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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수염

30 - 31, 삶의 높이와 깊이. 바람도 없는 공중에 수직의 파문(波紋)을 내이며, 고요히 떨어지는 오동잎은 누구의 발자취입니까. 지리한 장마 끝에 서풍에 몰려가는 무서운 검은구름의 터진 틈으로, 언뜻언뜻 보이는 푸른 하늘은 누구의 얼굴입니까. 꽃도 없는 깊은 나무에 푸른 이끼를 거쳐서, 옛 탑 위의 고요한 하늘을 스치는 알 수 없는 향기는 누구의 입김입니까. 근원은 알지도 못할 곳에서 나서, 돌부리를 울리고 가늘게 흐르는 작은 시내는 굽이굽이 누구의 노래입니까. 연꽃 같은 발꿈치로 가이없는 바다를 밟고, 옥 같은 손으로 끝없는 하늘을 만지면서, 떨어지는 날을 곱게 단장하는 저녘놀은 누구의 시(詩)입니까. 타고 남은 재가 다시 기름이 됩니다. 그칠 줄 모르고 타는 나의 가슴은 누구의 밤을 지키는 약한 등불입니까. -한용운시 '알 수 없어.. 더보기
삼가, 명복을 기원합니다. 더보기
29 - 31, 능력. 풀이 눕는다 비를 몰아오는 동풍에 나부껴 풀은 눕고 드디어 울었다 날이 흐려서 더 울다가 다시 누웠다 풀이 눕는다 바람보다 더 빨리 눕는다 바람보다 더 빨리 울고 바람보다 먼저 일어난다 날이 흐리고 풀이 눕는다 발목까지 발밑까지 눕는다 바람보다 늦게 누워도 바람보다 먼저 일어나고 바람보다 늦게 울어도 바람보다 먼저 웃는다 날이 흐리고 풀뿌리가 눕는다 -김수영시 '풀'전문 *곤경은 보물이요, 영예는 화근이라. 연못에 물이 없는 것이 곤궁을 뜻하는 곤괘의 형상이다. 곤경에 처한때에 군자는 목숨을 던져 뜻을 이룬다. -곤(困) -"시대가 영웅을 만들고 영웅은 시대를 만든다."라는 말이 있다. 위인들은 모두 '필요'라는 학교에서 만들어 진다. 필요와 책임이 위대한 인물을 낳는다. 자신감이 위대한 업적을 창조한다.. 더보기
28 - 31, 음 과 양.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에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윤동주 '서시'전문 *음과 양을 다스리기 위한 기다림의 순리. 선행을 쌓은 집에는 경사가 끊이지 않고, 악행을 쌓은 집에는 재앙이 끊이지 않는다. 곧음은 안으로 마음을 바로 가지는 것이요, 반듯함은 밖으로 의로움을 드러내는 것이다. 군자는 중심에 자리를 잡고 사리에 통달하여 본분을 지킨다. 그 가운데 아름다움이 있어 두 팔 두 다리에 흐르고 나아가 사업에까지 발현된다. 이것이 바로 아름다움의 최고봉이다. -곤(坤) -"身不由己"라는 표현이 있다. "내 몸이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라.. 더보기
