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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사는 이야기

‘애착’ 시선/ 김 혜순 시.

박수근 '세 여인' , 판지에 유채, 19x33cm, 1962년





드문드문 세상을 끊어내어
한 며칠 눌렀다가
벽에 걸어 놓고 바라본다.
흰 하늘과 쭈그린 아낙네 둘이
벽 위에 납작하게 뻗어 있다
가끔 심심하면
여편네와 아이들도
한 며칠 눌렀다가
벽에 붙여 놓고
하나님 보시기 어떻습니까?
조심스럽게 물어 본다


발바닥도 없이 서성서성.
입술도 없이 수근수근.
표정도 없이 슬그머니.
그렇게 웃고 나서
피도 눈물도 없이 바짝 마르기.
그리고 드디어 납작해진
천지만물을 한 줄에 꿰어 놓고
가이없이 한없이 펄렁펄렁.
하나님 보시니 마땅합니까



- 김 혜순 시 ‘납작납작-박수근 화법을 위하여’모두



* 박 수근 화백의 그림을 좋아 한다. 최근에 화랑에 갈 일이 생겨서 들렀다가 그의 그림을 볼 수 있어서 즐거웠다. 그는 힘겨운 삶을 살아가는 서민들의 모습을 많이 그렸는데,, 그림를 직관 하다보니 김 혜순 시인이 표현한 ‘박수근 화풍’이, 시가 생각나서 옮겨 놓아 본다. 그림의 점과 미술작품에서 나타나는 표현 기법상의 특징을 시에서 형상화 시킴으로 예술 표현상의 변용을 보여 준다.

시인은 두 번의 질문을 통하여 “이처럼 가난한 사람들이 피도 눈물도 없이 바짝 말라 가며 사는 세상이 올바른 세상인지 묻고 싶었다.” 라고 말했다는데,, 시인의 표현대로 박 수근 화백의 <세 여인>은 ‘발바닥도 없이 서성’대고, ‘입술도 없이 수근’대며, ‘표정도 없이’ 웃고 있었다. 시인은 화가의 그림을 그리는 과정을 통해 인물의 형상화를 통한 ‘현실’을 비판하고 있다.

그림을 그리던, 시를 쓰던 기본으로 사람에 대한 애정이 없다면 ‘생생하게 표면화’ 되지 못한다. 근래에 들어 사건과 사고가 많아서 ‘메마른 세대’를 탓하기도 했는데,, 벗에게 얘기 했듯이 ’인간의 기본‘에 충실 하는것 만이 방법인데, 너무나 ‘자본주의’에 빠져서 무기력하게 ‘개인주의’에 침몰하는 현실을 아파한다. 나부터 더 성숙해져 ‘어른’이 되어야 한다.


반성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