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시와 사는 이야기

12 월, 끝자락에 읽는 소월의 시, 몇 편.

불귀, 불귀.... 다시 또 불귀,








비가 온다
오누나
오는 비는
올지라도 한 닷새 왔으면 좋지.

여드레 스무날엔
온다고 하고
초하루 삭망이면 간다고 했지.
가도 가도 왕십리 비가 오네.

웬걸, 저 새야
울랴거든
왕십리 건너가서 울어나 다고,
비맞아 나른해서 벌새가 운다.

천안에 삼거리 실버들도
촉촉히 젖어서 늘어졌다네.
비가 와도 한 닷새 왔으면 좋지.
구름도 산마루에 걸려서 운다.


김 소월 시 ‘왕십리’모두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우리다

영변에 약산
진달래꽃
아름 따다 가실 길에 뿌리우리다

가시는 걸음걸음
놓인 그 꽃을
사뿐히 즈려밟고 가시옵소서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우리다.


- 김 소월 시 ‘진달래꽃' 모두




"가고 오지 못한다" 하는 말을
철없던 내 귀로 들었노라.
만수산을 나서서
옛날에 갈라선 그 내 님도
오늘날 뵈올 수 있었으면

나는 세상 모르고 살았노라.
고락에 겨운 입술로는
같은 말도 조금 더 영리하게
말하게도 지금은 되었건만.
오히려 세상 모르고 살았으면!

"돌아서면 모심타"고 하는 말이
그 무슨 뜻인 줄을 알았으랴.
제석산 붙는 불은 옛날에 갈라선 그 내 님의
무덤엣 풀이라도 태웠으면!


김 소월 시 ‘나는 세상 모르고 살았노라’모두




당신은 무슨 일로
그리합니까?
홀로히 개여울에 주저앉아서

파릇한 풀포기가
돋아 나오고
잔물은 봄바람에 헤적일 때에

가도 아주 가지는
않노라시던
그러한 約束이 있었겠지요

날마다 개여울에
나와 앉아서
하염없이 무엇을 생각합니다

가도 아주 가지는
않노라심은
굳이 잊지 말라는 부탁인지요


김 소월 시 ‘개여울’모두




산새도 오리나무
우에서 운다
산새는 왜 우노, 시메산골
영 넘어갈라고 그래서 울지.

눈은 내리네, 와서 덮이네.
오늘도 하룻길
칠팔십 리
돌아서서 육십 리는 가기도 했소.

불귀(不歸), 불귀, 다시 불귀,
삼수갑산에 다시 불귀.
사나이 속이라 잊으련만,
십오 년 정분을 못 잊겠네

산에는 오는 눈, 들에는 녹는 눈.
산새도 오리나무
우에서 운다.
삼수갑산 가는 길은 고개의 길.


김 소월 시 ‘산’모두



접동
접동
아우래비 접동

진두강 가람가에 살던 누나는
진두강 앞마을에
와서 웁니다

옛날, 우리나라
먼 뒤쪽의
진두강 가람가에 살던 누나는
의붓어미 시샘에 죽었습니다

누나라고 불러보랴
오오 불설워
시새움에 몸이 죽은 우리 누나는
죽어서 접동새가 되었습니다

아홉이나 남아 되던 오랩동생을
죽어서도 못 잊어 차마 못 잊어
야삼경 남 다 자는 밤이 깊으면
이산 저산 옮아가며 슬피 웁니다.


김소월 시 ‘접동새’모두



* 대설도 지나고 동지 팥죽을 어제 맛 보았건만 겨울이 겨울답지 않게 춥지도 않은데,, 마치 한겨울의 동장군을 만난듯 우리의 어깨가 움츠려든 까닭은 언제 끝날지 예측 할 수 없는 ‘펜데믹’한 코로나19로 인한 움추림 때문이다. 3단계에 즈음하여 ‘주위’에서 보여지는 서민들의 모습에서 서글프기 까지 한, 내 모습을 보았기 때문일까?!.....

다시 금, 소월의 시를 읽다보니,, 살다보니 이리저리 인연에 얽히게 됐던 사람들과 그 인연으로 사연도, 정도 깊어진 사람들이 그리워 진다. 세상살이 에는 만나야 할 사람도, 결국에는 헤어져야 할 사람도 생겨난다. 어느 시인은 "헤어짐이 잦은 세상, 깊게 사귀지 말자" 했지만,, 세상일이 그리 마음대로 되던가?! 만남이 있으면 반드시 헤어짐이 있는게
세상사는 이치 라지만,, 그리움에 익숙 해 지기는 매번,, 쉽지가 않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눈가가 젖어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