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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수염

'살아있는 날'들에 대한 예의.

 

 

 

 

 

 

 

 

나에게 부족한 것은 비껴선 것들에 대한 예의였다

모두가 같은 방향으로 가고 있을 때

한쪽으로 비켜서 있는 이들

봄의 앞다툼 속

먼발치에 피어 있는 무명초

하루나 이틀 나타났다 사라지는 덩굴별꽃

중심에 있는 것들을 위해서는 많은 눈물 흘리면서도

비껴선 것들을 위해서는 눈물 흘리지 않았다

산 자들의 행렬에 뒤로 물러선 혼

까만 씨앗 몇 개 손에 쥔 채 저만치 떨어져 핀 산나리처럼

마음 한켠에 비켜서 있는 이들

곁눈질로 라도 바라보아야 할 것은

비껴선 무뉘들의 아름다움이었는데

일등성 별들 저 멀리 눈물겹게 반짝이고 있는 삼등성 별들이 있는데

절벽 끝 홀로 핀 섬쑥부쟁이 처럼

조금은 세상으로부터 물러나야 저녁이 하는 말을 들을 수 있다는 것을

아, 나는 알지 못했다

나의 증명을 위해

수많은 비껴선 존재들이 필요했다는 것을

언젠가 그들과 자리바꿈할 날이 오리라는 것을

한쪽으로 비껴서기 위해서도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을

비켜선 세월 만큼이나

많은 것들이 내 생을 비켜 갔다

나에게 부족한 것은

비켜선 것들에 대한 예의였다

아무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잠깐 빛났다

모습을 감추는 것들에 대한 예의였다.

 

 

   - 류시화 시 '비켜선 것들에 대한 예의' 모두

 

 

 

 

 

* 세월은 어느덧 유월의 말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세월에 따라서 시간의 지나가는 모습이 다르다고 하더니,, 그야말로 시간은 '흐르는 물'같이 겉잡을 수 없이 흘러만 간다. 언제부터인가 시간이 흘러가는 것이 상처로 남겨지고,, 그것은 다시 나에게 꽃으로 피어났다. 살아있어 만났던 사람들이 모두, 저 마다의 모습과 사연으로 아름다웠고, 그들의 향기로 내 지나온 삶도 향기로웠다고 말할 수 있었다. 삶이란 것은 때로 온전하게 두눈을 뜨고, 때론 한눈을 감고,, 어쩔수 없는 순간에는 두눈을 잠시 질끈 감아야 하는 순간도 존재 했다. 자신의 삶을 산다는 것은 인생의 하루 하루의 삶에서 배워 간다는 것이리라. 우리의 삶이,, 갑자기 행복해 지거나 불행해 지지는 않는다고 생각한다. 인생에, 삶에 배움을 얻는다는 것은 조금 더 세상을 이해하고, 사람들을 이해하며 내 자신과 평화로워지는 것이라 믿는다. 오늘까지 이자리에 서 보니,, 인생에 있어서 배움에 있어서 때나 하찮은 것들은 존재하지 않음을 배웠다. 비껴가고 지나쳐 온 날들만큼 '무언가' 정직하게 내 모습으로 서 있다.

 

헤어짐에 아름답고 싶다. 그것이 최선이었다면,, 내가 삶에 약자이었던 강자 이었던 그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인간적으로 '미련'을 보이거나 '부채'를 주고 받는 모습이 싫은 것이다. 다행이다 싶은 것은 아직까지의 삶에서 '이렇다'할 타인에 대한 삶의 부채가 없다는 것. 한살, 한살 나이를 더하는 것이 육체적으로는 슬플지라도 배움으로 가득차 '즐겁고' 싶다. 내 삶에 있어서 더 배울것이 때로 더 유용한 것이 무엇인지는 몰라도,,, 그야말로 "때로 익히고 배우니 즐거운..." 오늘도 길에서 나에게 무엇을 묻는 촌부에게나 우연히 손을 잡는 작은 아이에게서 나는 새 삶을 배우고, 깨우친다. 삶에서,, 무언가 배우고 깨우침은 전적으로 내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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