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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수염

해가 뜨고, 해가 지고,, 다시 또 시작하고....






막차는 좀처럼 오지 않았다
대합실 밖에는 밤새 송이눈이 쌓이고
흰 보라 수수꽃 눈시린 유리창마다
톱밥난로가 지펴지고 있었다
그믐처럼 몇은 졸고
몇은 감기에 쿨록이고
그리웠던 순간들을 생각하며 나는
한줌의 톱밥을 불빛 속에 던져주었다
내면 깊숙이 할말들은 가득해도
청색의 손바닥을 불빛속에 적셔두고
모두들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산다는 것이 때론 술에 취한 듯
한 두릅의 굴비 한 광주리의 사과를
만지작거리며 귀향하는 기분으로
침묵해야 한다는 것을
모두들 알고 있었다
오래 앓은 기침소리와
쓴 약 같은 입술담배 연기 속에서
싸륵싸륵 눈꽃은 쌓이고
그래 지금은 모두들
눈꽃의 화음에 귀를 적신다
자정 넘으면
낯설음도 뼈아품도 다 설원인데
단풍잎 같은 몇 잎의 차창을 달고
밤열차는 또 어디로 흘러가는지
그리웠던 순간들을 호명하며 나는
한줌의 눈물을 불빛 속에 던져 주었다.


  -곽재구 시 '사평역에서'모두





                                                          이중섭, 판자집 화실, 26,8 x 20,2cm, 1953 년.



세계는 그야말로 '공황상태'에 접어들었다. 미국에서 시작되어 세계로 퍼져나가기 시작한 '모기지금융' 사태는, 이제는 '도미노'가 되어 세계의 경제상황을 '위기상태'로 끌고가고 있는데,, 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었고 미국에서는 현재의 실업자수가 500만을 넘기기 시작했고 GM을 비롯하여 대기업들이 '구제금융'을 목마르게 기대하고 있지만,, 그 금액이 너무 '지대'해서 차리리 '파산'을 하는게 나을지 모른다는 경제기관의 전망도 우세하니,, 우리나라의 현상황도, 아침 출근길이나 지하철, 버스에서 보아도 '이상하게' 사람들이 한가함을 느끼게 되니,, 이제야 '시작'이라는데,,, 일말의 '암담함'을 절감하지 않을 수 없다. 서울역에서 보게되는 노숙자들이나 시청, 을지로에서 보게되는 노숙인들의 모습도,, 더욱 초라하고 그 수가 늘어난 듯 하여 마음이 무겁고 아프다.

수입상가에서 사업을 하는 나로서는 경제의 실물에 민감할 수 밖에 없는데,, 모두들 자신의 '시기'를 가늠하며 자신의 여유나 저력을 '저울질'하여 최대한으로 감량경영을 하는데,, 그야말로 자신의 상가나 건물이 아닌 사람들은 그 시기를 장담할 수 없을 정도로,, 술자리를 함께하면 그 어려움을 한숨과 함께 토해 낸다. 하지만,, 모두들 뾰족한 '수'가 없다. 나이가 50을 넘기거나 50을 바라보는 주위의 친구들로서는 '새자리'를 찾는다는게 하나의 '모험'이고 기껏해야 이것저것 잡다한 일들을 찾아 부업을 나서지만,, 그것도 '인력'이 넘쳐나니 '제값'을 받기에 힘들고,, 일도 눈에 띄게 줄어든 상황이다. 번역이나 사진작업도 인력이 남아돌고 '덤핑'을 치는 사람들이 '우호죽순'같이 늘어나니,, 자신의 '이름값'을 요구하는 사람들은 일감이 줄어들고,, 그야말로 '체면치례'를 하려하면,, 수수료가 늘어나는 암담한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해마다 늘어나는 '고급인력'의 미취업이 또한 하나의 변수가 되고 있으니,,,,


'토익'이나 '토플',, 'GRE' 같은 시험에서 아무리 좋은 성적을 받아도 취업이 어려운 시대에 우리는 살고있다. 이러한 모습을 보면서 '아이들'의 미래를 생각할 때에 '그길'을 부모로서 고민하지 않을 수 없는데,,, 결론적으로 '최선'을 다하는 수 밖에 없다는 평범한 진리에 이르른다. 나역시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를 마치며 그러했듯이 '특소계층'을 제외하곤 '맨몸으로' 세상과 부딪칠 수 밖에는 없다. 그 준비의 과정으로 무엇보다 배움의 순간이나 자신에게 주어지는 시간들에 '충실'해야 하는데,, 그 이외에는 방법이 없다. 하루하루 날들은 자나가고 그 '갈증'이 채워지지 않아도 하루는 가고, 또 새날이 밝는다. 그 반복의 끝에는 '결실'이 있어야 하고 '성과'가 있어야 함이 당연할지니 그저 하루하루를 열심히 노력하며 사는 길 밖에는 해답이 없는듯 하다. 우리의 아버지와 어머니가 그러했듯이.... "사는게 뭘까?!" 늘어만 가는 의문 속에도.... 그냥,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