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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지사지

부모라는.., 이름으로 딛고 선 겨울 저수지의 얼어붙은 입이 발밑에서 쩍, 하고 갈라질 때 온몸이 내지르는 말이 엄마다 한낱 축생도 난생 벙어리도 오장육부 오므렸다 펼치면 한 호흡에 저절로 발성되는 말 ˙˙˙ 엄마 내 엄마의 엄마는 엄마가 일곱 살 되던 해 난산 끝에 돌아가셨다고 한다 곰보라도 째보라도 좋으니 엄마라고 불러볼 엄마가 있어봤으면 좋겠다고 땅거미 내린 먼 목소리로 자주 자주 혼잣말하시던 엄마 달의 엄마 별의 엄마 나비 떼 엄마들 둘러앉아 분단장하는 화엄꽃밭이 거기 있는지 어금니에 단단히 머금는 것만으로도 소태 내린 입속이 무화과 속꽃 핀 듯 환해지는 ˙˙˙ 엄마 - 김 명리 시 ‘엄마’모두 [바람 불고 고요한],문학동네, 2022. * 요즘 부모노릇은 참 ‘힘 들다’라는 말이 실감나는 요즈음, 새해들어 좋은 소식으.. 더보기
생명. '生命' - 사람으로 산다는 것은. 조회(198) 이미지..,love. | 2006/05/04 (목) 12:49 추천(0) | 스크랩(0) 누가 흘렸을까 막내딸을 찾아가는 다 쭈그러진 시골 할머니의 구멍 난 보따리에서 빠져 떨어졌을까 역전 광장 아스팔트 위에 밟히며 뒹구는 파아란 콩알 하나 나는 그 엄청난 생명을 집어들어 도회지 밖으로 나가 강 건너 밭 이랑에 깊숙히 깊숙히 심어 주었다 그때 사방 팔방에서 저녘노을이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김준태시 '콩알 하나'전문 ----------------------------------------------------------------------------------------- -인면수심(人面獸心)이란 단어가 있다. 모양은 사람의 형상을 하고 있으나 마음은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