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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런 사람

거울 속에 나.

 

   

 

 

 

 

1.당나귀는 가난하다

아무리 잘생긴 당나귀라도 가난하다

색실로 끈을 엮어

목에 종을 매달고도 당나귀는 대책없이 남루하다

해발 5천 미터

레에서 카루등라 고개를 넘어 누브라 밸리까지

몇 날 며칠을 당나귀를 타고 간 적 있다

세상의 탈것들은 다 타 보았지만

내가 나를 타고 가는 것 같은

내가 나를 지고 가는 것 같은

기분은 처음이었다

당나귀 등에 한 생애를 얹고 흔들리며 벼랑길 오르는 동안

청춘을 소진하며

어찔한 화엄의 경계 지나오는 동안

한 소식 한 당나귀에게서 배웠다

희망에 전부를 걸지도 않고

절망에 전부를 내주지도 않는 법을

그저 위태위태하게 앞으로 나아가는 법을

당나귀여, 너는 고난이 멈추기를 갈망하지도 않는다

나도 너처럼 몇 생을 후미진 길로 걸어 다녔다

그러나 그곳이 폐허는 아니었다

자학이 아니라 자족이었다

바람이 불었으나 너무 오래 걸어 무릎에서

새어 나오는 바람이었다

나의 화엄은 당나귀와 함께 벼랑이었다

 

 

 

2.인사동 귀천에서 만난 한 시인은

시를 끌고 가는 힘이 부족하다고 고백했다

절망의 힘으로도 끌고 가기 힘들다고

밖으로 나오니

새 한 마리

가볍게 생을 끌고 피안으로 날아간다

일생의 힘으로 시를 끌고 간

천상병 시인이 눈 내리는 귀천을 끌고 턱없이 웃으며

하늘 모퉁이로 가고 있다

시보다도

한 생을 끌고 가는 힘이 턱없이 부족했다

인사동 벗어나기 전 뒤돌아 보니

눈보라 속 당나귀들이

저마다 자신을 지고 서역의고개를 넘고 있었다.

 

 

 

   - 류시화 시 '당나귀' 모두

        *천상병 시인, 당신은 어디에 있으며 거기서도 시를 쓰고 있는가

 

 

 

 

 

 

 

* "~을 끌고 가는 힘이 부족하다" 라는 어귀가 이시를 다시금 읽게 했다. 인생에서 우연히나, 확신없는 실행은 때로 흔한 것이어서, 이런류의 망설임이나 자괴감은 차라리 살겨운 체온같다. 세상은.... 온전한 정신으로, 두눈을 바로 뜨고 사람을, 세상을 바라보기가 때로 심하게 어렵다. 그래서 때로 술도 마시고, 세상의 잡기에도 빠져 보지만,,, 결국에는 '나의 선택'에 대한 책임만 남는다. 세상을 산다는 것은 언제나 나의 선택을 기다리는 갈림길,.. 그 선택에 의해서 내 세상은 자라나지만,, 항상 그 '미련'이 발목을 잡는다. 그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한 설레임, 또는 미련한 아쉬움.... 그래서 사람사는 삶 자체를 五慾七情(오욕칠정)이라 했던가?!.... 추석명절도 '눈깜짝 할 사이'에 다지나가고 하루의 시간이 남았다. 가볍게 강화도둘레길 이라도 한코스 걷고 싶다. 검색 해 보니 이곳도 8코스가 넘는 길이 개발 되었다. '아도행'에서 떨어져 나간 사람들이 따로 도보회원을 만든듯... 모두들 부지런히 산다. 

 

사는게 다 단계가 존재한다. 이런류의 순간, 순간을 무시하며 살아왔는데,, 이제는 그 '시작점'이 너무 또렷하게 보여서 한쪽으로 젖혀 둘수가 없구나! 거울에 비친 나는, 거울속의 나는 허름한 중년의 모습으로, 우스운 모습으로 서 있는데,, 그런 '내모습'을 긍정도 부정도 할 수 없는 내 얼굴의 미소는 우는듯, 웃는듯,, 그 표정도 광대같이 알수 없구나. 그 길이 얼마나 남았는지,, 나 알수 없지만,,비루하게 삶의 끝을 바라보지는 않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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