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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런 사람

비가 갠 날.


비가 그친 후에.....
조회(290)
이미지..,love. | 2006/05/23 (화) 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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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그토록 많은 비가 내렸구나
전에 없던 진흙 무덤들이 산아래 생겼구나
풀과 나무들은 더 푸르러 졌구나
집 잃은 자는
새집을 지어야 하리라
그토록 많은 비가 내려
푸르른 힘을 몰고 어디론가 흘러갔구나
몸이 아파 누워있는 내 머리맡에선
어느새 이 꽃이 지고 저 꽃이
피어 났구나
 
2.그토록 많은 비가 내리는 동안
나는 떡갈나무 아래 선채로 몸이 뜨거웠었다
무엇이 이곳을 지나 더 멀리 흘러갔는가
한번은 내 삶의 저편에서 무슨일이 일어 났는가
모든것이 변했지만
또 하나도 변하지 않은 것이 있었다
그리고 한번은 이보다 더 큰 떡갈나무가
밤에 비를 맞으며
내안으로 걸어들어온 적이 있었다
그리하여 내 생각은 얼마나 더 깊어지고
떡갈나무는 얼마나 더 풍성해 졌는가
 
3.길을 잃을 때면
달팽이의 뿔이 길을 가르쳐 주었다
때로는 빗방울이
때로는 나무위의 낯선 새가
모두가 스승 이였다
달팽이의 뿔이 가르키는 방향을 따라
나는 먼나라 인도에도 다녀오고
그곳에서 거지와 도둑과 수도승들이
또 내게 길을 가르쳐 주었다
내가 병들어 갠지스 강가에 쓰러졌을때
뱀 부리는 마술사가 내게 독을 먹여
삶이 한폭의 환상임을 보여 주었다
그 이후 영원히 나는 입맛을 잃었다
 
4.그때 어떤 거대한 새가 날개를 펼치고
비 속을 날아 갔었다
밤이 었다
내가 불을 끄고 눕자
새의 날개가 내 집 지붕을 덮어 주었다
그리고 나서도 오랬동안
비가 내렸다
나는 병이 더 깊어졌다.
 
 
 -류시화시 '그토록 많은 비가'모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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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내리면 왜, 술 생각이 나는 것일까? 어제는 퇴근 후에 모처럼 술 생각이 나서 버스를 타는 곳에서 부터 갈등(?) 했다. 친구에게 1400번이 먼저오면 단골집에 가서 한잔하고, 1200번이 오면 그냥 집으로 직행해야 겠다고 했는데,,, 사실을 말하자면 1200번에 줄을 섰다가 1400번이 줄이 길어 차가 금방 오겠구나 하는 생각에, 1400번으로 줄을 옮겨 섰는데,,, 1200번이 먼저 왔다! 하여 그냥 집으로 갔느냐? 아니지,,,  비님도 주룩주룩 오시는데, 그냥 15분을 더 기다려 1400번을 타고 단골집으로 직행, 아 위대할 손 나의 끈기!!! ㅎㅎㅎ,,,,,
 
-헌데 이런 나의 성의에도 불구하고 '코뿔소 마담'이 장사를 그만 두었다. 코뿔소 마담의 언니라는데 하나도 닮지않은 아줌마 왈 "내 음식솜씨가 더 좋으니 계속 와달라" 한다. 하여 안주를 하나 시키니 잠시후 와서는 재료가 없으니 딴 안주를 시키란다. 아, 제기랄,,,, 그만 가더라도 끝이 좋아야 한다는 생각에 웃으며 딴 안주를 시키고 술을 한잔 마시니 오늘 따라 여성들이 왜이리 많은지 그야말로 소란스럽다. 마음을 다스려 내리는 비를 벗삼아 리시버를 꼿고 음악으로 소음을 차단 했다. 정말 이곳에도 술친구는 하나 있어야 겠구나 하는 생각을 해보며 마음 편하게 술마실 곳도 별로 없는 환경이 눈물(?) 겹다.
 
-이사를 하고 꽤오랜 시간이 지났는데 마음에 맞는 '아지트'를 못찼았다. 요즘엔 좀 마음에 맞으면 사람에 밀려 시간을 두고 즐기기 힘들고, 내가 마음에 맞게 차려야 할까? 집에서 술마시는 것을 싫어하는 마눌님 덕분에 외로움을 느낀다. 하기야 아이들 앞에서 술마시는 모습을 보이는 것도 교육에 좋은 것은 아니지.... 많이 마시지도 않은 술에 혼자 얼큰해져, 아파트의 사이 꽃길을 휘척휘척 걸으며 실비를 맞았다. 이때 통화한 친구, 실비를 맞으며 집에 간다니 대머리 된다고 우산 쓰란다. 하여 내가 왈 " 대머리 되면 가발 사쓰면 되지, 비 맞고 싶은데 비도 몾맞냐?!" 다소 시비조의 내말에 친구는 웃기만 한다.
 
-때로는 사는 모습에서 내리는 비를 맞으며 걷는다. 많지도 않은 나이에서 닥치는 많은 일들... 욕심을 내지않고 살고 싶은데 여기저기에서 전화하는 벗들은 '같이하자'는 얘기를 많이 한다. 웃기만 하는 나를 친구들은 이상하게 생각하지만 나는 정말 욕심이 없다. 신문사의 옛선배나 후배들이 권하는 많은 얘기들.... 때로는 욕심도 나지만 다 버렸다. 바라건데 그저 열심히 사랑하며, 나누며 살고 싶다. 희쁘였게 흐려진 유리창에 힘있게 써본다. L O V 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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