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나는 이런 사람

피카소의 산책.


"피카소의 산책" - 쟈끄 프로베르.
조회(284)
이미지..,love. | 2006/05/21 (일) 06:46
추천 | 스크랩



 
 
 
아주 둥근 현실의 자기 그릇 위에
사과 한알이 놓여 있다
사과를 마주 보며
현실의 어느 화가가
사과를 보이는 그대로
그려보려고 헛되이 애쓰고 있지만
결코
사과는 그가 그렇게 하도록 내버려 두지 않는다
사과는
그 나름대로 할 말이 있고
그 자신속에 여러 모습을 지니고 있다
사과는
그 자리에서 돌고 있다
그는 현실의 그릇 위에서
남 몰래 혼자서
움직이지도 않고 가만히 돌고 있다
찍고 싶지 않은 그의 사진을 찍으려 하자
가로등으로 가장한 기즈 백작처럼
사과는 거짓으로 아름답게 꾸민 과일로 가장한다
바로 그때
현실의 화가는
사과가 거짓된 모습으로 그에게 맞서고 있음을
깨닫기 시작한다
그리고
불행한 거지처럼
마치 어디든 상관없는 선량하고 자애롭고 무서운 어느 자선단체의
 처분에 달려 있음을 갑자기 알게 된 가난한 영세민처럼
현실의 그 불행한 화가는
그때 갑자기 셀 수 없이 많은 생각들의 덩어리의
가련한 먹이가 되고 만다
돌고 있는 사과는 사과나무를 생각하게 한다
지상의 낙원과 이브와 그리고 또 아담도
물뿌리개와 빠르망띠에 장미와 계단과
캐나다 사과와 에스뻬리뜨 사과와 레네뜨 사과와
 능금도
국민의회의 유혹과 사과쥬스의 신선도
그리고 죄의 기원과
예술의 기원과
월리엄 텔이 살던 스위스와
만유인력 전시회에서 여러번 수상한
아이작 뉴턴까지도 생각하게 한다
그러자 어리둥절해진 그 화가는 그의 모델도 잊고
잠이 든다
그때 언제나 여기저기를
자기집처럼 다니듯이 그곳을 지나가던 피카소가
사과와 그릇과 잠든 화가를 본다
무슨 생각으로 사과를 그리지 하고
피카소는 사과를 먹는다
사과는 그에게 고맙다고 인사를 한다
피카소는 그릇을 깨버리고
웃으면서 떠난다
그러자 이를 뽑듯
꿈에서 빠져나온 그 화가는
끝내지 못한 그의 화폭 앞에서
깨어진 자기 그릇 한 가운데에서
참담한 현실의 사과씨와 함께 홀로 있음을 깨닫는다.
 
 -쟈끄 프로베르시 '피카소의 산책'모두
 
 
-----------------------------------------------------------------------------------------


 
-Promenade de Picasso'를 읽던 다소 지친 젊은 날.... '현실'에서 느끼던 부자유와 부조리... 그리고 다소 참담하게 느끼게 해주던 현실의 내 위치. 외로움은 누구도 나에게 말하지 않던 현실을 깨닫게 했다. 때로 현실은 '가면 무도회'와 같음을,,, 무도회의 밖에서 서성이기만 하던 내 낡은 가면은 참담히 버려져 구겨질 수 밖에 없음을 그때에 깨달았다. "... 사랑에 울고, 내내 고독한 별자리." 노파의 손아귀에 떨어지던 내 100원 짜리 동전하나의 예언과 가늘고 길게 느껴지던 작은새가 뽑아주던 작은 쪽지의 점쾌가...  무심코 떠오른다.
 
-산다는 것은, 정직한 시선으로 발가 벗겨진 참 나를 직시 하는 것이다. 때로는 현실에서 나를 꾸미고, 새로운 자리에서 출발을 하지만.... 나는 결국 온전한 나 임을... 20년이 넘게 지닌 노트를 뒤적이며 이제는 '정리'하고 버려야 할것들을 생각 한다. 내 젊은 날들과 함께 나이를, 연륜을 하께 하던 시들,,, 적어 놓고 '바라 봄'은 새로움 이다. 이 또한 새로운 '비워 냄' 이다.  
 
 

 

'나는 이런 사람' 카테고리의 다른 글

비가 갠 날.  (0) 2009.06.05
산(山).  (0) 2009.06.05
케사스 케사스 케사스...  (1) 2009.06.05
추억.  (0) 2009.06.04
눈물밥.  (0) 2009.06.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