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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휴가

오늘의 시 / 바람의 찻집에서 바람의 찻집에 앉아 세상을 바라보았지 긴 장대 끝에서 기도 깃발은 울고 구름이 우려낸 차 한 잔을 건네받으며 가장 먼 곳에서 날아온 새에게 집의 안부를 물었지 나 멀리 떠나와 길에서 절반의 생을 보내며 이미 떠나간 것들과 작별하는 법을 배웠지 가슴에 둥지를 틀었다 날아간 날개들에게서 손등에서 녹는 눈발들과 주머니에 넣고 오랫동안 만지작거린 불꽃의 씨앗들로 모든 것이 더 진실했던 그때 어린 뱀의 눈을 하고 해답을 구하기 위해 길 떠났으나 소금과 태양의 길 위에서 이내 질문들이 사라졌지 때로 주머니에서 꺼낸 돌들로 점을 치면서 해탈은 멀고 허무는 가까웠지만 후회는 없었지 탄생과 죽음의 소식을 들으며 어떤 게절의 중력도 거부하도록 다만 영혼을 가볍게 만들었지 찰나의 순간 별동별의 빗금보다 밝게 빛나는 깨달음도.. 더보기
새벽에 잠이 깨어... 그것은 갑자기 뿌리를 내렸다, 뽑아낼 새도 없이 슬픔은 질경이와도 같은 것 아무도 몰래 영토를 넓혀 다른 식물의 감정까지 건드린다 어떤 사람은 질경이가 이기적이라고 말한다 서둘러 뽑아 버릴수록 좋다고 그냥 내버려두면 머지않아 질경이가 인생의 정원을 망가뜨린다고 그러나 아무도 질경이를 거부할 수는 없으리라 한때 나의 삶에서 슬픔에 의지 한 적이 있었다 여름이 가장 힘들고 외로웠을 때 내 곁에는 아무도 없었다 오직 슬픔만이 있었을 뿐 질경이의 이마 위로 여름의 태양이 지나간다 질경이는 내게 단호한 눈짓으로 말한다 자기 자신으로 부터, 또 타인으로 부터 얼마만큼 거리를 두라고 얼마나 많은 날을 나는 내 안에서 방황했던가 8월의 해시계 아래서 나는 나 자신을 껴안고 질경이의 영토를 지나왔다 여름의 그토록 무덥고..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