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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숲에 들다

미선나무 - 한국에만 있는 하얀 개나리.

마치 하얀 개나리꽃 같다.





푸른미선나무의 시 [고형렬]




저 충북 어디 가면 미선나무들이 많이 산다지

그녀들 이름은 상아미선나무 분홍미선나무 혹은 둥근미선나무
라지 그중 푸른미선나무도 있다지

영원히 봄에도 푸른미선나무 여름에도 푸른미선나무라지
겨울 눈이 좋지 않은 요즘도 푸른미선나무는
자신의 미선나무지 나의 미선나무는 되지 않는다지

교목처럼 높지도 않고 위태롭지도 않아 키는 고작 일 미터
향기도 짙지 않은 푸른미선나무는
항상 기슭에 살아도 자신이 왜 푸른미선나무인진 모른다지

그 자리에서 거치 없는 잎사귀와 관다발만 수없이 만들었지만
그 끝없는 사계의 반복만이 그의 산에 사는 즐거움이라지

처녀 같은 푸른미선나무들 자줏빛 반질한 가지 꽃봉오리는
이듬해나 꽃 먼저 터트리는 푸른미선나무

그 푸른미선나무는 충북 어디 산기슭에만 산다지


                 - 나는 에르덴조 사원에 없다, 창비, 2010




미선나무 [유진목]




미선나무 그늘에서 나는 벌거벗은 채로 발견되었다

겨울이었고
차라리 땅에 묻히기를 바랐다

이를 알면 슬퍼할 사람을 떠올렸다

맨 처음 너가 울었다

그러면 너를 안고 이렇게 말할 것이다
살아 있어서  많이 힘들지

너는 더 크게 울고

지금은 미선나무를 헤치고 바람이 분다

해가 지고 멀리 불빛이 보인다

가보면 사람들이 문을 닫고 내 얘기를 하고 있다

그들은 틀린 적이 별로 없다고 한다

나는 죽어서도 사람이 싫었다


              - 연애의 책, 문학동네, 2022




첼로 주자를 위하여 [조용미]




카잘스의 대나무
로스트로포비치의 전나무
다닐 샤프란의 백양나무
피에르 푸르니에의 플라타너스
야노스 슈타커의 느티나무
미샤 마이스키의 회화나무
뒤프레의 메타세쿼이아
요요마의 버드나무
린 하렐의 측백
오프라 하노이의 이팝나무 사이에
하이모비츠의 사과나무와
장한나의 미선나무가 자라고 있는
거대한 첼로의 숲

내 손길이 바람을 만들면
현의 울림이 온 우주에 퍼지지
그러면 새들이 공중에서 잠시
숨을 멈추지


                  - 불안이 영혼을 잠식한다, 문학동네, 2021





Ps) 미선나무는 괴산과 부안에서만 볼수 있었는데,, 이제는 곳곳에서 볼 수 있어 반가운,, 개나리 같이 생겼은데 꽃잎이 하이얀, 만나면 ’미선나무’구나 하고 반갑게 맞이해 주시길~

아름답습니다. 꽃을 눈여겨 보는 당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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