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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냇물/역경

27. 평등


(27)沈默-행위와 결과의 평등. 도서
조회(961)
다시읽고 정리한-역경 | 2006/04/08 (토)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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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은 갔읍니다.
아아, 사랑하는 나의 님은 갔읍니다.
푸른 산빛을 깨치고 단풍나무 숲을 향하여 난
작은 길을 걸어서 차마 떨치고 갔읍니다.
황금의 꽃같이 굳고 빛나던
옛 맹세는 차디찬 티끌이 되어서,
한숨의 미풍(微風)에 날아갔읍니다.
날카로운 첫 키스의 추억은
나의, 운명의 지침(指針)을 돌려놓고,
뒷걸음쳐서, 사라졌읍니다.
나는 향기로운 님의 말소리에 귀먹고,
꽃다운 님의 얼굴에 눈멀었읍니다.
사랑도 사람의 일이라, 만날 때에
미리 떠날 것을 염려하고
경계하지 아니한 것은 아니지만,
이별은 뜻밖의 일이 되고 놀란 가슴은
새로운 슬픔에 터집니다.
그러나 이별을
쓸데없는 눈물의 원천(源泉)으로 만들고 마는 것은
스스로 사랑을 깨치는 것인 줄 아는 까닭에,
걷잡을 수 없는 슬픔의 힘을 옮겨서
새 희망의 정수박이에 들어 부었습니다.
우리는 만날 때에 떠날 것을 염려하는 것과 같이,
떠날 때에 다시 만날 것을 믿습니다.
아아, 님은 갔지마는
나는 님을 보내지 아니하였습니다.
제 곡조를 못 이기는 사랑의 노래는
님의 침묵을 휩싸고 돕니다.
 
 

   -한용운시
'님의 침묵'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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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위가 평등해야 결과가 평등해진다.
 
하늘 끝까지 올라간 용에게 후회가 있다.
나는 용이 하늘에 있으니 대인을 보기에 이롭다.
 
 
-사람들은 내가 남보다 낮은 경우에만 '불평등'이라는 말을 쓴다. 허지만 불평등은 말 그대로 평등하지 못한 것, 곧 남들과 같지 못한 상태를 뜻하므로, 남보다 높은 경우에 나타나는 불평등도 분명 존재한다. 단지 이것은 표현하지 못하는 불평등이 될 뿐이다. 이러한 '말 못할 불평등'을 황제의 불평등이라 부르자. 황제가 맛봐도 쓰고 백성이 맛봐도 쓴 것이 불평등이다. 그러나 황제가 맛보는 불평등과 백성이 맛보는 불평등은 엄연히 다른 성질을 가진다. 황제는 너무 높아서 쓴맛을 보고 백성은 너무 낮아서 쓴맛을 본다.
 
-너무 높아서 볼 수밖에 없는 불평등의 쓴맛을 공자는 역경 건괘(乾卦)에 붙어 있는 문언전(文言傳)에서 이렇게 설명했다. " '하늘 끝까지 올라간 용에게는 후회가 있다'는 말은 무슨 뜻인가? 이말은 곧, 너무 고귀한 존재가 되었기 때문에 대중 속에 설 자리를 잃는다는 뜻이다. 고자세로 군림하려고만 드니 대중들과 동떨어질 것이다." 정치인 이라면 일반 서민들과 동등한 자리에 서 있을 때 가장 큰 세력을 얻을 것이다. 폭 넓은 지지세력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서민이라면 이미 낮은 위치에 서 있는데 마주치는 사람마다 무릎을 끓어야 한다면 '남한테 꿇리는 삶'에서 영영 벗어날 길이 없을 것이다. 여기에서 평등을 쟁취해야 하는 문제가 나온다.
 
-사람들은 꼭 내가 남보다 불리한 여건에 처해야 평등을 말하지, 반대의 경우에는 평등의 평 자도 입에 올리지 않는다. 심한 경우로, 과실을 분배하는 평등만 주장하고 그 과실을 재배하면서 쏟는 노동의 평등은 애써 외면하려는 사람이 많은데, 그럴 계획을 이미 세웠다면 그 사람은 이미 범죄의 세계에 입문했다고 봐야 한다. 이것이 바로 불로소득 일 테니까.
 
-역경에서는 "군자는 덕을 완성함을 행위의 목적으로 삼으니, 그것이 날마다 행동에서 드러나 보여야 한다."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 군자의 행위는 어떠해야 하는지 설명한다. "군자는 배움으로 지식을 모으고 물음으로 옳고 그름을 판단하며, 너그러운 태도로 남을 대하고, 어진 마음으로 행동한다." 우리는 도둑과 경찰이 평등하다고 생각치 않는다. 행위가 평등하지 않은데 결과가 평등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사람으로 먼저 추구해야 할것은 행위의 평등이다. 그러면 그 결과로 자연히 평등을 얻기 마련이다.
 
-역경 문언전(文言傳)에서 최고의 사람들과 평등한 대우를 받을 수 있는 방법론으로 이렇게 적었다. "무릇 대인은 천지의 덕과 더블어 덕성을 발휘하고, 일월의 밝음과 더블어 세상을 밝게 비추며, 사계절의 운행처럼 움직임에 정연한 순서가 있고, 선을 떠 받들고 악을 응징함에 귀신이 길융화복을 내리는 바와 같이 공정을 기한다. 하늘을 앞질러 가면서도 하늘의 뜻을 거슬르지 않으니 하늘보다 뒤쳐져 가면서도 하늘의 때를 떠받드니, 하늘을 거슬리지 않는데 사람의 일을 거스를 것인가? 귀신의 심사를 거스를 것인가?"
 
-존경과 부러움의 대상이 되고 나면, 그때는 그들과의 평등을 얻을 수도 있고 요구할 수도 있다. 그러나 대개는 여기서 너무 높이 날아오르다가 '불평등의 쓴맛'을 보는 경우가 태반이리라. 언제라도 다시 보통사람들 속으로 녹아들어 그 속에서 평범한 한 사람으로 살기를 마다하지 않아야 애써 얻은 '평등'이 마지막 날까지 빛날 수 있으리라.
 
결론적으로,
-첫째; 목적을 일의 결과나 수치에 둔다면 언제나 불행하리라.
-둘째; 똑같은 노력이 다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불평등을 서슴없이 받아들이도록 연습해라.
-셋째; 뜻밖의 행운을 잡을 수는 있겠지만, 그로써 자신을 높일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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