27 - 31, 평등. 님은 갔읍니다. 아아, 사랑하는 나의 님은 갔읍니다. 푸른 산빛을 깨치고 단풍나무 숲을 향하여 난 작은 길을 걸어서 차마 떨치고 갔읍니다. 황금의 꽃같이 굳고 빛나던 옛 맹세는 차디찬 티끌이 되어서, 한숨의 미풍(微風)에 날아갔읍니다. 날카로운 첫 키스의 추억은 나의, 운명의 지침(指針)을 돌려놓고, 뒷걸음쳐서, 사라졌읍니다. 나는 향기로운 님의 말소리에 귀먹고, 꽃다운 님의 얼굴에 눈멀었읍니다. 사랑도 사람의 일이라, 만날 때에 미리 떠날 것을 염려하고 경계하지 아니한 것은 아니지만, 이별은 뜻밖의 일이 되고 놀란 가슴은 새로운 슬픔에 터집니다. 그러나 이별을 쓸데없는 눈물의 원천(源泉)으로 만들고 마는 것은 스스로 사랑을 깨치는 것인 줄 아는 까닭에, 걷잡을 수 없는 슬픔의 힘을 옮겨서 새 희망의 정.. 더보기
26 - 31, 自我. 내를 건너서 숲으로 고개를 넘어서 마을로 어제도 가고 오늘도 갈 나의 길 새로운 길 민들레가 피고 까치가 날고 아가씨가 지나고 바람이 일고 나의 길은 언제나 새로운 길 오늘도...... 내일도...... 내를 건너서 숲으로 고개를 넘어서 마을로 -윤동주시 '새로운 길'전문 *산 아래 불이 있어 산을 비춰준다. 땅 위에 물이 있는 것이 서로 친함을 뜻하는 비괘의 형상이다. 선왕이 이것을 본받아 만국을 세우고 제후들을 가까이 했다. -비(比) -이해와 깨닳음은 삶의 열쇠다. 깨닫는 힘이란 곧 느끼고 이해하는 능력이라 할 수 있다. 옛날 선가에서 수행자가 선사에게 물었다. "언어나 침묵이나 다 같이 본질과 현상 모두에 관계된 것인데, 어찌해야 도를 다치지 않으면서도 도에 통할 수 있겠읍니까?" 그러자 선사가 .. 더보기
25 - 31, 베푼다고 하는 것. 지금 그 사람 이름은 잊었지만 그의 눈동자 입술은 내 가슴에 있어. 바람이 불고 비가 올 때도 나는 저 유리창 밖 가로등 그늘의 밤을 잊지 못하지 사랑은 가고 과거는 남는 것 여름날의 호숫가 가을의 공원 그 벤치위에 나뭇잎은 흙이되고 나뭇잎에 덮여서 우리들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 지금 그 사람 이름은 잊었지만 그의 눈동자 잎술은 내 가슴에 있어 내 서늘한 가슴에 있건만 -박인환시 '세월이 가면'전문 *집 뒤의 냇물은 오래 흐르도록 남겨 두어라 남들과 화합하는 가운데 기쁨을 느끼면 길하다. 화합 속에서 기쁨을 느끼면 길한 까닭은 행동하면서 남의 의심을 사지 않기 때문이다. -태(兌) -관용을 베푸는 일은 그리 쉽지가 않다. 때문에 관용을 베푸는 사람도 찾아보기 힘들다. 사람이 성공을 거두는 데는 여러가지 길.. 더보기
24 - 31, 화합. 公告 오늘 강사진 음악부문 모리스 라벨 미술부문 폴 세잔느 시 부문 에즈라 파운드 모두 결강 金冠植, 쌍놈의 새끼라고 소리지름. 지참한 막걸리 먹음. 교실내에 쌓인 두터운 먼지가 다정스러움. 金素月 金洙映 휴학계 全鳳來 金宗三 한귀퉁이에 서서 조심스럽게 소주를 나눔. 브란덴브르크 협주 곡 제 5번을 기다리고 있음. 校舍. 아름다운 레바논 골짜기에 있음. -김종삼시 '詩人學校'전문 *사마귀가 매미를 잡으려 하나, 참새가 뒤에 있구나 넓은 들판에서 여러 사람을 사귀고 뜻을 같이하니 형통한다. 큰 일을 함께 도모하기에 이롭고, 군자가 그 속에서 바름을 지키기에 이롭다. 하늘과 불이 함께 있는 것이 화합을 뜻하는 동인괘의 형상이다. 군자는 이를 본받아 무리를 구분하고 사물을 분별한다. -화합의 가장 기본적인 조..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