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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사는 이야기

시 한편 - *섬망/육근상

꽃 천지





난닝구 바람으로 쉬고 계시는 김수영 선생님 찾아뵙고 닭모이라도 한 주먹 집어주고 와야 하고, 막걸리 한 사발로 연명하시는 천상병 선생님 업고 동학사 벚꽃 놀이도 다녀와야 하고, 새벽부터 울고 계시는 박용래 선생님 달래어 강경장 젓맛도 보러가야 하고, 대흥동 두루치기 골목 건축 설계사무소 내신 이상 선생님 개업식도 가봐야 하고, 빽바지에 마도로스파이프 물고 항구 서성이는 박인환 선생님이랑 홍도에도 가봐야 하고, 울음 터뜨린 어린애 삼킨 용당포 수심 재러 들어갔다 아직 나오지 않는 김종삼 선생님 신발도 갔다 드려야 하고, 내 사랑 자야 손 잡고 마가리로 들어가 응앙응앙 소식 없는 백석 선생님께 영어사전도 사다드려야 하고, 선운사 앞 선술집 주모가 부르는 육자배기 가락에 침 흘리고 계시는 서정주 선생님 모시고 대동아전쟁터에도 다녀와야 하는데 봄비는 내 발목 잡고 놓아주지를 않는구나


* 섬망(譫妄) : 의식이 또렷하지 못해 헛소리를 하는 증상


[滿開만개],솔, 2016.



- 봄볓이 만개하니 자잔한 미세먼지에도 불구하고 꽃소식이 전해져 온다. 목련이 망울 지더니 개나리에 진달래에 매화꽃도 만개 했다. 봄 앓이를 하듯이 꽃앓이를 한다. 환장(?)하게 계절을 앓는다. 이러한 셀레임도 없다면,, 나이가 들어서 무엇하리. 이번 주 에는 기름을 만땅 채우고 서산의 개심사 ‘홍 매화’라도 보러갈까?! 벌써, 만개하여 다 진것은 아니겠지…?! 몸이 들썩 거리는 진정 봄 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