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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런 사람

無.


익숙해 진다는 것... 무(無) 여행
조회(215)
이미지..,love. | 2008/05/30 (금)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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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아기를 업고
전철을 타고 들에 나가
불을 놓았다
 
한 마리 들짐승이 되어 갈 곳 없이
논둑마다 쏘다니며
마른 풀을 뜯어 모아
 
죽은 아기 위에
불을 놓았다
 
겨울새들은 어디로 날아가는 것일까
 
붉은 산에 해는 걸려
넘어가지 않고
 
멀리서 동네 아이들이
미친년이라고 떠들어대었다
 
사람들은 왜
무시래기국 같은 아버지에게
총을 쏘았을까
 
혁명이란 강이나 풀,
봄눈 내리는 들판 같은 것이었을까
 
죽은 아기 위에 타오르는
마른 풀을 바라보며
 
내 가랑이처럼 벗고 드러누운
들길을 걸었다
 
전철이 지나간 자리에
피다 만 개망초꽃.
 
 
  -정호승 시 '개망초꽃'모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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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에,, 내가 20대의 청년이던 시절에,, 사찰의 '동안거 프로그램'에 참가한 적이 있었다. 많은 참선 프로그램이 있었지만 '면벽(面壁)과 1080 배'가 기억에 남는다. 공식적으로 새벽 4시의 예불부터 시작되어 오후 10시 까지의 참선으로 이어지던 열흘간의 강행군에서 10여일의 시간동안에 50 배, 70 배, 90배, 108 배로 이어져서 수료하기까지 1080 배를 하게 하는,, 잊을 수 없는 시간들이였다. 당시에 불교도도 아닌 내가 왜 사찰의 '동안거'에 참가 했는지는 소상히 기억이 나지 않지만,, 나름대로 인생의 고민을 갖고 '화두'를 풀고자 노력한 시기였다는 생각을 한다.
 
 
-면벽(面壁)... 말 그대로 가부좌를 틀고 벽을 바라보며 앉는 것이다. 벽을 바라본 채,, 1시간 2시간,, 3시간을 면벽을 하다보면,, 제일먼저 내 몸의 온갖 불평의 소리를 듣게되고,, 다음에는 수없이 떠올랐다가 사라지는 수많은 생각들,,, 수십, 수백가지에서 수천가지,, 수만가지의 온갖 잡다한 생각들이 마음을 괘롭히고,, 초조하고, 불안하고, 나약하고, 두렵고,,,하던 세상사의 '나(自我)'가  벌거벗고 정직한 모습으로 내 앞에 서있음을 보게 된다. 이러한 시간들은 부끄럽지만,, 부처님이 보리수나무 아래서 참선했듯이, 예수께서 겟세마니 동산에 홀로 올라가 기도하는 어려움을 잔상 이나마 느끼게 해 준다고 하면 옳지 않은 표현 일까?!?...  10 여일의 짧은 수행으로 무엇을 그리도 느끼겠냐고 물으면 평생을 수도하는 스님들을 보면서 할말이 없지만,,  나에겐 '정해진 시간' 만큼의 절박한 시간이 있었다. 시간에 시간을 더하여 늘려 가면서,, 내 자신의 아름다움, 결점,, 하나 하나의 더하여 나열되는 내 자신에 더하고 덜어내고,, 그 다음에는 아무것도,, 아무것도 보이지가 않았다. 텅 비어 있었다. 곧,, 무(無).
 
-1080 배, 언젠가 친한 벗들이 108배를 하면서 절의 어려움에 대하여 이야기함에 미소로 듣고 있었지만,, 조선시대의 고승인 서산대사는 "절은 아상(我相)을 꺽음으로 진실한 자신에게 돌아가는 것"이라며 108 배 절수행을 강조 했다고 한다. 여기에서 '아상'이란 개인적 욕심에서 비롯된 잘못된 모습이다. 절의 기본은 나를 낮춤이다. 오체투지, 양무릎을 꿂은 뒤 엎드려 양 팔꿈치를 바닥에 대고, 이마까지 바닥에 맞닿게 하는 것은 더 이상 낮아질 수 없을 정도까지 나를 낮추는 하나의 실천의 행동인 것이다. 이 경험을 '인자(人子)에게 길을 묻는다'라는 졸시로 표현 한바 있으니,,, 1080 배를 하기까지 서로 짝을 정하여 상대에게 절을 하는데,, 먼저 절을 받다보면,, 절을 하다보면,, 저 사람이 누구인데 나에게 저처럼 낮춰 절을 하나?! 하는 생각에 갑자기 부끄러워 눈물이 흐르고,, 절을 하다보면,, 서서히 차오르는 열기와 등줄기를 타오르는 땀과 가빠오는 숨,,, 절을 받는 상대방의 얼굴이 점차 수많은 형상들의 얼굴로 변화하다가 미소짓는,, 그러나 울고 있는 보살님의 얼굴이 그곳에 있으니,,,, 108 배, 1080 배를 떠나서 절을 하다보면,, 상대방을 공경하는 마음, 자신을 낮추는 마음,, 자신을 가만히 돌아보게 하는 힘이 생김다. 하여,, 108 배를 마치면, 1080배를 마치면,, 절을 하다보면,,, 때로 텅 비어 아무것도 보이지 않으니... 색즉시공(色卽是色) 공즉시색(空卽是色) 이다.
 
 
-'자기과신'이란 말을 생각해 본다. 자신감에 현실감각이 결여되어 있으면 자기과신이라 말할 수 있을것 같다. 근래에 미루어 두었던 잡다한 일들을 처리해 나가면서 곳곳에 보이는 모습들은  '자기과신'이란 말을 써야할 것 같다. '나라의 일'을 하는 안면이 있는 친구를 우연히 만났다. 공직에 있으면서 일을 처리해 나감에 있어서 '자신감'은 중요하다. 하지만 첫 단추가 잘못 끼이면 모두 풀러서 처음부터 다시 끼워야 하는 법. 땜질 처방하는 모습에 한 마디 하니 기분이 상한 듯 "현실의 정치는 다르다" 한다. 그렇다 살면서 어느자리에 있던,, 내가 무엇을 아는지, 무엇을 할 수 있는지에 자신감을 갖는것은 중요하다. 그런데, 내가 무엇을 모르는지, 무엇을 할 수 없는지를 현실적으로 파악하는 것도 똑같이 중요하다는 것을 잊고 있는 것 같은 모습에 안타까웠다. ㅎㅎ,,, 백면서생 같은 내가 무엇을 알아 이야기힐까 만은,,, 문득, 그 친구의 태도에서 예전에 108 배를 하면서 땀과 눈물을 흘리며 '나 자신'을 찾고자, 바로 보고자 했던 '옛 친구'의 진솔한 모습이 그리워 가만히 두손을 합장(合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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