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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런 사람

눈물밥.


"따뜻한 밥 한그릇" - 내 동생과의 추억.
조회(314)
이미지..,love. | 2006/05/17 (수) 1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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숟가락과 밥그릇이 부딪치는
 
소리에
 
간밤에 애써 잠든
 
그러나
 
내 새벽잠을 깨운다
 
점점 열심히 따스하게 들려오는
 
숟가락과 밥그릇이 부딪치는
 
소리가
 
옆집 어디선가......
 
아 그 소리가 좋아라.
 
 
  -이선관시 '작은 작품 한편'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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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밥 한그릇에 대한 내 동생과의 아릿한 기억이 있다. 국민학교시절 아버지의 부도로 서울의 장춘동 집을 팔고 약수동에서 세를 살다가 또 한번의 부도로 성남까지 내려가 산적이 있다. 그때의 성남은 그야말로 고개를 넘고, 넘어 어렵고 사연많은 사람들이 많이 모여 사는 곳 이였다. 그때 부모님은 왠일인지 전학을 시키지 않아 그곳에서 서울 청구국민학교까지 멀고 먼 거리를 버스로 통학한 적이 있다. 성남에서 약수동까지 얼마나 멀고 멀었는지 새벽에 5시에 일어나야 지각을 하지 않을 수 있어 항상 피곤 했던 기억이 남았다.
 
-내 동생은 요즘말로 늦동이,,, 그때말로 부모님의 주책(?)으로 태어 났다. 나하고는 12년의 차이,, 그래도 나는 위로 누나만 둘이 있어서 남동생이 귀엽기만 했다. 나이 많은 어머니는 젓이 잘 안나와서  남양분유 인가를 동생에게 먹였는데 그 당시 형편이 어려웠던 부모님은 우유값 대기에도 힘들었던듯 싶다. 어느 날인가 일요일, 집안에 쌀이 떨어져 밀가루로 수제비를 며칠 먹다가 그것도 없어서 하루에 한, 두끼를 먹다가 말다가 하던 때,,, 우리는 굶어도 애기는 먹여야 한다며 어머니가 앞집에서 흰 쌀밥을 한그릇 얻어 오셨다. 잠들은 동생을 보고 나중에 물에 개어서 죽으로 먹일거니까 아랫목에 묻어두며 나에게 동생 줄 밥이다. 하시곤 일을 나가 셨다.
 
-갓난애 동생과 나혼자 집에 남았을때, 책을 손에 쥐었으나 눈길은 아랫목 이불속에 파묻혀 있는 밥그릇으로  눈길이 자꾸 갔다. 뱃속에서는 "꼬르륵~" 배고프다고 난리고,,, 결국에는 밥 그릇을 꺼내 열어 보았다. 어른 놋쇠 밥그릇에 수북히 담긴 흰 쌀밥 !!! 너무나 배가 고팠던 나는 손가락으로 밥알을 살랑살랑 띠어내 표시 안나게 헐어 먹기 시작했다. 자리에 누워 자고있는 어린 동생을 바라보며,, 밥알 몇개만 띠어 먹으려 했는데 배는 왜그리 고프고 맨밥 인데도 쌀밥은 얼마나 맛나는지,,, 어느덧 밥그릇은 표시가 나게 밥이 줄어 들었다. "아! 어린동생 우유대신 줄 밥인데!!! " 그때야 그 생각이 나며 겁이 났다. 그때 갑자기 왈칵 솟던 눈물....... 5학년 때로 기억 되는데 그때 이후 사람이 배고품에 얼마나 치사해 질수 있는지,,, 배고품이 얼마나 서러운 것인지 깨달았으니,,,
 
-지금은 서른을 몇해 넘기고 노총각 소리를 듣기 시작하는 내 동생. 회사에서는 나름대로 능력있고 성실하여 모두에게 인정을 받지만 11년을 사귀었던 여인을 떠나보내고 지금은 마음을 추스리고 있다. 그제는 점심 시간에 내게 들려 점심을 함께 먹게 되어 밥을 사주었다. 찌개에 밥에 맛있게 먹는 동생을 보며 근처에 볼일이 있을때는 미리 전화하고 같이 밥먹자 하였다. 이 녀석은 모르리라 어릴적 내가 훔쳐먹은 밥 몇숟갈,,, 그것이 이리도 오래 빚으로 남아 있는지. 괜히 이슬이 맺힌 눈가가 계면쩍어 손등으로 슬쩍 비벼대며 동생에게 묻는다. "야, 밥 모자라지 않냐? 밥 더먹어라 아줌마 밥 한그릇 더 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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