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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수염

메마른 산천에도,, 봄은 오고 있더라,,,,!?!







목련을 습관적으로 좋아한 적이 있었다
잎을 피우기도 전에 꽃을 먼저 피우는 목련처럼
삶을 채 살아보기도 전에 나는
삶의 허무를 키웠다
목련나무 줄기는 뿌리로 부터 꽃물을 밀어올리고
나는 또 서러운 눈물을 땅에 심었다
그래서 내게 남은 것은 무엇인가
모든 것을 나는 버릴 수 있었지만
차마 나를 버리진 못했다

목련이 필 때쯤이면
내 병은 습관적으로 깊어지고
꿈에서마저 나는 갈 곳이 없었다
흰 새의 날개들이 나무를 떠나듯
그렇게 목련의 흰꽃잎들이
내 마음을 지나 땅에 묻힐 때
삶을 허무한 것을 진작에 알았지만
나는 등을 돌리고 서서 
푸르른 하늘에 또 눈물을 심었다.




  -류시화 시 '목련'모두









업무차 출장을 다니면서 때로는 업무의 파트너와 함께 움직일 때도 있지만 대체로 혼자서 그 지역의 교통편을 이용하여 움직이는 것을 좋아한다. 그 이유중의 하나가 그 지방의 인심이나 사정을 버스를 타고 내리는 사람들의 행색이나 대화,, 그들의 정겨운 미소에서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3박 4일의 일정에서 하루를 빼고 여러가지 일로 바쁘게 홀로 움직이면서 차시간이 맞지 않아 한참을 기다릴 때 에는 자가용으로 움직이지 않는 스스로의 우직함을 한탄 하기도 했지만,,, 그래도 매쾌하고 쿰쿰함이 묻어나는 촌부들이 대부분인 농촌버스에서 느껴지는 시골의 내음과 체취가 정겨웁게 느껴진다. 시골의 연령층이 '노인화'됨은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지만 그래도 요즈음은 귀농이 다소 많아진 탓인지,,, 젊은(?!) 처자들을 제법 볼 수가 있었다. 어르신들을 보며 나이를 70을 넘기고 80을 넘기면,, 저렇듯 '허허롭게 자유로울 수' 있을까?!?...하는,  체념을 통한 욕심의 내려놓음 일까???,,  할아버지, 할머니들의 거침없는 대화에는 인생을 달관한 '허무'의 저 '너머'가 느껴진다.

시외버스 터미널에서 마을버스 정류장으로 때로는 기사와 한두명이서,, 동네의 잦은 정차에서 오르는 촌로의 익숙한 웃음과 느긋하고 여유있는 승차와 하차,, 정겨운 사투리,,, 나도 그곳의 사람인듯 한두마디 따라해 보지만,, 억양에서 빠르게 움직이지 않으면 다소 초조(?)한 행동거지에서 나는 역시 도시인이다. 때로 무뚝뚝함이 철철 흐르는 경상도의 사투리도 어조에 따라서 애교도 묻어나며 정다울수도 있으니,,, 모든게 사람들의 마음속 조화속에서 감정이 오고간다. 대구, 경산, 대천, 밀양 지역은 경상북도 지역에서도 가뭄이 심하여 산간지역에서는 식수도 귀하였다. 가뭄에 경기 불황에,, 그래도 나름대로 '희망'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의 표정에서 '내일'을 포기하지 않는 끈질긴 생명력을 느꼈으니,,, 어떻게든 우리는 '세월'을 살아, 이겨낼거라는 생각을 해 본다. 때로 흙내나고 흙먼지 풀풀 날리는 시골길도 걸어가며, 어둠의 옷자락이 깔리기 시작하는 산사의 초입에서 민박이나 숙소도 찾으며,,, 피곤한 몸을 김치 한조각에 한잔의 토주에 달래고, 작은 욕조의 뜨거운 탕에 담그고 피로를 녹이면,, 그래도 아침이면 가뿐하게 일을 시작할 수 있었다.


사람들속에서.... 오고가며 스치고 지나가는 만남 속에서 나는 무수한 '부처의 미소'를 본다. 그들은 저마다 다른 얼굴와 표정,, 그리고 다른 사연을 이야기 하지만, 그들은 자신에게 닥치는 '모든 순간'을 피하거나 포기하는 법이 없다. 인생의 달관이란,,, 내게 부딪치는 모든 일상과 사연에서 서두르지 않지만 서서히 묻어나오는 '삶의 미소' 같은 것이 아닐런지?!.... 얼마전 개화하기 시작한 목련이 활짝 피었다! 이제 곧 소리없이 산화 하겠지,,,, 저 아무 소리없이 피고지는 목련처럼 열심히 내 삶의 '순간'을 피워내고,, 그리고 흔적없이 지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