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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쓸함

김영원 시인의 詩 읽기. -끈 / 김영원 그렇게 수고하시던 여섯째 날 잠시 짬을 내신 하나님이 바둑의 신 알파고와 한 판 대국을 벌이셨다 반상의 우주에서 실수는 금물이다 어쩌다 자충수를 두고 발목을 잡힌 하나님 밑줄 치고, 복기하고 장고 끝에 그야말로 신의 한 수를 두었다 구사일생으로 꽁무니에 퇴로를 확보하고 끈을 하나 묶어놓은 것인데 질기고 영민하긴 괄약근만한 끈도 없다 기습적인 복병들이 허세인지 실세인지 재빨리 알아채고 때와 장소를 가려 절묘하게 열고 닫는다 생사를 책임지는 끈, 평생 써먹어야할 상책이다 우리 할머니, 어느 날 속곳에 핀 애기똥풀꽃 끈이 때를 안다는 뜻이다 - 의자가 많은 골목 / 김영원 한 번도 앉아보지 못한 의자는 있어도 한 번만 앉아본 의자는 없는 골목이다 불타는 파마머리로 정직한 거울을 감쪽같이 속여먹.. 더보기
백일몽. '백일몽' - 비오는 아침에... 조회(509) 이미지..,love. | 2006/06/21 (수) 12:28 추천(1) | 스크랩(0) 처마 밑에 버려진 캔맥주 깡통, 비 오는 날이면 밤새 목탁 소리로 울었다. 비워지고 버려져서 그렇게 맑게 울고 있다니. 버려진 감자 한 알 감나무 아래에서 반쯤 썩어 곰팡이 피우다가 흙의 내부에 쓸쓸한 마음 전하더니 어느날, 그 자리에서 흰 꽃을 피웠다. 그렇게 버려진 것들의 쓸쓸함이 한 세상을 끌어가고 있다. -이승희시 '내가 바라보는'모두 ----------------------------------------------------------------------------------------- -밤에 내리는 비소리에 잠이 깨어 어둠이 짖게 깔린 아파트의 사이로 .. 더보기