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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관

생활속의 나 / 박목월 시 지상에는 아홉 켤레의 신발 아니, 현관에는, 아니 들깐에는 아니 어느 시인의 가정에는 알 전등이 켜질 무렵을 문수가 다른 아홉 켤레의 신발을 내 신발은 십구 문 반 눈과 얼음의 길을 걸어 그들 옆에 벗으면 육 문 삼의 코가 납작한 귀염둥아 귀염둥아 우리 막내둥아 미소하는 내 얼굴을 보아라 얼음과 눈으로 벽을 짜올린 여기는 지상 연민한 삶의 길이여 내 신발은 십구 문 반 아랫목에 모인 아홉마리의 강아지야 강아지 같은 것들아 굴욕과 굶주림의 추운길을 걸어 내가 왔다 아버지가 왔다 아니 십구 문 반의 신발이 왔다 아니 지상에는 아버지라는 어설픈 것이 존재한다 미소하는 내 얼굴을 보아라 - 박목월 시 ‘가정‘모두 강나루 건너서 밀밭길을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길은 외줄기 남도 삼백 리 술 익는 마을마다.. 더보기
‘날아오른 새’ / 박남수 시 1 하늘에 깔아 논 바람의 여울터에서나 속삭이듯 서걱이는 나무의 그늘에서나, 새는 노래한다. 그것이 노래인 줄도 모르면서 새는 그것이 사랑인 줄도 모르면서 두 놈이 부리를 서로의 죽지에 파묻고 따스한 체온을 나누어 가진다. 2 새는 울어 뜻을 만들지 않고, 지어서 교태로 사랑을 가식(假飾)하지 않는다. 3 ─ 포수는 한 덩이 납으로 그 순수(純粹)를 겨냥하지만 매양 쏘는 것은 피에 젖은 한 마리 상한 새에 지나지 않는다. - 박남수 시 ‘새’모두 어둠은 새를 낳고, 돌을 낳고,꽃을 낳는다. 아침이면 온갖 물상을 돌려 주지만 스스로는 땅 위에 굴복한다. 무거운 어깨를 털고 물상들은 몸을 움직이어 노동의 시간을 즐기고 있다. 즐거운 지상(地上)의 잔치에 금(金)으로 타는 태양의 즐거운 울림. 아침이면, 세상..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