라는 친구의 친구였던,, 처음으로 여학생에게 관심을 가지는 날 불쌍히 여겨 친구가 연결해 주었는데 깔끔한 외모에 자존심이 강했던 그녀는 나에게 군에 가면 편지는 해 주겠다고 그저 친구로 대해 달라고 했었다. 나도 기독교인 이었지만 그녀는 유달리 그때 부흥회나 그런 장소를 많이 찾아가는 듯 싶었다. 몇차례의 만남후 군 입대를 몇일 앞둔 시점까지 나타나지 않던 그녀를 찾아서 군에 가면 편지하라고 적어준 주소로 그녀를 찾아 갔다 의정부 못미쳐 도봉동 근처 였던것 같은 그녀의 집은 그때는 내게 익숙했던 판자집. 나에게 보였던 이미지와 달리 그녀도 어렵게 사는구나 하고 느낄때 나왔어야 하는데,,, 그때 그녀의 어머니가 들어 오셨다. 행상을 하고 오시는 듯 초쵀한 어머니는 학교 친구라는 내말에 친구?  하며 낯설어 하셨는데 그때 그녀가 들어 왔다.
 
-그때 그녀의 첫마디를 나는 평생 잊지못할 것이다. "씨팔!" 속으로 삭히듯 낮게 말하던 한마디, 나에게 집근처 다방을 알려주며 먼저 가있으라고 하고는 20여분 후에 나타난 그녀의 표정엔 그때까지 볼수 없었던 '결연함'이 묻어 있었다. 나와는 이성으로 사귈수 없고 애인이 있으니 군에 가서도 편지하지 말라며 자신의 말만하고 냉혹하게 차값을 내고 돌아서는 그녀의 뒷모습을 보며 한마디 말도 못하고 일어서던 무기력한 나를 기억한다. 맹호부대, 수도기계화사단이란 군기가 세기로 유명한 부대로 배치된 후에 그녀에게 처음으로 이 시를 적어 편지를 보냈다. 하지만 수취인 불명으로 편지는 돌아왔고 후에 소개를 해줬던 미욱이를 통해서 신학교로 방향을 틀어서 전도사를 하고 있다는 소식을 첫휴가때에 들었다. 그때 이후에 '조건없는 사랑'이나 '무조건 적인 사랑'이런 단어를 들으면 웃음이 나오곤 했다. 문득 아침에 이 시가 생각나 적어보며 내게는 아무런 사심없이 첫사랑을 줬던 그녀가 생각났고 그녀의 약간 절던 왼쪽다리와 알수없던 우수에찬 웃음도 아프게 떠오른다. 생각해 보면 젊기만 하고 아무것도 없었던 그 시절 나는 무엇을 '사랑'이라 불렀던 것일까? 문득 그녀의 아픈 욕 한마디가 가슴을 쳐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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